[라디오 세상] ‘1913’으로 시작하는 북한의 새 휴대전화, 네 가지 변화는?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2-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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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전화기'(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북한 여성.
'손전화기'(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북한 여성.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작합니다.

- ‘1912’로 시작하는 번호 이후 등장한 ‘1913’ 번호
- 동영상 촬영 기능 불가, 전화기 저장 용량 1/100로 줄어
- SD 메모리 카드도 사용 불가, 전화기 자체의 저장 기능 상실
- 전화기끼리 전송기능도 없어지고 이젠 통화만 가능
- '1912'와 달리 이제는 등록된 도시에서만 사용, 다른 도시에서는 차단
- 북한 주민의 의사소통, 정보의 확산 차단하려는 의도 엿보여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은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하는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봅니다. 북한 내부기자가 취재한 소식, 그리고 취재협조자가 전한 생생한 북한 뉴스를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 전해 드립니다. 오랜만에 일본의 이시마루 대표를 전화로 연결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님, 안녕하세요.

[이시마루 지로] 네, 안녕하세요.

- 이시마루 대표님, 오늘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에서는 북한 내 휴대전화와 관련한 소식을 전해 주신다고요? 북한 내 휴대전화에 어떤 변화가 있나요?

[이시마루 지로] 네. 북한은 2008년 말부터 휴대전화 사업을 시작했죠. 이집트 ‘오라스콤’사의 투자를 받고 합영회사 형식으로 ‘고려링크’를 설립해 휴대전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휴대전화 사업을 시작할 당시에는 가입자가 많을 것 같지 않았는데, 올해 2월의 발표를 보면 가입자가 100만 명을 넘었다고 합니다. 저희가 휴대전화와 관련해 자세히 취재해 왔는데 전화기에는 카메라 기능도 있고, 메모리 카드에 저장 기능까지 있어서 결국 100만 대의 소형 카메라가 북한 주민의 손에 전해진 셈이 됐고요, 또 이는 북한 당국이 촬영과 음악 듣기, 동영상 기능의 사용을 허용했다는 것을 뜻하죠.

- 그래서 북한 내부의 정보와 사진, 영상 등이 얼마든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대표님이 말씀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이시마루 지로] 그렇죠. 휴대전화 기계 자체가 통화 기능, 그리고 북한 내부의 정보를 외부에 유출하는 기능이 있어서 계속 주목해 왔는데요, 이제는 북한 당국이 이를 심하게 통제하는 것 같습니다.
우선 북한의 휴대전화는 ‘1912’로 시작하는 4자리 앞번호와 뒤에 6자리 번호가 있습니다. 그 번호를 다 합쳐도 100만 개밖에 안 되거든요. 그런데 ‘오라스콤’의 발표에 따르면 등록된 휴대전화가 100만 대를 넘었기 때문에 작년 10월 이후에 판매한 휴대전화부터 ‘1913’으로 번호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 ‘1912’는 고 김일성 국가주석의 생년을 뜻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유추했기 때문에 다음은 ‘1942’가 되지 않겠느냐는 추측을 했는데, ‘1913’은 좀 의외군요.

[이시마루 지로] 맞습니다. 김일성 주석의 생년 다음에는 김정일 위원장의 생년으로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1913’이 됐더라고요. 그런데 ‘1913’으로 시작하는 휴대전화가 등장한 이후의 내부 사정을 북한 평안북도에 사는 김동철 기자가 취재했는데요, 여러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우선 ‘1913’ 기계(휴대전화 단말기)의 값이 좀 저렴합니다. ‘1912’ 기계는 최저 가격이 200달러부터 비싼 것은 400달러까지 했었는데, ‘1913’ 기계의 값은 195달러부터 시작되고요, 또 ‘1912’기계의 값을 많이 올렸다고 합니다. 새로운 ‘1913’ 기계가 생기면서 ‘1912’는 기계와 번호를 따로 판매하고 각각 400~500달러씩 받습니다. 그러니까 ‘1912’ 번호를 새로 구입하려면 약 1천 달러의 돈이 필요하다는 거죠.
그런데 ‘1913’ 기계가 이전 기계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동영상 촬영을 하지 못하게 됐어요. 원래 북한 휴대전화기도 다른 나라에서 쓰는 것처럼 동영상과 사진 촬영이 가능하고 녹음까지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동영상 촬영을 하지 못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전화기에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 이전에는 1GB 정도 됐는데, 새로운 ‘1913’ 기계는 10~20MB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진을 몇십 장만 찍어도 꽉 차서 더 이상 못 찍게 되는 거죠.
두 번째는 SD카드, 그러니까 메모리 카드를 사용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것은 매우 큰 변화인데, ‘1913’ 휴대전화기에도 SD카드를 넣는 곳은 있는데 선로를 다 제거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SD카드를 사용하지 못하게 됐는데, 이것은 기계 자체가 저장 기능을 많이 상실했다는 거죠. 사진과 동영상은 물론 음성까지 저장을 못하고, 복사도 못하게 됐다는 겁니다.

- ‘1913’ 휴대전화의 기능이 원천적으로 봉쇄됐다는 말씀이시죠?

[이시마루 지로] 100만 명 가입자를 넘어 새로운 번호가 필요하게 됐고 새로운 ‘1913’ 번호가 생기면서 휴대전화의 시스템 전체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거죠.
그리고 세 번째, ‘1912’ 기계는 자료를 전화기들끼리, 그리고 컴퓨터에 무선으로 옮길 수 있는 Bluetooth 기능이 있었는데 ‘1913’ 기계부터 없어졌습니다. 쉽게 말하면 기계 자체가 복사와 보존 기능을 거의 상실했고, 통화만 할 수 있는 기능밖에 안 남았다는 겁니다.

- 북한 내에서도 예를 들어 평양에서 찍은 사진을 휴대전화를 이용해 함경북도의 사람에게 보내는 기능이 있었습니까?

[이시마루 지로] 원래 ‘1912’ 번호의 휴대전화에는 있었습니다. 메신저 기능이죠. 화질이 좋지 않지만 일단 보낼 수 있는 기능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기능 자체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는 취재가 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등록된 도시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요. 이전에는 평양시에서 등록한 휴대전화를 강원도나 함경북도, 신의주 등에 가져가도 사용이 가능했는데, 이제 ‘1913’ 기계를 평양에서 구입한 뒤 다른 지방 도시에 가져가면 어느 정도까지만 통화가 가능하고 곧 차단된다고 합니다. 이른바 이동통신의 기능이 많이 제한됐다고 볼 수 있죠. 또 한 번 차단된 전화는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시 개통하려면 돈을 지급해야 하고, 다른 도시에서 전화를 사용한 것에 대한 파악이 가능하게 됐는데, 다시 말해 북한 당국이 누가, 어느 도시에서 사용하는지 등 전화 사용자의 동태를 파악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네 가지 변화를 말씀드렸는데요, 전체적으로 보면 작년 10월에 ‘1913’ 번호가 생기면서 이처럼 통화 이외의 기능을 거의 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할 수 있는데요, 다시 말해 김정은 정권에서는 중동지역의 민주화 움직임이나 중국의 휴대전화 상황을 연구하고 일반 주민의 의사소통이나 정보전달, 복사 기능을 빼앗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 그렇다면 휴대전화를 개통하기 전에 북한 당국에서 기계의 기능을 바꾼다고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이시마루 지로] 기계 자체에 대한 제한을 많이 만들었죠. SD카드를 넣는 곳의 선로를 제거했기 때문에 SD카드의 사용이 불가능하게 됐고요, 통신망 자체에 대한 여러 가지 제한을 만들었죠. 사용할 수 있는 도시 지역을 제한하고, 동영상 촬영과 같은 기록 기능을 못하게 하고요. 전체적으로 이렇게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북한 주민에 대한 의사소통과 통신수단, 정보의 복사 기능 등을 강하게 제한하고 통제하는 것이 북한 당국의 목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 그래도 일단 ‘1912’ 휴대전화기 100만 대는 북한에서 사용되고 있잖아요.

[이시마루 지로] 맞습니다. ‘1912’ 번호와 해당 휴대전화도 사용되고 있지만, 기계가 낡으면 새로운 것으로 바꿔야 하잖아요. 물론 ‘1912’ 번호의 구입도 가능하지만, 번호와 기계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구입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앞으로 ‘1913’ 휴대전화를 구입하는 사람은 통화 이외의 기능은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그러니까 가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1913’ 번호와 기계를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됐네요. 통제의 수단으로 ‘1912’ 번호의 가격을 올렸다고 추론할 수 있겠군요.

[이시마루 지로] 물론 추측입니다만 휴대전화기 전체의 대수에서 아직 ‘1912’ 번호가 많을 겁니다. 그런데 점차 새로운 시스템, 새로운 기계로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실제로 중동이나 외부 세상에서 일어났던 일들, 그 밖의 정보 등이 휴대전화를 통해 북한 내부에 많이 확산했다고 보십니까?

[이시마루 지로] 물론이죠. 정보의 유통과 관련해 두 가지를 지적하는데, 첫째는 인터넷이고, 다음은 개인이 소유하는 휴대전화죠. 이것 때문에 어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개인적으로 정보를 유통할 수 있고, 외부로 발신하는 기능도 가능한데 북한에서도 이런 기능을 조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이번 북한 휴대전화의 변화가 개인의 정보유통에 큰 타격을 준다고 보는 이유는 기계 자체의 복사 기능과 정보 저장의 기능이 거의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북한 내부의 정보가 서로 유통하는 것이 어려워졌다는 것뿐만 아니라 외국 문화와 음악, 동영상 등이 북한 내부로 유입되지 과정을 보면 중국에서 메모리카드나 USB, SD카드를 통해 들여와 복사한 뒤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정보 확산의 큰 역할 중 하나가 바로 휴대전화였거든요. SD카드에 기록된 것을 휴대전화에 복사하고 다시 카드를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 사용할 수 없게 됐고, 기계 자체의 기억 용량이 많이 제한됐기 때문에 북한 내부와 북한 외부의 정보 유통과 확산에 중요한 기능을 잃어버렸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 네, ‘1913’으로 시작하는 새로운 휴대전화의 제한된 기능에 대해 북한 주민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한데요, 북한 당국은 이처럼 휴대전화의 기능을 강력히 제한할 만큼 무엇이 두려운 건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님 감사합니다.

[이시마루 지로]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 한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이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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