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비핵조치 이행보다 소모적인 논쟁거리 찾기에 급급”

서울-오중석, 이현웅 ohj@rfa.org
2018.08.15
rodong.jpg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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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노동신문 8 10일자 6면에 수록된 “북남관계 문제에 대한 부당한 간섭“ 제하의 기사 입니다. 본 기사는 미국이 한국에 대해 “대북(對北) 제재 압박 강화와 철저한 이행”을 강요하는 것은 ‘새로운 미북관계 수립’을 향한 북한의 노력에 배치되고, ‘우리민족끼리 이념과 민족자결의 원칙에 입각한 남북한간의 판문점선언 이행을 가로막는 ‘부당한 처사’라고 비난하는 반미선전기사입니다.

오중석: 북한은 ‘미북간 대화교착’과 한국의 ‘경제협력 부진’의 책임을 미국측에 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교착상태 해소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성실한 이행의지와 진정성 있는 후속조치에 달려 있습니다. 기사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 본 기사 내용은 북한이 ‘새로운 미북관계 수립’을 위해 성실하게 노력하고 있다는 대미 항변 내용과 미국의 대북 제재유지를 비난하는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먼저 북한이 새로운 미북관계 수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선전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북한은 싱가포르 미북공동성명에 기초하여 ‘새로운 조미관계’ 수립을 위해 주동적인 조치를 연속 취해나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부핵시험장 폐기, 미군유해송환과 같은 선의와 아량, 진정 어린 노력을 보여주었고, 국제사회는 북한의 이런 노력에 대해 환영과 지지를 보내고 있으며 외신들은 ‘미국이 상상하지 못했던 통이 큰 선물’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극단적인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는데 획기적인 의의를 가지는 특대사변”으로 전 세계가 모처럼 마련된 ‘미북대화 흐름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며 대미 대화지속 의지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조치나 노력으로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미국의 대북 제재와 압박 강화 움직임에 대한 비난인데요. 최근 미국이 대북 제재와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북한의 ’싱가포르 미북공동성명 이행노력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이 한국에 대해 ‘대북 제재의 철저한 이행’을 강요하는 것은 “사실상 판문점선언의 이행을 가로막는 ‘부당한 처사’이며 남북관계 문제에 대한 쓸데 없는 참견질”이라고 비하했습니다. 북한은 이번 기사에서 ‘판문점 선언’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민족화합의 새 력사, 공동 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나갈 것을 온 세상에 선포한 역사적인 선언”이며 남북관계의 전면적이고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을 이룩하고, 한반도에서 전쟁위험을 가시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제반 문제들이 뚜렷하게 밝혀져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한국에 대북제재의 철저한 이행을 강박함으로써 판문점선언 이행을 방해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북한은 ‘판문점 선언’과 남북문제의 성격 및 의미에 대해 구체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는 데요. 판문점 선언은 ‘우리민족끼리 이념과 자주의 원칙’을 핵심으로 하고 있으며, 남북관계 문제는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에서 해결해나가야 하며 누구의 시비거리로 될 수 없다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남북문제에 끼여 들어 ‘훈시질’을 하기보다는 제재압박 책동을 걷어치우고 실천적 행동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며 대미 비난의 강도를 높였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약속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후속조치에 대해서는 발뺌을하면서 ‘새로운 미북관계 수립’과 남북관계 개선을 앞세워 자신이 해야 할 의무와 책임을 방기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사 역시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관한 언급은 단 한 줄도 없으면서 새로운 관계개선 필요성만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협상을 쌍방의 이해관계를 절충하고 조율하는 것으로 보기보다는 ‘일방적으로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수단’으로 삼는 경향이 있습니다. 북한이 미국의 제재를 운운하며 비핵화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난 ‘새로운 쟁점’을 만들어 내면서 ‘소모적인 논쟁’을 가열시키고 있는 것은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시간을 끌면서 ‘무산’시키거나 북한의 협상에 유리하게 ‘변질’시키려는 의도로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북한은 유엔과 국제사회에서 합의하여 결정한 각종 규칙과 제재를 일방적으로 거부하며 비난하는데 몰두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정당한 대북 제재조치’가 “부당한 처사” 인양 부각시킴으로써 대북 지지세력을 확보하여 대미협상에 유리한 지형을 만들어 보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특히 판문점 선언의 ‘민족 자결과 민족 자주적 의미’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남북문제를 방패막이로 삼아 미국의 대북제재 강화 움직임을 저지하고, 한국을 ‘민족공조의 권역’으로 확실하게 끌어 들여, 북한이 고대하고 있는 ‘평화협정체결’ 기반을 공고히 해보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의 비핵화 후속조치는 지난 2005년에 나온 ‘9.19합의’보다 진일보된 것이어야 한다는 주장이 광범위한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기존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에 관한 ‘신고서’를 조속히 작성해 제출하고 과학적인 실사와 사찰이 객관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북한은 이를 외면하고 소모적인 논쟁과 외부 선전활동에만 매달리고 있습니다. 북한의 이런 행태가 갖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에 미치는 가장 큰 문제점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약속이 허구였다는 사실을 스스로 폭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대북제재 압박 움직임은 북한의 성의 있는 비핵화 조치가 뒤따를 경우 자연적으로 해소될 사안입니다. 북한의 ‘북부지역 핵시험장 폐기’는 아주 일방적인 조치였습니다. 그 안에 무엇이 있었으며 어떻게 파괴됐고 그 결과는 어떤 것이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지난 2008 6 27일에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는 쇼를 보여주었지만 그 뒤 5회에 걸친 핵실험을 강행해 핵무기를 만들었습니다. 불신의 근원이 여기에 있습니다. 다음은 판문점 선언의 이행주장에 ‘숨은 의도’가 있다는 사실이 폭로 될 것입니다. 북한의 민족자주와 민족자결 공세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이번 8.15를 계기로 다른 매체들에서도 매우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선전선동공세의 저의에는 북베트남이 파리 평화협정을 맺은 후 미군이 철수되자 민족자결의 원칙을 내세워, 무력으로 남베트남을 침공해 전쟁통일을 추구한 사례를 연상케 할 뿐입니다.

오중석: 미국과 한국은 북한이 그 어떤 속임수나 무력을 앞세운 위협으로 다룰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북한이 미래의 발전과 번영을 진정으로 바란다면 소모적인 논쟁거리를 찾기보다는 적극적인 비핵대화에 임할 때 가능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입니다.

이 위원님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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