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14기 대의원선거 앞두고 선거제도 우월성 선전”

서울-오중석, 이현웅 ohj@rfa.org
2019-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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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 10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대의원 선거를 앞두고 새 선전화가 발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오는 3월 10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대의원 선거를 앞두고 새 선전화가 발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 -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오늘 진행을 맡은 김은지입니다.

김은지: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김은지: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노동신문 2019년 3월 4일자 2면에 게재된 ‘세상에서 가장 우월한 우리나라의 선거제도’라는 논설입니다. 이 논설은 오는 3월 10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대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본주의국가의 선거제도를 비난과 악평으로 일관하는 대신, 북한 선거제도는 ‘인민을 정치의 주인’으로 되게 하는 세계에서 ‘가장 우월한 선거제도’라고 선전했습니다. 이번 대의원 선거에 “한 사람같이 참가해 영도자의 두리에 일심 단결된 북한의 위력을 온 세상에 힘있게 과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은지: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앞두고 선거제도의 우월성을 선전하고 있다는 건데요.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실까요?

이현웅: 북한의 선거제도가 다른 나라보다 우월한 것은 선거제도의 목적이 “정치의 주인인 인민대중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그 역할을 높여나가는 것에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일반, 평등, 직접 선거원칙에 따라 자유로운 선거분위기를 세우고 선거자들에게 최대한의 편의를 보장한다”고 선전했습니다. 이와는 달리 자본주의사회의 선거는 “극소수 자본가와 착취계급의 지배권을 확보하고 인민들에 대한 통치체제를 강화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으며 독점재벌과 특권계층에 충실한 하수인들을 당선시키기 위한 수단”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선거에서 당선되려면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탕진하는 금전유희의 불평등한 선거”라고 비하했습니다. 또한 “돈만 있으면 개도 주지사로 당선되고 오리도 후보자로 지명될 수 있는 것이 자본주의 나라들의 선거 실태”라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김은지: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의회의원 선거’와 같은 것인데요. 북한의 대의원 선거에 대해 좀더 상세히 설명해주시죠.

이현웅: 북한 헌법상 최고인민회의는 북한의 최고의사결정기구입니다. 북한의 선거법상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는 선거구별로 ‘후보자 추천제’를 통해 후보자 1인이 결정되고, 유권자는 후보자에 대해 찬성과 반대를 표명하는 선거를 합니다. 선거는 일반, 평등, 직접, 비밀 투표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투표는 17세 이상 ‘공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후보자 추천제’를 제외하면 자유민주주의 국가 투표원칙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대의원 선거구는 인구 3만명당 1개 선거구를 규정하고 있으며, 뽑는 대의원 수는 687명이고 이들의 임기는 5년으로 되어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은 제14기 대의원 선거를 통해 제2기를 맞게 됩니다. 이러한 선거 과정을 통해 최고인민회의를 구성하지만 최고인민회의는 당이 미리 결정한 사항을 추인하는 이른바 ‘거수기’ 역할에 머물고 있습니다.

김은지: 북한의 대의원 선거에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의회의원 선거와는 다른 ‘후보자 추천제’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후보자 추천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이현웅: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입후보하는 인사를 후보자 추천회의에서 결정하는 제도입니다. ‘후보자 추천제’는 언뜻 보기에 복수 후보자를 선출하고 주민들의 자유로운 선거 참여를 보장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매 선거구 마다 후보자 추천회의를 통해 후보자 한 사람을 추천하는 데요. 문제는 후보자 추천과 결정이 전적으로 당의 독재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당에서 결정한 후보자에 대해 주민들은 반대의사를 표명할 수 없습니다. 당이 ‘후보자에 대한 100% 찬성’을 유도하는 선거관리 활동을 강력하게 추진합니다. 선거결과 100% 찬성률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비밀투표 원칙’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형식적인 ‘껍데기 원칙’으로 전락돼 있습니다.

김은지: 노동신문이 이처럼 허점투성이인 북한 선거제도의 우월성을 선전하고 나선 배경과 원인을 어떻게 보십니까?

이현웅: 북한 정권의 강도 높은 사상통제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대외 사조 흡수력이 급격하게 높아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선거제도의 허구성이 주민들에게 폭로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것입니다. 북한의 선거제도는 규범과 현실 사이에 너무 큰 괴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논설에서 자본주의 국가들의 선거 실상을 비난하는 내용들은 사실과 다릅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보통, 평등, 직접, 비밀 선거’ 원칙은 강력하게 보장되고 있습니다. 북한 선거제도에서 결정적인 결함은 피선거권이 자유롭게 행사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북한 선거제도가 복수후보 출마를 허용하고 비밀투표를 보장한다면 실질적인 선거주권이 실현될 것입니다. 북한 정권은 선거가 거듭될 때마다 주민들의 ‘주권 의식’이 싹트는 것을 깊이 우려했을 것입니다.

김은지: 그렇다면 북한 선거제도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또 이를 은폐하고 있는 이번 논설이 북한 주민들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현웅: 북한 선거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선거출마의 자유가 세습독재정권에 의해 박탈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피선거권의 극단적인 제한은 결국 북한 독재정권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후보를 당에서 제한하는 것은 선거를 통해 당의 정책과 노선에 대한 주민들의 심판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상 ‘인민주권과 인민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논설이 비난하고 있는 자본주의 국가의 선거제도는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온전하게 보장하는 인류 선거사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제도입니다. 북한 선거제도는 법적 보장규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원칙들이 작동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논설은 이런 사실을 은폐하고 북한 선거제도의 우월성으로 인해 “인민이 국가와 사회의 주인이며 정치의 담당자라는 지위가 공고해지고 있다”는 거짓 선전을 펼쳤습니다. 주민들은 지금의 ‘찬반투표’ 방식이 과거 ‘흑백투표’ 방식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런 왜곡 선전이 거듭되면 될수록 북한 주민들의 선거제도에 대한 불만도 빠르게 확산될 것입니다.

김은지: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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