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한국 대통령의 북 핵의제화에 단말마적 발악”

서울-오중석, 이현웅 ohj@rfa.org
2018.01.24
SK_President-620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 앞서 새해 국정운영 구상이 담긴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오늘은 1월 17일자 노동신문 6면에 실린 “대화의 국면에 찬물을 끼얹는 온당치 못한 처사”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한국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10일 발표한 올해 ‘신년기자회견’ 내용 중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동맹국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관련 국가들을 비롯해 국제사회와 더욱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힌 부분을 문제 삼아, 한국의 현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난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을 발표한지 5일이 지난 1월 15일부터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성 비난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노동신문 보도는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이 임박해진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대표단을 한국에 파견하겠다고 나선 배경과 이유가 무엇인지를 살펴 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지난해 말까지 ‘핵무기 고도화’를 실현하기 위해 고강도 군사도발에 주력해왔습니다. 그러던 북한이 해가 바뀌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김정은 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할 것임을 밝히고, 고위급회담까지 열기로 적극 합의하였습니다. 대부분의 국가들과 국민들이 북한의 이런 갑작스런 변화와 적극적인 대화공세에 의구심을 갖고 있었는데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과 ‘한반도 비핵화 주장’에 대해 북한이 어떤 비난을 하고 있는지 좀 더 상세하게 말씀해주실까요?

이현웅: 네, 북한은 남북대화가 진행중임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의 ‘최대의 압박과 관여’라는 대북정책을 지지한데 대해 유감표명이나 시시비비 차원의 의견제시를 넘어 내정간섭 수준의 비난과 협박을 가했습니다.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문재인 대통령의 ‘2018년 신년 기자회견’에 대한 북한의 기본 시각인데요, “남조선 집권자의 신년 기자회견발언 한마디 한마디에 미국의 비위를 맞추고 그의 환심을 사보려는 구차스러운 심경이 그대로 비껴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남조선 집권자의 처신은 미국의 ‘북한 핵 폐기 야망’을 실현하려는 음흉한 기도의 발로”라며 한국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에 대한 국가적 독립성과 독자성을 부인하였습니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는 한국이 기본적으로 ‘미국의 식민지’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한국이 미국의 식민지라는 시각은 구시대적 발상으로 폐기되어야 할 한낱 유물에 불과하다 할 것입니다.

둘째, 문재인 정부에 대한 이념적 성격 규정입니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 대화국면과 관련하여 북한은 “자신의 주동적인 제의와 노력에 의해 마련”되었다고 강변하였습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제재와 압박에 따른 것이라는 트럼프의 주장에 맞장구를 치며 감사까지 표하고 있다”며 비난했습니다. 이어서 “남북관계 개선의 소중한 싹을 제물로 바쳐서라도 미국의 비위를 맞추며 권력을 유지”하려는 현 남조선 당국은 “친미사대집단”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셋째, 문재인 정부의 ‘북한과의 대화 목적’에 대한 비난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의 개선’아니라 ‘북한 핵 폐기’라는 “불순한 흉심”에 있다고 폄하했습니다. 그러나 자신들은 “남북관계를 파국의 수렁에서 건져내고 평화와 통일의 넓은 길”을 열어나가고 있다며 위장 평화공세를 이어갔습니다.

넷째, 문재인 정부에 대한 위협과 협박입니다. 남북관계 개선의 첫 걸음을 뗀데 불과한 지금 시점에 “남북관계 개선을 북 핵 문제 해결과 함께 가지 않을 수 없다”고 떠 벌인 것에 대해 “절대로 스쳐 지나갈 수 없다”며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그리고 “남조선당국자들은 남북관계와 관련한 북한의 입장과 의지를 똑바로 보고 분별 있게 처신” 해야 한다며 이를 역행하는 “반통일적 망동에 대해서는 절대로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협박했습니다.

오중석: 매년 1월이면 각 나라마다, 지도자들의 신년사가 발표됩니다. 이런 신년사는 다양한 형태로 발표되지만, 대체적으로 새로 맞은 한해 동안 국정운영 목표와 방향, 중점적으로 추진할 정책과제들을 정리하여 제시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북한이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내용을 이처럼 심각하게 문제 삼고 있는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현웅: 네, 북한은 대외갈등과 대립으로 사면초가에 빠질 때 마다 난국타개를 위한 돌파구를 한국과의 대화와 접촉을 통해 마련하는 방법을 택해왔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국가핵무력완성’을 선언하고 이를 북한주민들의 ‘반 김정은 정서를 옭아매는 주술’로 활용하고 있지만 ‘북한 핵 폐기’를 전제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미국의 군사적 압박은 갈수록 강화되어 북한 ‘불량 정권’의 ‘숨통’을 죄어 오고있습니다. 북한은 ‘이 같은 어려움’ 역시 한국 문재인 정부를 통해 타개해 보려 했으나,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에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 북 핵 위협 저지와 북 핵 문제 해결 방향이 담긴 것을 확인하고 크게 실망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핵 문제의 남북대화 의제화 불가’라는 ‘금단의 영역’을 강력하게 언급한 것에 대한 반발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으로서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화국면을 조성하고 남북대화를 주도하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①대외적으로 불량국가 이미지 개선 ②국제제재 파열구 마련 ③한미동맹 이간 ④통일전선 형성 ⑤남남갈등 조장 이라는 1석 5조를 기대했으나 이런 술책이 통하지 않게 될 가능성에 따른 ‘적반 하장격 반응’일 수도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를 문제 삼아 “아직 평창행 열차나 버스는 평양에 있다”며 오랜 만에 재개된 남북대화 마저 무산시킬 수 있다는 대남압박을 가하는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향후 북한의 대남행태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이현웅: 네, 북한의 대남대화제의는 한국과의 대화와 교류를 통해 국제적 제재를 무실화 하는데 주 목적이 있다고 보았을 때 쉽게 대화를 무산시키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국에 대해 일단은 ‘민족공조’와 ‘교류협력과 북 핵 문제 분리’를 주장할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이 한미동맹 강화를 기초로 ‘한반도 비핵화’를 대화의제로 밀고 나갈 경우, 북한으로서는 양보할 수 없는 주제라는 점에서 남북관계 진전은 어려울 것이며 이후 북한은 다시 ‘군사적 도발과 위협’국면을 조성하는데 발 빠르게 움직일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이 지금까지 핵개발에 진력해온 것은 1991년 12월 31일 한국과 북한이 채택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명백하게 위반한 것입니다. 북한은 한국 대통령의 신년사를 문제 삼을 게 아니라 북한 핵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숙고해야 할 것입니다. 이현웅 위원님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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