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결자해지 차원에서 ‘북미정상회담’에 임해야”

서울-오중석, 이현웅 ohj@rfa.org
2018-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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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이의 북미 정상회담 추진 소식을 1면에 전하고 있는 9일자 일본 석간신문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이의 북미 정상회담 추진 소식을 1면에 전하고 있는 9일자 일본 석간신문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3월10일자 6면에 게재된 “미국의 강권과 전횡을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동 기사는, 지난 2월 23일 미국이 북한에 대해 ‘해상차단’(maritime interdiction)이라는 사실상의 마지막 경제제제 조치에 대응한 반발 기사로써, 미국의 대북제재는 국제법을 무시한 자의적 제재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에 덧붙여 북한은 핵을 보유한 전략국가로서 미국의 어떠한 제재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미(對美) 대결의지를 강력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 김정은은 지난 3월 5일 방북한 한국의  대북특사단에 ‘미국과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의사를 구두로 밝혔고, 김정은의 메시지를 들고 온 한국의 대북특사는 3월 9일 미국을 방문하여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의 정상회담 메시지를 전달하였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정상회담제의를 수용하고 오는 5월에 만나겠다는 의사를 언론을 통해 발표한 바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이 이렇게 급진전된 대화국면에서 조차 노동신문이 대미 비난 기사를 게재한 것인데요. 기사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네. 이번 노동신문 기사 내용은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미국의 광범위한 대북제재가 국제법적 차원에서 북한의 주권을 무시한 불법적 조치라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미국이 경제제재를 넘어 어떠한 군사적 제재를 가한다 해도 북한에 절대로 통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먼저 미국의 대북 제재에 대한 비난내용을 살펴 보겠습니다.

첫째, 미국이 최근 “북한과 제3국의 해운 및 무역회사 등을 포함한 56개 대상들에 제재를 가한다고 발표한 것은 국제법을 무시하고 자국법에 따라 세계를 다스리려는 시대착오적이며 과대망상적인 행태”라는 것입니다. 미국의 이런 행위는 “국제법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이며 주권침해행위”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노동신문의 기사는 미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핵무기와 관련된 ‘불법적인 무역거래’만을 제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은폐한 채 북한의 모든 무역거래를 일방적으로 제재하고 있는 양 소개하고 있는 것으로, 사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둘째, 미국은 북한이 경제성장속도가 빨라지고 자위적 국방력이 빠른 속도로 강화되자 큰 일이 난 것처럼 떠들며 반공화국 소동에 열을 올렸다”는 것입니다. 이런 주장 역시 다른 것입니다. 최근 북한 경제는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하던 김정일 시대보다 나아졌다는 소문은 있습니다만 북한 주민들의 경제사정이 어느 정도 좋아졌는지에 대한 통계자료를 내놓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방력이 강화되었다는 말 역시 현재의 ‘체제위기’가 초유의 사태라는 점에서 허울에 불과한 것입니다.

셋째, 미국이 국내법까지 동원하여 대북제재에 매달리는 것은 ‘북한 내부를 와해시켜 구미에 맞는 정부와 패권적 지배질서를 세우려는 것’으로, 이런 제재와 봉쇄책동은 “전쟁을 동반하는 매우 위험천만한 행위”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미국이 이번 제재조치와 관련하여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에는 매우 거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폭언을 줴쳐댄 것은 결코 무심히 스쳐 지내 보낼 일이 아니다”라며 경각심을 보였습니다. 이것은 북한이 미국의 이른바 ‘해상차단’조치에 대해 국제법적, 도덕적 비난을 퍼붓고 있으면서도 상당한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다음으로, 미국의 대북제재조치에 대한 대결의지를 밝힌 것인데요. 미국의 대북제재는 “미국이 저들의 자막대기에 따라 선과 악을 가르고 정의와 진리를 짓밟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제재와 군사적 압박소동에 열을 올리며 북한을 압살”하려고 하고 있지만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으며, 그 어떤 군사적 힘도 제제와 봉쇄도 절대로 통하지 않는다”며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조치에 대한 대결 저항의지를 천명하였습니다.

오중석: 북한이 남북정상회담과 미북정상회담까지 제의하고, 한국과 미국이 이를 수용함으로써 4월과 5월에 연이어 정상들간 회담이 준비되고 있는 시점에서 북한이 이런 기사를 노동신문에 게재한 배경과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말씀해 주실까요?

이현웅: 네. 지금 시점은 북한이 얼마 남지 않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대비해야 하는 매우 촉박한 시기입니다. 정상회담의 목적을 어디에 두고, 얻어야 할 목표는 무엇으로 설정하며, 양보해도 괜찮은 주제와 양보가 불가능한 가이드라인을 어느 선상에 그어야 할지 등을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절박한 처지입니다. 그리고 북한이 먼저 정상회담을 제안했다는 사정 등을 고려해볼 때, 이번 기사는 미국 최근 ‘대북제재조치’ 해제나 그에 걸 맞는 대북 조치를  ‘정상회담의 조건’으로 삼으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자존심을 접고 대화제의를 한 만큼 이에 ‘상응한 조치’를 해달라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미국이 ‘완전하고도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주장하는 만큼, 이에 상응해 ‘북미수교, 평화협정 체결’의 성과를 얻겠다는 결의를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대북제재 ‘해제’를 압박하기 위해 이번 노동신문 기사를 활용하고 있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북한이 그 동안 핵 포기를 전제로 한 수많은 약속과 합의들을 모두 번복했기 때문입니다.

오중석: 북한은 미국과 정상회담을 제의한 후에도 이번 노동신문과 같은 대미 비난 기사를 지속적으로 게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노동신문의 보도행태가 미북정상회담에 미칠 영향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이현웅: 네. 북한 노동신문이 ‘백년숙적’ 으로 규정하고 있는 미국에 대해 북한 주민들의 대적의식을 고취시켜야 하는 사명과 과제를 안고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런 사명을 받들어 창간 이래 ‘반제계급교양’기사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수록해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국제정치 현실은 ‘미국 단일중심 다극체제’입니다. 북한과 같은 약소국이 ‘반제계급교양’이라는 비도덕적이고 비상식적인 ‘사상적 무기’ 하나로 국제사회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지지를 얻고 있는 대북제재를 제약하거나 허물 수는 없을 것입니다. 북한이 정상회담을 먼저 제안했듯이 이제는 미국에 대한 ‘사상적 공세’도 먼저 풀어야만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부메랑이 되어 정상회담의 결실을 얻는데 치명적인 장애요소로 작용할 것입니다.

오중석: 지금의 북한 체제위기는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핵폭탄과 중장거리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개발에 체제의 명운을 걸고 폭주해온 결과이며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강합니다. 따라서 대미 비난 기사에 얽매이기 보다는 ‘결자해지한다’는 차원에서 미북정상회담을 준비하고 대비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위원님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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