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비(非)사회주의현상과의 전면투쟁 선포”

서울-오중석, 이현웅 ohj@rfa.org
2019-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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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체제의 새로운 속도전인 '만리마 운동'을 주제로 한 행진곡.
김정은 체제의 새로운 속도전인 '만리마 운동'을 주제로 한 행진곡.
사진-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5월 31일자 2면에 수록된 ‘비(非)사회주의현상과의 투쟁은 전(全)인민적인 사업’이라는 논설입니다. 이 논설은 비(非)사회주의, 반(反)사회주의 현상과의 투쟁을 정치투쟁과 계급투쟁으로 규정하고 “모든 일꾼들과 당원 및 근로자들은 비(非)사회주의 현상의 위험성과 해독성性)을 똑똑히 알고 투쟁의 불길을 더욱 세차게 지펴 올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당국의 대대적인 주민생활검열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 통치세력들은 ‘만리마 속도 창조운동’과 ‘사회주의도덕기강 바로잡기’로 주민들에 대한 육체적 정신적 통제에 나선 것도 모자라, 이제는 하루하루 일상생활까지 통제하겠다는 것인데요. 관련 내용을 좀더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논설은 북한이 비(非)사회주의 현상과의 투쟁을 강력하게 전개해야 하는 당위성을 몇 가지 제시했습니다. 첫째는 비(非)사회주의현상은 사회주의 원칙에 배치되는 불건전하고 이색적인 현상으로, 이를 묵과할 경우 사회주의제도를 원수들에게 통째로 바치는 첫걸음이라는 것입니다. 둘째는 비(非)사회주의현상은 악성종양 같아서 사회에 만연되면 사회주의가 붕괴되며, 구(舊) 소련과 동유럽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를 그 예로 들었습니다. 셋째는 비(非)사회주의현상과의 투쟁은 북한 주민들의 운명과 직결된 사활적인 과제라는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는 ‘자본주의적 현상’은 인간 본성적이며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는 행위양상들입니다. 이번 논설이 주민들의 인간 본성적인 비(非)사회주의현상을 사회주의사상과 계급투쟁의 적대 요소로 파악하고 강력한 억압적 조치를 주장하는 것은 북한이 얼마나 폐쇄적이고 비인간적인 체제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구(舊) 소련과 동유럽사회주의국가들이 비(非)사회주의현상 때문에 붕괴됐다고 단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1989년을 전후로 도미노 현상처럼 번진 ‘사회주의국가붕괴’의 가장 큰 원인은 사회주의경제체제의 비효율성과 그에 따른 경제파탄 때문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북한이 이런 사실을 숨기고 북한 체제의 어려움을 주민들의 비(非)사회주의현상에서 찾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1989년 동유럽혁명’은 인간의 본성에 부합하는 경제적 효율성을 중앙의 계획과 명령으로 억눌러온 사회주의경제시스템과 주민들의 경제적 자율성을 부정하는 폭압정치가 체제붕괴의 근본 원인이었습니다. 북한체제 역시 구(舊) 소련과 동유럽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 원인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제 붕괴원인을 북한 주민들의 비(非)사회주의현상에서 찾는 것은 세습독재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속임수이며 위장선전입니다. 북한 경제의 어려움과 사회경제적 혼란은 잘못된 정치사상과 체제운용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구(舊) 소련과 동유럽국가들의 붕괴 원인을 그 국가국민들의 비(非)사회주의현상 때문이라는 주장은 세습독재권력의 잘못과 치부를 덮어 보려는 견강부회(牽强附會)식 선전입니다.

오중석: 북한 주민들은 ‘비(非)사회주의현상과의 투쟁’ 선포가 잔인한 처형과 숙청으로 이어지는 ‘공포정치의 신호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논설이 주민들에게 제시하고 있는 비(非)사회주의현상과의 투쟁 명분은 무엇이며, 북한 정권이 내세우고 있는 명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논설은 투쟁 명분을 편협하지만 나름 소상하게 밝혔습니다. 비(非)사회주의현상은 ①사회주의제도를 좀먹고 우월성을 마비시키며 ②인민 생활과 안정을 파괴하고 사람의 운명을 망칠 뿐 아니라 ③당과 인민의 일심단결에 위험을 조성하고 ④사람들을 돈 밖에 모르는 개인이기주의자와 반혁명분자로 전락시켜 당과 조국에 배은망덕한 불효자, 공화국 공민으로서의 영예와 자격을 스스로 저버린 인간으로 타락시킨다는 점을 투쟁명분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일고 있는 비(非)사회주의현상이 북한 정권이 선전하는 것처럼 체제붕괴로 이어질 문제라면, 40여 년 전 1978년에 자본주의경제를 도입한 중국은 이미 망했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습니다. 과거 사회주의국가의 붕괴는 주민들의 비(非)사회주의현상 때문이 아니라 사회주의체제의 자체모순에 있었습니다.

오중석: 북한 정권이 주민들의 ‘비(非)사회주의현상’을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반(反)체제행위로 규정하고 전(全)사회적인 투쟁으로 몰아갈 수 밖에 없는 원인과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현웅: 북한 체제의 위기는 경직된 주체사상 집착, 연이은 개혁개방 호기 상실, 모기장론에 입각한 외부정보 통제, 실리 없는 핵개발 질주, 자력갱생위주의 주체경제 고집과 같은 비현실적이고 비실용적인 정책과 태도에서 비롯된 총체적인 위기입니다. 또한 남북관계가 매번 원점으로 돌아가는 이유 역시 북한의 ‘불가능한 한반도 사회주의사회 실현’이라는 목적추구에 있습니다. 북한정권이 이와 같은 총체적 위기의 원인을 주민들에게 있는 그대로 알리지 않은 채, 주민들의 비(非)사회주의현상만 타파하면 승승장구할 것처럼 주민선동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북한정권이 과거의 폐습에 함몰되어 현실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모색단계를 넘어 구체적인 청사진을 마련하고 과감한 실천에 들어가야 할 때입니다. 비핵화의 호기를 놓치면 체제위기극복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정권은 이번 ‘비(非)사회주의현상과의 투쟁’을 ‘정치투쟁, 계급투쟁’으로 설정하고, 전체인민이 자신과 후대들의 운명을 걸고 투쟁에 나설 것을 강조했습니다. 이런 강도 높은 투쟁이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이현웅: 북한이 주장하는 ‘비(非)사회주의현상’이라는 것은 주민들이 먹고 살기 위해 ‘골목 장’에 나가 물건을 사고 팔거나 생필품을 마련하는 생계 유지형 활동입니다. 외국노래를 몰래 듣거나 외제품을 소지하고 자본주의영화 보기, 두발과 의복을 규정에 어긋나게 차려 입는 것 등이 대부분입니다. 외제물건을 구입하는 것은 북한의 공산품 공급이 모자라기 때문이고 자본주의문화와 상품에 대한 호기심은 북한의 사회주의문화 상품이 북한 주민들의 호기심을 채워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정도의 일탈을 침소봉대하여 체제 문제로 삼아 노동단련대와 교화소, 정치범수용소에 보내고 심지어 공개처형까지 하는 행태는 북한 정권의 몰(沒)인권적인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주민들의 생존권과 기본적 인권에 정면 배치되는 이번 비(非) 사회주의현상과의 투쟁은 주민들의 불안만 조장하게 될 것입니다.

이현웅: 그러나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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