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수령에 대한 ‘절대성, 무조건성’ 정신무장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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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6월 4일자 1면에 수록된 “절대성, 무조건성은 우리 인민의 사상적 특질”이라는 논설입니다. 이 논설은 “수령의 교시, 당정책에 대한 절대성, 무조건성은 혁명가가 지녀야할 기본 품성의 하나이며, 수령의 사상과 노선을 절대성, 무조건성의 원칙에서 결사관철하는 것은 우리 인민특유의 기질이고 자랑스러운 전통”이라고 전했습니다. 또 “결사옹위, 결사관철의 투쟁기풍을 체질화, 습벽화하고 수령의 위업을 한 마음 한 뜻으로 받들어 나가는 인민들과 인민군 장병들이 있기에 점령 못할 요새도, 그 어떤 불가능도 있을 수 없다”며, “오늘의 총진군에서 절대성, 무조건성의 정신을 높이 발휘하여 사회주의 위업의 새로운 승리를 앞당겨 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습니다.

오중석: 네. 노동신문은 이번 논설에서 “수령의 교시와 당정책에 대한 절대성과 무조건성은 혁명가의 기본 품성”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수령에 대한 ‘절대성과 무조건성’ 원칙은 북한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데요.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논설은 수령에 대한 “절대성, 무조건성 바로 여기에 혁명가의 정치적 생명을 빛내이고 참된 삶을 꽃피우는 길이 있다”며, 절대성과 무조건성을 혁명가의 ‘정치적 덕목’으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기존 체제를 뒤엎으려는 혁명가든, 혁명 이후 공산주의사회를 건설할 때가지 계속혁명을 추진하는 혁명가든, 특정 인물이나 사상을 절대적으로 무조건 추종하는 것은 금기해야 할 일입니다. 그 이유는 혁명의 경직성으로 인해 혁명이 실패로 끝나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의 볼세비기들은 혁명성공 후 인접한 유럽의 여러나라에서 제2, 제3의 볼세비키 혁명을 추진했었습니다. 그러나 볼세비키들의 관료주의에서 나온 ‘절대성과 무조건성’은 유럽공산혁명을 좌절시켰을 뿐아니라 국제공산주의운동조차 시들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더 나아가 구(舊)소련의 수령교시와 당정책에 대한 절대성과 무조건성은 결국 소련 공산당을 붕괴시키고 소비에트 소련도 지구상에서 소멸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아무리 권위가 높은 수령의 교시와 당정책이라 할지라도 결함이 발견되면 즉시 수정보완하거나 철회할 수 있는 유연성과 여유가 있어야 살아 남을 수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에서는 수령에 대한 충실성 4대 원칙으로 ①절대성과 ②무조건성③신격화 ④신조화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김일성이 사망한지 4반세기가 훌쩍 지났습니다. 3대째 이어지고 있는 북한의 ‘수령절대주의’ 선전책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현웅: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정상국가가 아니라 ‘신정체제’라는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는 수령에 대해 ‘절대성’과 ‘무조건성’이라는 종교성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수령’은 일개 사람에 불과합니다. 사람인 이상 ‘지도자로서의 권위’는 인정될 수 있지만, 사람에 불과한 특정 개인에게 ‘절대성’과 ‘무조건성’이라는 ‘신적 권위’를 부여하여 신성시하는 것은 개인숭배이며 우상화에 해당합니다. 북한의 수령 우상화와 개인우상숭배가 나쁜 이유는 북한체제를 사이비 종교집단화함으로써 개인독재와 권력세습을 합리화하고 주민들 개개인과 가족들로부터 인간의 천부인권적 권리인 양심과 신앙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박탈한다는 데 있습니다. 북한이 수령절대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상 ‘휘황한 미래’는 절대 오지 않을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은 ‘새로운 5개년계획’에 사활을 걸고 총진군에 나서고 있습니다. 북한을 둘러싼 현 상황이 이념 보다는 실사구시적인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는 거리가 먼 ‘수령 우상화’를 들고 나온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정은은 지난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국가경제실패를 인정했습니다. 당대회기간 내내 모든 부문의 실패원인을 지적하고 질타했습니다. 실패원인 분석과 대안마련을 위한 노력은 당 제8기 제2차전원회의, 4대 사회단체 중앙회의, 세포비서대회를 연거푸 개최하며 3개월 동안 지속되었습니다. 이처럼 장기간에 걸쳐 각 부문을 점검하고 새로운 과제와 실천방안을 제시했지만, ‘수령’에 대한 검토는 없었습니다. 모두 다 아시는 바와 같이 ‘북한의 국가적 실패’의 근저에는 ‘수령절대주의’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이 이런 사실을 외면한 채 ‘수령 우상화’에 나선 것은 김정은 정권의 통치력과 통치자원이 고갈됐기 때문인 것으로 평가됩니다. 핵무력을 완성함으로써 통치정당성을 확보하려 했으나 현실은 그와 반대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통치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령의 신적 권위’를 강화하고, 그 권위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구태의연한 방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수령의 혁명사상을 신념으로 삼고 수령이 준 과업을 완벽하게집행하는 사람이 진짜배기 충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각자도생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진짜배기 충신타령’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지난 4월 25일자 노동신문은 “항일빨치산들은 수령의 신변안전 보위를 삶과 투쟁의 총적 목표로 내세우고 모든 것을 다 바쳐 싸운 진짜배기 충신들이었다”고 주장해, 항일빨치산들을 ‘진짜배기 충신’의 표상으로 선전했습니다. 북한은 1967년 갑산파를 숙청하고 김일성과 항일빨치산 최측근세력이 정권을 장악한 이후 ‘수령과 다른 의견이나 정책은 절대 불허’하는 이상한 사회가 되었습니다. ‘진짜배기 충신’이라도 이를 어기면 가차 없이 숙청되었습니다. 충신들에 대한 숙청은 김정은 정권에서 더욱 가속화됐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숙청이 예약된 충신되기’를 극구 거부할 것입니다.

오중석: 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