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북한을 ‘사회주의 이상사회’로 왜곡선전”

서울-오중석, 이현웅 ohj@rfa.org
2020-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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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alism_slogan_b 김정숙평양제사공장에 걸린 '사회주의 강국건설' 슬로건.
/AP Photo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11월 2일자 6면에 수록된 “사회주의위업을 승리에로 이끄는 영원불멸할 투쟁강령”이라는 논설입니다. 이 논설은 김정일의 ‘사회주의는 과학이다’라는 ‘노작’ 발표(1994.11.1) 26돌을 맞아, 동(同) 노작에 대해 찬양일색의 논조를 펼쳤습니다. 이 ‘노작’은 “사회주의위업 수행과 그 완성을 위한 영원불멸의 대강, 대헌장”으로, “사회주의의 절대적 진리성과 필승불패성을 논증”하였고, “여러 나라 공산당, 노동당들과 진보적 정당들이 사회주의재건운동을 벌려나가는 데서 틀어쥐고 나가야 할 강령적 지침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출처불명의 외국문헌을 인용, “북한의 현실은 사회주의가 결코 공상이 아니며, 과학적인 이상사회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고, 집단주의에 기초한 사회주의사회야 말로 사람의 자주적 본성에 부합되는 가장 우월하고 선진적인 사회”라고 선전했습니다. 희대의 속임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김정일이 1990년 전후 구(舊) 소련과 동유럽사회주의국가의 급격한 몰락이 북한에 미칠 파장을 차단하기 위해, 내부 사상통제용으로 작성한 ‘사회주의는 과학이다’ 라는 ‘노작’을 다시 끄집어내, 주민들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논설은 김정일이 이 ‘노작’에서 “사회주의가 무너진 것은 과학으로서의 사회주의의 실패가 아니라 사회주의를 변질시킨 기회주의의 파산을 의미한다”는 것을 천명했으며, “사회주의는 반드시 재생되고 종국적 승리를 이룩할 것임”을 확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노작’은 “원수들의 정수리를 후려갈기는 무서운 철퇴”가 되었으며, 세계 진보적 인민들에게는 “사회주의 승리를 위한 불멸의 기치, 행동강령”이 되었다고 선전했습니다. 그러나 “사회주의는 과학”이라는 주장은 김정일이 처음  한 말이 아니며, 지금으로부터 180여년 전인 1840년대에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내놓은 말입니다. 사회주의가 ‘공상’이 아니라 ‘과학’이라는 주장을 ‘금과옥조’처럼 받아들인 레닌과 스탈린 등 러시아 ‘볼세비키’들은 사회주의혁명(1917년)으로 권력을 장악한 후 피비린내 나는 내전과 숙청을 거쳐 사회주의를 1940년경까지 20여년 넘게 실시해봤지만, 사회주의는 ‘과학’이 아닐 뿐더러, 실현 불가능한 ‘이념’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권력장악이 원래 목표였던 볼세비키들은 ‘사회주의 포기’를 선언할 수 없었으며, 권력유지를 위해 전체주의 독재를 실시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회주의는 ‘공상’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그 후  50여년을 폭정과 압제로 지탱해 오던 사회주의국가들은 1990년을 전후로 ‘인민봉기’에 의해 패망했던 것입니다. 노동신문은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을 더 이상 숨겨서는 안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집단주의에 기초한 사회주의사회야 말로 사람의 자주적 본성에 부합하는 가장 우월하고 선진적인 사회”이며, “인류가 오랜 세월 염원해온 이상사회가 바로 조선(북한)에서 펼쳐졌다”고 선전했습니다. 북한 세습독재 권력의 철면피한 대(對) 주민 ‘사상통제’ 책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인간의 본질적 속성은 ‘집단주의’보다는 ‘개인주의’에 가깝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검증된 사실입니다. 개인주의에 기초한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질서가 끊임 없이 번영하고 최첨단 시대를 구가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입증합니다. 북한은 자유스럽고 부유하며 행복을 함께 누리는 평등이 아니라, 일률적으로 고통스러우며 똑같이 가난한 평등을 지향했습니다. 그 결과 북한은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빈곤한 10개 나라에 속해 있습니다. 주민들의 노예적 삶은 이미 일상화돼 있습니다. 이런 목불인견의 비참한 사회현실이 눈 앞에 버젓이 전개되고 있는데도 “인류가 오랜 세월 염원해 온 이상사회가 북한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주장은 대(對) 주민 사기(詐欺)이자,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사상통제의 결정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중석: 사회주의가 과학이 아니라는 주장은 1930-1940년대에 소련의 레닌과 스탈린체제를 경험하거나 유럽공산당들의 행태를 집중적으로 관찰하며 연구한 지식인들에 의해 이미 검증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북한이 사회주의는 과학이라는 거짓주장을 계속 펼치고 있는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아시는 바와 같이, 마르크스는 이전의 사회주의가 하나의 ‘이념’으로만 제시되고 있을 뿐 ‘실천방법’이 없다는 측면에서 ‘공상적’이라고 비판하고, 자신이 밝힌 사회주의는 ‘실천방법’까지 제시되어 있기 때문에 ‘과학’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회주의가 ‘진리’라든가 ‘옳다’라든가, 하자없는 ‘법칙’이냐의 여부를 기준으로 하여 판단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측면을 고려할 때 북한이 ‘우리 식 사회주의’를 ‘과학’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권력과 자유와 소유’를 독점한 ‘김씨 일가’가 봉건적 세습독재체재 유지를 위한 ‘실천방법’을 나름대로 터득해 갖고 있다는 사실을 과시하려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실천방법’이 인류의 합리적 유산과 제도를 거부하고 착취와 압제, 폭력과 같은 비인간적인 수단을 거치없이 동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주의를 ‘과학’이라고 부르는 것은 언어도단(言語道斷)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중석: 북한 주민들은 26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거듭되는 “사회주의는 과학”이라는 노동신문의 치졸한 반복선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노동신문은 ‘사회주의는 과학이다’라는 당위적 주장만 앞세울 뿐 왜 ‘과학’인지에 대해선 언급이 없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10년이 넘게 군대생활을 합니다. 노동적위대에 평생소속되어 있습니다. 주민들이 굶어 죽어도 나라의 모든 자원을 핵무기와 미사일을 만드는데 최우선적으로 투입하는 비정상적인 통치행태를 평생지켜봤습니다. 주민들은 북한이 ‘과학’의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더욱이 ‘우리 식 사회주의’를 ‘과학’이라고 믿는 주민은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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