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11월 29일자 6면에 게재된 “비열하고 유치한 정치적 음모의 산물“이라는 논평 기사입니다. 이 논평 기사는 미국과 북한 간의 대화가 교착국면에 빠진 상황에서 유엔 인권위원회의 정상적인 인권관련 활동을 ‘미국의 조작’에 의한 것으로, 한국의 이번 결의안 참여를 ‘배신적 행위’이자 ‘동족대결의 망동’이라며 악의적인 선전을 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지난 11월 15일 유엔이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한 것을 두고 미국과 한국을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그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해 주실까요?
이현웅: 네. 이번 논평 기사는 유엔 인권담당인 제3위원회가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한 것을 두고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이 공화국(북한)의 자주권과 존엄을 훼손하고 제도를 해치기 위한 비열하고 유치한 정치적 음모”라며 비난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이 북한인권 결의안 채택을 주도한 것은 “북한과의 관계개선에서 인권문제를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의도”라고 적었습니다. 한편 한국이 북한 인권결의안 공동제안 국가로 참여한 것과 관련해 그냥 “스쳐 지날 수 없다”고 협박하면서 지금까지 진행된 미북관계와 남북관계가 “모두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평 기사는 유엔의 인권결의안 채택을 미국이 주도했다며 비난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비난의 근거는 무엇이고 북한의 비난이 사실과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이현웅: 네.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을 “미국이 주도했다”는 주장 자체부터 사실과 다릅니다. 이번 결의안 작성은 유럽과 일본이 주도했습니다. 또한 이번 인권결의안 내용에 대해 노동신문은 “북한을 터무니 없이 모해하는 상투적인 거짓말”이라며, 북한의 인권유린 혐의 자체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그리고 “몇 푼의 돈에 매수된 인간쓰레기들의 거짓 증언만 받아 외우는 인권모략 책동”이라고 폄하했습니다. 하지만, 유엔 인권이사회가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003년부터입니다. 그 후 유엔총회는 2005년부터 ‘북한인권결의’를 채택해 오고 있습니다. 이번이 14번째입니다. 이처럼 오래된 북한의 인권침해 역사를 부정하고 미국과 일부 국가들이 단지 북한을 모해하기 위해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철면피에 가까운 주장입니다.
오중석: 그렇다면 이번 유엔 인권결의안이 지적하고 있는 북한의 인권침해 사례는 무엇이 있으며 이에 대해 어떤 권고를 하고 있나요?
이현웅: 네. 유엔 인권결의안은 “북한에서는 중대한 인권침해가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반(反)인도주의적인 범죄행위에 가장 ‘책임 있는 자’에 대해 그 책임을 규명하고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이와 같은 권고는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2014년 2월에 북한 인권실태를 ‘식량권 침해, 정치범 수용소 인권침해, 고문과 비인간적인 대우, 표현의 자유 침해, 생명권 침해, 외국인 납치 등 9가지 사안에 대해 조사한 결과, 심각한 인권유린이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후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런 인권유린은 ‘최고위층의 정책’에 따라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인권유린의 ‘최고 책임자’에 대한 제재와 ‘국제형사재판소’ 회부도 촉구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미국이 오히려 ‘인권 불모지’라고 비난하면서 미국에 대해 “인권재판관 행세”를 하지 말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적반하장도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봅니다. 북한이 미국의 인권문제를 내세우는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이현웅: 북한은 미국의 “인종차별과 성차별, 빈부격차” 등과 같은 일부 사회문제를 인권문제로 등치하여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사회문제는 북한의 ‘정권주도 인권침해”와는 달리, 국가 권력의 인권침해가 아닙니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침해는 북한체제와 정권, 최고 책임자의 자의적인 권력행사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북한보다 더 심각한 인권침해국가로 왜곡하여 선전하는 이유는 ‘인권탄압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보려는 ‘맞불 선전전’의 일환이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강화 분위기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해보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오중석: 북한은 이번 사설에서 한국의 유엔인권결의안 참여에 대해 직접적인 비난을 하면서 동시에 관계악화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위협했습니다. 북한의 이런 태도를 어떻게 보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한국의 당국자들이 북한에 와서 ‘행복해 하는 주민’들을 직접 보고도 “외세의 반(反)공화국 인권소동에 편승”했다며 그 동안 진전된 “남북관계의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고 겁박했습니다. 이런 북한의 태도는 2차대전 참상 이후 인권이 ‘인류 보편적 가치의 핵심’으로 자리매김 된 사실을 놓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의 국제인권 활동은 매우 정당합니다. 북한은 비난에 앞서 한국의 국제인권활동 참여가 정말 부당한 것인지 그 이유를 ‘인권’ 차원에서 소상하게 밝혀야 할 것입니다. 한국의 인권활동을 ‘외세편승’과 ‘동족대결’로 규정하는 생억지는 북한자체가 인권에 대한 인식수준이 매우 저급하다는 사실을 증명해줄 뿐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평기사가 안고 있는 사실 왜곡은 어떤 것들이 있으며 문제점은 무엇인지,또 북한 주민들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이현웅: 네. 가장 큰 문제점은 유엔 인권결의안에 대한 일방적인 거부태도에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국제사회의 인권문제 지적을 ‘정치적 논리’로 접근하고, ‘체제 와해 전략’으로 보는 인식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거칠고 경직된 대응방식도 문제입니다. 김정남 암살,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은 북한 인권문제의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북한은 유엔의 인권결의안 채택을 ‘인권개선을 위한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마땅합니다. 유엔의 권고를 무시한 채 정권차원의 인권유린행위가 지속 된다면 북한 주민들이 직접 그 해결방안을 찾아 나설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이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