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화 시늉은 핵무기 고도화 명분 쌓기”

서울-박성우 parks@rfa.org
2017.05.17
choi_beijing_b 노르웨이에서 열린 북미 간 비공식 채널인 1·5트랙(반관반민) 대화를 마친 최선희(왼쪽)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지난 3월 12일 북한으로 돌아가기 위해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에 도착한 모습. 그는 기자들에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와 "여건이 되면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박성우: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박성우: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노동신문 5월 9일자 6면에 수록된 “이성을 잃은 자들의 부질없는 객기”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자체 평가와 함께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의 대미 대화 접근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파악해 볼 수 있는 자료라 하겠습니다.

박성우: 이 기사의 내용을 좀 더 설명해주시죠.

이현웅: 먼저, 이 기사는 최근 미국 행정부의 대북 외교, 경제, 군사 등 각종 제재 조치에 대해 북한을 압살하기 위한 “부질 없는 객기”라고 비난했고, 트럼프 행정부가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끝났다”고 허세를 부렸지만 그 정책을 대신할 만한 대북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전략적 조급정책’에 불과하다고 폄하했습니다.

북한은 이미 한반도와 지역의 평화를 수호할 수 있는 수소탄, 대륙간 탄도로켓트 등 “가지고 있을 것”은 모두 갖고 있고, 남한과 태평양 작전지대 안의 미군 기지와 미국 본토까지 타격권 안에 넣고 항시 발사 대기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미국의 핵 항공모함이나 핵 전략폭격기가 남한에 전개되어도 놀랄 것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기사는 결코 미국은 ‘동방의 핵강국’이자 ‘아시아의 로케트 맹주국’인 북한의 핵 억제력 강화를 멈춰세울 수 없다고도 말합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지금까지 한 번도 미국의 방해와 봉쇄 밖에서 살아본 적이 없으며, 그럼에도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하였고, 이미 핵을 보유한 군사강국으로 우뚝 솟아올랐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으로부터의 핵 참화를 막기 위해서는 현재의 대북정책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같은 일방적인 선언적 주장과 함께 이 기사는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북한 문제 전문가 조엘 위트 선임 연구원이 지난 4월 19일자 미국 신문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북한 위기 완화 방법’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미국의 대북 강경책은 실패할 것이며 앞으로 시간은 미국 편이 아니라 북한 편이라고 주장한 글을 소개함으로써 미국과의 조건부 대화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박성우: 조엘 위트 선임 연구원은 한국에서도 많이 알려진 전문가인데요. 이 사람의 주장을 북한이 인용한 목적과 의도는 어디에 있다고 볼수 있나요?

이현웅: 간단히 말씀 드리면, 핵무력 고도화를 완수하기 위한 명분 및 시간 벌기와 핵 보유국의 확고한 지위 확보에 있다고 할 것입니다. 이 기사는 조엘 위트 연구원이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밝힌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보여준 대북 군사적 압박 강화와 중국을 통한 경제적 압력으로는 북한의 핵개발을 포기하게 할 수 없으니, 기존 정책을 대화 위주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 중 앞부분을 적극적으로 인용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비록 조엘 위트 연구원이 강조한 ‘대화 주장’ 내용은 직접 인용하지 않고 있으나, 미국이 기존 강경 대북정책을 전환하여 대화에 나설 것을 희망하고 있다는 점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런 대화국면 전환 시도는 ‘어떤 제제국면이 닥치더라도 절대로 핵무기 개발은 포기할수 없다’는 북한의 주장을 감안할 때 지난달 말까지 최고의 압박을 가했던 미국의 강경 제재 ‘소나기’를 일단 피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으로 알려진 ‘최고의 압박과 관여’ 정책의 정도를 파악해보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기본적으로 대화를 ‘혁명 목적’ 달성을 위한 투쟁 수단 중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대화를 하려는 목적은 현 김정은 정권의 최대 목표인 ‘동방의 핵강국’ 건설을 위한 새로운 명분과 시간을 벌기 위한 투쟁 수단 이외에 다른 무엇이 될 수는 없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할 것입니다.

박성우: 북한의 노림수는 잘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동방의 핵강국’이 되겠다는 북한을 상대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보시는지요?

이현웅: 미국의 조야에는 북한의 핵과 관련하여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으로 알려진 ‘전략적 인내론’ 이외에도 ‘압박 강화론’, ‘예방 및 선제타격론’, ‘핵 동결 협상론’, ‘비핵화 협상론’ 등 다양한 주장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압박 강화론’이나 ‘예방 및 선제타격론’ 등이 강경론에 속한다면 ‘핵 동결 협상론’이나 ‘비핵화 협상론’ 등은 압박과 함께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온건론에 속합니다. 그러나 이들 주장 모두 북한의 비핵화를 최종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핵 개발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온건론은 북한의 핵 개발을 저지하는데서 ‘외교’와 ‘대화’도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자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조엘 위트 연구원도 ‘비핵화 협상론’의 입장에서 압박보다는 대화를 먼저해야 한다는 ‘선대화 후압박’의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미국 내 대북 대화를 주장하는 북한 전문가들도 공통적으로 북한의 핵보유는 안 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이를 위해 어떤 방법을 활용해야 할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갈려져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핵을 용인하는 대화를 강행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지금 보다 훨씬 강한 대북 압박이 전개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도 지난 3월과 4월 강력하게 전개된 미국과 중국 중심의 대북 압박 상황을 겪으면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북한 정권의 안전이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을 익히 깨달았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박성우: 미국이든 한국이든 정권은 바뀌지만 변하지 않는 점이 하나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의 핵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거죠. 이건 트럼프 행정부는 물론이고 남한의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인 듯 합니다. 다만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이 정권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이는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노동신문 다시 보기’, 지금까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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