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필승의 ‘신심과 낙관’ 무장 및 ‘혁명적 풍모 과시’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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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 안녕하세요.

오중석 :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 네. 5월 26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신심과 낙관에 넘쳐 난관과 도전을 뚫고 나가는 우리 인민의 혁명적 풍모를 힘있게 과시하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악성비루스보다 더 위험한 적은 비과학적적인 공포와 신념부족, 의지박약"이라며 "필승의 신념과 낙관에 넘쳐 힘차게 전진함으로써 당중앙의 구상과 결심을 빛나게 실천해 나가는 영웅조선의 정신을 만천하에 과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필승의 신심과 낙관은 "준엄한 난국을 우리 힘으로 격파할수 있다는 자신심의 분출과 수령을 모신 자부심의 발현"이라며 방역대전에서 승리뿐 아니라, 영농과 생산정산화 등 사회주의건설의 전면적 발전을 위한 경제사업의 '완강한 추진'까지 요구했습니다. 이어 방역대전은 "당의 존엄과 권위를 결사보위"하는 것이라며 당과 일군, 정권기관은 "방역대전에서 당과 혁명에 대한 충실성, 헌신성, 책임성을 실천으로 검증"받아야 하며 "전체인민이 필승의 신심과 낙관에 넘쳐 방역대전을 승리"로 다그쳐 나갈 수 있도록, "당사업의 화력을 집중"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오중석 : 이번 사설은 방역대전의 제1 목표를 "조선노동당의 존엄과 권위를 결사보위"하는 것으로 규정했습니다. 방역대전에서 승리해야 하는 핵심이유가 통치집단의 권위보전을 위해서라는 것인데요.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실까요?

이현웅 : 사설은 "전체인민이 방역대전의 승리로 당중앙을 결사옹위할 비상한 각오를 가지고 한 사람같이 떨쳐나서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당과 운명을 함께할 각오로 충만된 사람이라면 총비서동지의 사상과 영도를 일심전력으로 받들며 총비서동지의 애국헌신, 위민헌신의 강행군에 심장의 박동과 전진의 보폭을 맞추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방역대전이 인민의 생명과 건강보전에 있기보다는 김정은의 권력과 조선노동당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점을 명백하게 밝힌 것입니다. 또한 각급 당조직은 당원과 근로자들에게 "위대한 당의 현명한 영도가 있기에 값진 승리를 이룩할 수 있다는 신심을 안겨주는데 기본을 두고 사상교양사업을 심화시켜야한다"고 지시했습니다. 주객이 완전 전도된 방역사업에다 인민들의 사고까지 조작통제하라는 주문인데요. 세계시민 모두가 놀랄 '북한식 정치방역'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중석 : 이번 사설은 '필승의 신심과 낙관'을 "수령을 모신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의 발현"이며, 총비서를 모시고 있기 때문에 "승리는 반드시 우리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신념과 낙관 개념'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북한 통치집단이 주장하는 '신념과 낙관'의 목적은 '혁명과 건설의 성공'에 있지 않고 '오직 영도자만을 절대적으로 믿고 따라야 한다'는 '영도자에 대한 충성'에 방점이 놓여 있습니다. 인민들은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독재세습권력을 믿고 따랐지만 앞에 차려진 것은 정치사상적 폭압과 경제적 궁핍, 사회문화적 빈곤이 전부입니다. 북한 통치집단이 주장하는 '신념과 낙관'속에는 '역사적 정당성'이 없습니다. 이들이 밤낮으로 주장하는 '혁명과 건설'은 언제 끝나는지 기간이 없으며 5년 단위로 새로운 계획을 내놓고는 있으나 계속 후퇴만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들의 '신념과 낙관'은 당의 강압과 정치사상교양으로 주조되는 사상감정으로 자발성이 상실되어 있습니다. 혁명성공에 대한 자발적인 확신과 믿음에서 우러나오는 낙관적인 사고방식과 태도로 볼 수 없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이 주장하는 신념과 낙관은 '인간의 다양성과 사상의 다양성, 관점의 다양성'을 허용하지 않는 반인권적 통제에 가깝습니다.

중석 : 이번 사설은 '계획된 경제사업과 영농사업, 생산정상화'를 최대한 다그치며 당의 숙원사업을 제기일안에 완성하는데 심신을 다바치라고 지시했습니다. 엄혹한 방역형세속에서 경제성과를 독려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북한 통치집단이 내세운 김정은 정권의 대표적인 업적은 '핵무력 보유'와 '코로나비루스 감염자 제로'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방역실패로 '핵무력 보유'가 유일한 업적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은 그동안 핵무력을 '만능의 보검'으로 선전해왔습니다. 먹고 입고 잠자는 문제, 미북과 남북문제가 모두 일거에 해결될수 있다는 식으로 주장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비루스 방역실패로 김정은 정권에 대한 인민들의 신뢰와 믿음은 급격히 약화되었습니다. 올해들어 17회에 달하는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여 핵무력 고도화에 진력해 나섰지만 인민들의 경제적 삶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민들은 핵무력 역시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줄 수 없다는 사실을 곧 알게 될 것입니다. 북한 통치집단은 자신들의 안전대책의 하나로 '경제 성과를 독려하는 길' 밖에 없다는 판단을 했을 것입니다.

오중석 : 이번 사설은 "총비서동지의 천리혜안의 선견지명, 비범한 영도예술, 강인담대한 배짱과 희생적인 헌신"은 "민족사적 사변들을 안아올 수 있게한 원동력"이라고 찬양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런 선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김정은 정권이 자랑하는 '민족사적 사변'이란 핵폭탄실험과 중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미북 및 남북정상회담개최가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군사적 행적은 아직 북한 통치집단이 자랑할 만한 업적이 될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핵무력 고도화 행태가 북한체제를 옥죄는 올가미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한미동맹은 북한의 핵무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만반의 준비태세에 돌입해 있습니다. 하노이 미북회담의 실패는 수령의 무오류성과 신적 권위가 무참하게 무너진, 실패한 외교행사였습니다. 주민들은 이미 무너진 김정은의 '신적 지도력'을 다시 회복해 보려는 노동신문의 '판박이식 선전'을 접하면서 실로 안타까움을 금치 못할 것입니다.

중석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