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양성원입니다.
양성원 :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 안녕하세요.
양성원 :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 네. 1월 11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우리 국가(북한)의 현실은 사회주의의 불패의 생활력을 확증한다"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우리 국가는 실천으로 사회주의의 생명력은 영원하며 사회주의의 길에 인류의 미래가 있고 자주위업의 승리가 있다는 것을 온 세계 앞에 확증하고 있다"고 적고, 사회주의위업은 "인민대중의 자주적 요구와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성스러운 위업이며 제국주의를 비롯한 온갖 반혁명세력과의 치열한 투쟁 속에서 전진하는 혁명위업"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북한은 "사방에서 달려드는 제국주의연합세력과 단독으로 맞서 싸우면서 사회주의위업, 인류자주위업을 선도하여 왔으며, 사회주의가 일시적인 좌절을 당하고 반사회주의조류가 범람할 때에도 사회주의 붉은 기를 더 높이 휘날리며 인류에게 사회주의에 대한 신심을 안겨주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복잡다단한 정세 속에서도 한치의 탈선도 없이 자기가 선택한 길을 따라 꿋꿋이 앞으로만 전진한 나라, 미국의 강권이 전혀 통하지 않는 나라가 있었으니 그 나라는 바로 사회주의 조선이고,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이 반 공화국 압살책동에 더욱 고집스럽게, 보다 악착스럽게 매달렸지만 우리의 자력자강의 동음을 멈춰 세우지 못하였다"고 강조했습니다.
양성원 : 이번 기사는, 사회주의의 역사적 실험이 이미 30여 년전에 실패로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는 인류공동의 이상'이며 사회주의로 나가는 것은 '역사발전의 법칙'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 이번 기사는 "사회주의는 그 과학성과 진리성으로 하여 영원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으며, 인민대중의 자주적 요구와 이상은 오직 사회주의사회에서만 참답게 실현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당(조선노동당)은 자기의 성스러운 사명과 이념의 정당성을 백절불굴의 투쟁과 고귀한 승리로 확증하며 인류의 이상이고 미래인 사회주의의 영원한 생명력을 수호했다"고 선전했습니다. 특히 "자력자강의 위대한 힘을 남김없이 발휘하며 사회주의강국을 보란 듯이 일떠세워나가는 주체조선에서 보다 더 밝은 인류의 미래를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지구상에 출현했던 유토피안 사회주의, 공상적 사회주의, 마르크스가 주장한 '과학적 사회주의' 그리고 북한이 주장하는 '우리식 사회주의' 그 어디에도 자연과 사회의 사물현상과 운동의 필연성 및 합법칙성을 의미하는 '과학성'이나 '진리성'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구(舊) 소련과 동유럽사회주의 몰락이 이를 말해줍니다. 북한을 제외하고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나라들조차 모두 자본주의로 회귀했습니다. 사회주의로 나가는 것이 역사발전의 법칙이라는 주장은 거짓 선전입니다.
양성원 : 이번 기사는, "중첩되는 난관 속에서도 연속적인 공격전을 벌려온 주체 조선의 모습에서 세계는 인류의 이상이며 미래인 사회주의의 영원한 생명력을 보았다"고 적었습니다. 노동신문의 이러한 '사회주의의 생명력 선전'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인류가 꿈꾸는 이상과 미래는 자유와 평등, 인권, 풍요로운 삶을 향유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회주의는 역사를 통해 이러한 인류의 꿈을 실질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처방책과 대안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또한 사회주의의 최후 보루라고 자처하는 북한의 '우리식 사회주의' 역시 인류의 꿈과는 거리가 멀 뿐 아니라 그 반대방향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사회주의가 이대로 간다면 침체와 정체를 면치 못하고 시대에 뒤처져 고사될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또한 이들은 북한 인민대중의 창조력과 생활력이 떨어지고 궁핍으로 인해 사회적 생명력이 고갈될 수 밖에 없는 원인으로 ①수령유일독재체제의 경직성과 비효율성, ②극단적인 김씨 일가 우상숭배, ③폐쇄적인 자주자력갱생노선, ④정치사상우선과 핵무력강화 정책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북한 사회주의 현실에 대한 진단이 이럴진대 여기에서 사회주의의 영원한 생명력을 찾아볼 수 있다는 주장은 황당한 궤변입니다.
양성원 : 이번 기사는 북한이 미국의 '압박공세'를 짓뭉개고 강행 돌파함으로써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세계 진보적 인민들에게 미래에 대한 낙관을 주었다고 선전했습니다. 이처럼 '강대강 대미대결'을 예찬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이번 기사는 "미국의 위험천만한 핵전쟁소동에 우리혁명무력은 초강경대응조치로 맞받아 나갔다"며, 그 예로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8형 시험발사, 무인정찰기와 다목적 무인기 개발, 전술핵공격참수함 진수 등을 적시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덤벼드는 원수들을 "죽탕쳐 버릴 수 있는 최강의 혁명무력으로 조선인민군의 군사적 위력을 남김없이 과시하였으나 미국은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는 군사적 힘으로도 북한의 경제건설은 물론이고 국방력강화도 멈춰 세우지 못하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내용에 근거해 볼 때 80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반미반제노선에 대한 인민대중들의 피로감과 불신을 해소하고 지난해 말 당 제8기 제9차전원회의에서 채택한 '강대강 정면대결'이라는 대미 초강경정책에 대한 전인민적 동의와 지지를 끌어 내보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양성원 : 이번 기사는 말미에 "인류의 미래는 사회주의에 있으며 그 승리는 필연이다"라고 적어, '사회주의 승리의 필연성'을 재강조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1917년 볼세비키 혁명으로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이 출범한 이후 한 때는 지구촌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사회주의 아래 살았습니다. 그러나 사회주의가 내세운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한다'는 슬로건은 실현 불가능한 허상이었습니다. 그 결과 '1989년 혁명'으로 사회주의권이 붕괴됐습니다. 당시 동구권에 유학중이던 많은 북한 학생들이 사회주의에 절망하여 다른 나라로 망명했고, 망명길에 나서지 못한 학생들은 모두 평양으로 강제 송환됐습니다. 이런 사실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주민들로서는 사회주의의 말로를 아무렇지 않게 왜곡하고 있는 이번 기사를 보고 가증스러움과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양성원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 네. 감사합니다.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