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 안녕하세요.
오중석 :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 네. 3월 21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전당이 농업발전을 위한 투쟁에 떨쳐나서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새로운 5개년계획기간(2021-25)내에 식량문제를 반드시 해결하여 전반적 경제발전의 근본동력을 강화하려는 당중앙의 결심은 확고부동하다"면서 "현시기 농업전선은 사회주의건설의 최전선"이며 "농업생산을 결정적으로 늘리는 것"은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을 다그치는데서 사활적인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농촌문제해결은 "사회주의위업실현에서 내세운 선결적이며 전략적인 최중대사"이고 농업생산력의 증대와 농촌발전의 활기찬 국면을 열어나가는 것은 "우리의 존엄과 명예를 걸고 한시 바삐 해결해야 할 초미의 중대과제"라고 역설했습니다. 그리고 "전당의 당조직들과 당원들이 들고 일어나 강력한 사상공세로 농업근로자들의 혁명열, 투쟁열, 애국열을 고조시키며 농사에서 실제 걸린 문제들을 혁명적으로, 책임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또한 "농사를 잘 짓는 것은 혁명의 최중대 임무, 최우선 과업이며 그 성과 여부는 전적으로 당조직들과 당원들의 역할에 달려있다"고 지적하면서 도, 시, 군, 리당위원회는 정치사업무대를 포전머리에 정하고 사상전의 북소리를 높이 울려 온 농장벌이 증산투쟁으로 부글부글 끓게 하며, 농촌혁명강령실현에 총매진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오중석 : 이번 사설은, 식량문제를 '북한의 사활적 문제'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고답적인 인식과방법만 되풀이 하고 있는데요.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실까요?
이현웅 : 이번 사설에 따르면 농촌문제를 성과적으로 풀어야만, 혁명과 계급진지를 백방으로 다지고 사회주의건설의 물질경제적 토대를 구축하며 국가사회제도를 공고발전시켜 나갈 수 있고, 혁명의 현 단계투쟁 목표인 자립, 자존의 강국을 건설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민의 이상사회 건설을 앞당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경제발전이나 체제발전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수십 년째 반복되고 있는 내용들입니다. 그러나 식량과 농사문제의 성과여부가 "전적으로 당조직과 당원들에 달려 있다"며, 그 해결책으로 전근대적인 노력착취 방식인 '농업근로자들에 대한 포전머리 정치사상공세 강화'를 제시한 것은 북한 농업전문가들의 해법과 크게 어긋납니다. 식량문제는 농업근로자들의 혁명열, 투쟁열, 애국열을 고조시키는 사상사업과 현장의 부정적인 내적 요인 제거만으로 극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중석 : 이번 사설은 중앙기관은 물론 도, 시, 군, 리 당조직들에게 '새시대 농촌혁명강령' 실현과 농업생산의 근본변혁을 이룩하는데서 자기의 책임과 본분을 다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북한의 '당 주도 농업문제해결방식'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조선노동당 규약은 당을 "위대한 수령들을 영원히 높이 모시고 수반을 중심으로 하여 조직사상적으로 공고하게 결합된 노동계급과 근로인민대중의 핵심부대, 전위부대"로 규정하고 있고,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를 최고강령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농업생산변혁을 강조한 이번 제7차 전원회의와 '새시대 농촌혁명강령'을 채택한 제4차 전원회의('21.12)는 농촌문제 주요해법으로 '온 나라 농촌의 주체사상화'와 '3대혁명' 및 '정치사상사업' 강화를 내놓았습니다. 이것은 식량문제해결이나 농촌발전 주장은 명분일 뿐, 숨겨진 목적은 농업부문 당원과 일군, 근로자들의 3대 수령에 대한 충성심 고양에 있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북한농업실패의 역사는 60여 년에 이릅니다. 식량문제는 당조직이 아니라 경제조직 주도로 풀어야 하며 핵무기 개발비용을 식량구입비로 돌리고, 개혁개방과 대외무역을 통해 해결해야 합니다.
오중석 : 이번 사설은, 당(黨)이 식량문제해결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역사적 경험에도 불구하고 중앙의 당조직은 물론 지방의 당조직에 이르기까지 총동원령을 내렸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이 거듭되는 실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당조직을 식량문제해결에 앞장세우고 있는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이번 사설은, 농업생산과 농촌건설의 근본적인 개조변혁을 일으키기는 데는 "당중앙의 권위를 최고의 존엄으로, 무한한 자부심과 영광으로 여기는 전당의 당조직들, 수백만의 당원들"이 용약분기해야 하며, 모든 당조직들과 당원대중이 당의 결정지시를 무조건 접수하고 완벽하게 집행해 나갈 때 혁명과 건설에 대한 당의 전면적 영도가 실현될 수 있다고 강변했습니다. 또한 "전당이 농업발전투쟁에 떨쳐나서는 것은 당의 전투력과 영도적 역할을 새로운 높은 단계에 올려 세우기 위한 필수적 요구"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내용에 기초해 볼 때, '전당 총동원'은 농업증산이라는 목표 달성보다는 전국 방방곡곡에 이르기까지 당의 통제력을 앞세워 독재세습정권을 공고히 하고,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식량사정과 농촌 불균형 발전에 따른 불만확산을 차단해 보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오중석 : 이번 사설은 당의 현명한 영도와 과학적인 농업발전 지침, 당중앙의 사상과 영도에 충실한 당조직과 당원들이 있기에 '농업생산투쟁의 승리는 확정적'이라고 선동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이번 사설에서 언급하고 있는 당의 '농업발전 지침'이란 지난 2월 26일부터 3월 1일까지 진행한 제8기 제7차 전원회의의 첫째 의정인 "새시대 농촌혁명강령실현을 위한 첫해 투쟁정형과 일련의 중요과업들에 대하여"의 '김정은 결론'을 말합니다. 그 결론의 주요내용은 이상기후현상에 대비한 관개체계완비, 농기계생산과 농촌지원, 간석지 개간 경지면적확대, 농업과학기술 발전, 농업부문에 대한 당적 지도강화입니다. 이런 지침들은 김일성시대부터 늘상 해왔던 말입니다. 주민들은 이번 '농업발전 지침'에 성과를 낼만한 획기적인 조치나 방안이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신문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농업생산투쟁의 승리'를 무책임하게 선동하는 것을 보고, '암울한 북한의 내일'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