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주민대상 ‘담력과 배짱투쟁’ 선동
2023.04.24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양성원입니다.
양성원: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양성원: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4월 21일자 노동신문에 게재된 “위대한 수령님의 담력과 배짱, 기상으로 싸우면 반드시 승리한다”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김일성이 혁명을 백승으로 이끈 것은 ‘무비의 담력과 배짱, 맞받아 나아가는 기상’ 때문이었으며, 김정일 역시 이런 자질로 제국주의 압살책동을 헤쳐나왔고, 이들의 담력과 배짱의 역사는 김정은의 영도에 의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선전했습니다. 이어 김일성은 이 같은 자질로 ①일제를 때려부수고 조국해방대업을 실현하였고 ②미제국주의와의 전쟁과 전후복구를 신속하게 완료하였으며 ③자주자립자위의 사회주의국가를 일떠세웠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김정은은 수령님들을 그대로 따라 적들의 대적행위에 대해 추호도 용납하지 않는 견결한 원칙성과 초강경조치로 짓부셔버리는 담대한 배짱, 시작한 일은 하늘이 무너져도 끝까지 실천하는 완강성’을 갖고 있으며, ‘그의 의지에 의하여 국력이 강화되고 조국과 인민의 안녕과 미래가 굳건히 수호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북한의 75년 혁명역사가 김씨 일가 3대의 ‘담력과 배짱, 기상’으로 이룩된 역사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용인하기 어려운 북한 특유의 ‘지도자 자질론’을 내놓고 있는데 이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기사는 ‘수령님은 신념과 의지의 강자, 제일 배짱가’였다며 ‘낡고 진부한 것을 청산하고 앞을 가로막는 온갖 장애를 짓부셔야 하는 혁명은 담력과 배짱이 없으면 한걸음도 전진시켜 나갈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엄중한 난국이 조성되고 방대한 투쟁과업이 나설 때마다 필요한 것은 바로 ‘담력과 배짱, 신념과 의지’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김정은이 ‘미제국주의자들과 정면으로 맞서 대결전을 벌이고 있는데 위대한 수령님의 담력과 배짱, 기상으로 싸우면 반드시 승리한다’고 말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 지도자가 가져야 할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자질로는 정직, 성실, 책임이 기본이고 여기에 더해 통찰력, 판단력, 결단력, 포용력, 통합력, 해결능력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일제 식민지시대와 6.25전쟁 당시 지도자에게 어울리는 리더십으로는 북한의 미래를 열어나갈 수 없을 것입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김일성의 담력과 배짱이 조국해방 대업을 이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정일과 김정은은 김일성의 담력과 배짱을 그대로 이어 북한을 세계적인 강국으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건데요. 북한 김씨 일가 3대에게 내려오는 ‘담력과 배짱’이라는 ‘개인적 특성’(personality)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정제되지 않은 담력과 배짱은 무모하고 오만한 도전을 낳고 엄청난 희생으로 이어집니다. 김씨 일가 3대의 담력과 배짱이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들 3대의 만용에 가까운 담력과 배짱은 인민들의 엄청난 희생을 불러오는 ‘고난의 행군’을 초래했습니다. 김일성의 보천보 습격(1936.6)은 일본군의 대토벌이라는 후과와 사후대책을 계산하지 못한 배짱결행으로 만주지역 항일투쟁이 궤멸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는 ‘고난의 행군’(1938.11-1939.3)에 나서 전전긍긍하다 1940년 10월 소련으로 도주하고 말았습니다. 김정일은 1995년 ‘선군정치’와 ‘우리식 사회주의’를 고집함으로써 수백만 명이 아사하는 ‘고난의 행군’(1996.1-2000.10)기를 역사에 남겼습니다. 김정은은 역시 핵무기 개발 폭주로 전대미문의 위기를 초래하고 급기야 2021년 4월 8일 세포비서대회에서 ‘고난의 행군 결심’을 밝혔습니다. 인민들의 고난을 볼모로하는 담력과 배짱은 지도자의 참된 자질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김씨 일가 3대의 담력과 배짱을 칭송하는데 그치지 않고 북한 자체가 ‘담력과 배짱으로 전진하는 불패의 강국’이라고 역설했습니다. 이처럼 ‘담력과 배짱 선전전’에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기사는 “우리 조국은 무엇으로 그처럼 강한가”라고 반문해놓고, 담력과 배짱이라는 답을 내놓기 위해 북한의 현재 대내외정세를 위기 일변도로 언급했습니다. 북한은 지금 “제국주의자들의 악랄한 반공화국 압살책동, 역사의 모진 난관, 앞을 가로 막는 온갖 장애물, 가장 간고하고 엄혹한 전인미답의 길, 장구하고 복잡다단한 투쟁, 열백 번도 쓰러졌을 극난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사면초가의 위기상황으로 점점 더 깊이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입니다. 이런 측면을 고려해볼 때 이번 담력과 배짱 선전은 내부결속을 통해 김정은시대 ‘고난의 행군’을 자력갱생노선으로 극복하고 김정은의 ‘독재세습 리더십’을 공고히 해보려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러나 먹는 문제해결 등 인민경제의 안정과 향상을 저버린 담력과 배짱정치는 역사의 불명예로 기록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우리 인민은 총비서 동지의 사상과 의지, 담력과 배짱으로 만난을 이겨내며 꿈과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을 힘차게 벌리고 있다고 선동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담력과 배짱투쟁’선동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인민경제는 세계 최빈국의 평균 경제수준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미국중앙정보국 CIA 월드팩트북(2020)에 따르면 북한 경제는 1인당 GDP가 1,700 달러로 캄보디아(캄보쟈)나 아프가니스탄보다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IMF, 국제통화기금은 2023년자료에서 북한의 1인당 GDP가 195개국중 184위라며 더 박한 점수를 주었습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전쟁 직후 똑같은 황무지 조건에서 출발한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반면 북한은 왜 최빈국보다 더 가난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많은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이들은 북한 경제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권력세습과 자력갱생 노선’을 꼽았습니다. 주민들은 노동신문의 ‘담력과 배짱투쟁’ 선동이 백두혈통의 4대 권력세습을 정당화하려는 술책은 아닌지 의심과 걱정에 휩싸이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양성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