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원과 근로자들에 대한 반제계급교양 강화 주장”

서울-오중석, 이현웅 ohj@rfa.org
2019-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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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황색문화를 쓸어버리자"라고 쓰인 북한의 선전 벽화.
"제국주의 황색문화를 쓸어버리자"라고 쓰인 북한의 선전 벽화.
ASSOCIATED PRESS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8월 3일자 4면에 수록된 ‘혁명승리의 중요한 담보’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제목과 함께 “반제계급교양을 강화하여 모든 당원들과 근로자들을 계급의 전위투사로 키우자”라는 구호를 적시했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대한 비타협적이고 전면적인 투쟁의지를 천명했습니다. 사회주의 수호전에서 기적과 혁신을 창조하는 힘은 “적대세력들과의 첨예한 계급투쟁”을 전개하고 있다는 생각을 할 때 “용솟음치게 된다”며, 근로자들의 대미(對美) 적대의식 고취에 필력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오중석: 자유주의진영과 공산주의진영간의 냉전은 1989년 12월 미국과 소련의 몰타회담을 통해 종식됐습니다. 그 후 30여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국제환경이 천지개벽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냉전이 최고 정점을 이루었던 시기에 부르짖었던 ‘반제계급교양’을 다시 꺼내 들었다는 것인데요.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시죠.

이현웅: 이 기사는 북한 사회주의 건설 현장의 근로자들에게, 부여된 과제를 완수 하기 위해서는 그 과제 자체를 “북한을 질식시키려고 악랄하게 날뛰는 적대세력들과의 첨예한 계급투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선동했습니다. 그리고 “계급의식이 희박해지면 적과 평화에 대한 환상에 빠지게 돼, 나중에 혁명을 망쳐먹게 되는 것이 세계사회주의 운동사가 새겨주는 뼈저린 교훈”이라며 강도 높은 계급교양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종식 선언은 1945년 이후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이 정치, 핵무기, 군사, 외교, 이념을 두고 한 치의 양보 없이 전개한 경쟁과 이로 인한 끊임없는 자원의 소모가 인류발전에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서 비롯됐습니다. 북한의 반제계급교양 강조는 그야 말로 시대착오적인 오판입니다.

오중석: 냉전과 열전, 탈냉전시대를 불문하고 인류의 자유와 인권, 평화에 대한 염원은 변함이 없으며, 그에 대한 지향은 세월이 가면 갈수록 더욱 선명해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처럼 전 인류가 지향하는 진정한 가치를 저버리고 지금도 ‘반제계급교양’이라는 정치이념을 북한 주민들의 머리와 가슴에 새겨 넣는 일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북한의 후진적인 정치이념 교육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현웅: 북한의 반제계급교양의 핵심은 반미(反美)대적의식 고취입니다. 미국을 제국주의의 ‘우두머리’로 보고, 미국이 선도하는 인류 보편적 가치와 대외정책을 따르는 나라들을 제국주의세력으로 규정하고 적(敵)으로 대합니다. 하지만 북한을 제외하고 미국을 제국주의로 보는 이론이나 시각은 구시대적인 유물로 전락한지 오래됐습니다. 제국주의가 존재해야 ‘반제(反帝)계급교양’이 가능한 일인 대, 오늘날 지구상에 북한이 말하는 의미의 ‘제국주의’는 그 실체가 없습니다. 북한정권이 주민들을 속이기 위해 만들어낸 ‘허상’일 따름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계급투쟁의 주체인 노동자나 프롤레타리아가 사라지고 없을 뿐 아니라, 계급투쟁을 전개해야 할 대상도 없는 상황입니다. 북한은 거짓 선전과 선동공작을 당장 멈춰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은 지난 6월 30일 미북(美北)정상의 판문점 회동에서 하노이회담 이후 중단된 비핵화 실무협상을 곧 재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실무협상을 재개하기로 해놓고 상대방에 대한 대적의식 고취를 목표로 하는 “반제계급교양”을 전면화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북한의 행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6월 30일 미북(美北)정상의 판문점회동 후 가까운 시일 내로 미국과 북한 비핵화 실무회담을 재개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당시 언론매체들은 가까운 시일을 2~3주 정도로 예상해 밝혔습니다. 그러나 현재 한 달이 훌쩍 지났지만 이렇다 할 관련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어, 답답함과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북한은 7월 25일, 7월 31일, 8월 2일, 그리고 8월 6일 네 차례에 걸쳐 단거리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겉으로는 한국을 비난하며 쏜 미사일이지만 걸고 넘어진 것은 한미합동군사훈련이라는 점에서 미국에 대한 불만이 그 본질입니다. 반제계급교양 강조가 북한의 미국에 대한 ‘근본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하나의 징표라면, 연거푸 이어진 미사일 발사는 북한의 미국에 대한 기존의 적대적 태도에도 본질적인 변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중석: 북한은 미국과 세 번에 걸친 정상회담 외에도 중간 중간 친서전달을 통해 양자간에 ‘새로운 관계’ 형성을 널리 과시했습니다. 미국에 대한 이런 대외적 인 변화 모습과는 달리, 대내적으로는 여전히 미국에 대한 대적의식과 반미의식 고취활동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을 비롯한 사회주의나라들이 정치사상교육을 왜 그토록 중시하는 지 그 이유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출현한 사회주의나라들은 대부분 국내적으로 사회주의혁명 여건이 충분히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련의 개입아래 무력을 통해 생성됐습니다. 사회주의 혁명정권의 정통성 결핍으로 인해 ‘반(反) 혁명세력’들로부터 사회주의혁명정권이 타도될 수 있는 심각한 위험 때문에 ‘대중적 지지기반’을 구축하는 일이 발등의 불로 ‘급선무’가 됩니다. 북한 정권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북한의 경우는 사회주의에서 용납될 수 없는 세습독재가 이루어지고 있고 가부장적인 봉건적 유습과 민족주의요소가 더 가미돼 있습니다. 북한은 이런 요소들을 합리화하고 정당화하기 위해 보다 정교하고 다양한 정치사상교육이 절실한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반제계급교양은 북한 세습독재정권의 존립과 유지를 위한 핵심수단 중에 하나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기사는 근로자들이 근로현장의 과제를 해결하는 문제에서 조차 ‘반제계급투쟁’의 시각과 각오로 접근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내용이 북한 근로자들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경제 어려움의 본질은 근로자들의 사상의지와 무관합니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해 물자와 부품이 안 안팎으로부터 제 때에 공급이 이루어 지지 않기 때문에 벌어진 문제입니다. 자력갱생으로는 절대 풀 수 없는 문제입니다. 첨단과학기술력을 바탕으로 생산되는 물자와 부품의 공급은 ‘반제계급투쟁’을 통해 이룩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반제계급투쟁을 강하게 전개하면 전개할수록 북한 경제는 더욱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할 것입니다. 북한 근로자들 입장에서 볼 때 이번 기사는 근로 현장을 전혀 모르는 관료주의적인 탁상공론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오중석: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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