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양성원입니다.
양성원: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양성원: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8월 17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위대한 어머니-조선노동당의 숙원'이라는 정론입니다. 이 정론은 반만년민족사에 특기할 경이적인 사변들이 만 사람의 심금을 울리며 끝없이 태어나는 우리시대에 어려있는 소중한 부름은 다름아닌 "당의 숙원사업"이라고 적었습니다. 이어 "당의 숙원사업은 고금동서를 통틀어 있어보지 못한 말로, 인류역사상 우리 당이 처음으로 터치고 우리 당에 의해 태어난 새로운 시대어이자 조선노동당 고유의 혁명언어"라고 주장했습니다. "당의 숙원사업은 당과 국가가 최중대 사항으로 추진하는 거창하고 통이 큰 건설전구들과 우리시대의 가슴 뜨거운 화폭들"에 담겨있다고 썼습니다. 그리고 당 숙원사업의 구체적인 사례로 평양시 5만세대 살림집 건설, 당의 육아정책, 대규모 온실농장 건설착공 등을 언급했습니다. 당의 숙원사업이라는 말은 당(黨)만이 터칠 수 있고 김정은만이 현실로 펼쳐줄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마식령스키장, 송화거리 등 건설과제들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고, 지난 10년은 '김정은의 숙원강행군'이었다고 그를 칭송했습니다.
양성원: 이번 정론은, 지난 10여 년간 북한이 펼친 각종 사업을 '당의 숙원사업'이라는 용어로 포장하고, 오직 조선노동당과 김정은만이 펼칠 수 있는 정치로 미화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정론은 '숙원'이라는 말이 "당(黨)이라는 정치적 조직체와 하나로 어울린 것은 실로 인류정치사의 장구한 행로에서 하나의 사변"이라며, '숙원'을 정치적 과제로 삼고 추진한 정치조직은 조선노동당이 최초인 것처럼 주장했습니다. 또 우리 시대는 "인민의 행복을 최고의 숙원으로 간주하는 조선노동당의 진모습이 더욱 뚜렷이 부각되는 시대이고 당의 이상과 포부가 산 현실로 펼쳐지는 격동적인 시대"라며, "우리 당의 숙원은 오늘 이 땅에 펼쳐지는 감명 깊은 현실 그 자체"라고 선전했습니다. 이어 "최악의 역경 속에서도 김정은 동지는 우리 당의 원대한 숙원사업들을 빛나는 현실로 이룩해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숙원'이나 '숙원사업'을 정치영역으로 확대하고 업적으로 실체화하려는 노력은 이미 수많은 나라에서 일상적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나라안의 크고 작은 정치조직들 역시 나름의 '숙원사업'을 선정하고 최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숙원 또는 숙원사업을 조선노동당과 김정은의 전유물처럼 선전하는 것은 북한 주민들을 우롱하는 처사입니다.
양성원: 이번 정론은 지난 10여 년 동안 김정은 정권이 펼친 각종 정책과 과제를 '당의 숙원사업'으로 명명하고, 김정은의 '정치적 업적'으로 부각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노동신문의 '당의 숙원사업 선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숙원사업은 반드시 이룩해야 할 중요하고도 절박하며 핵심적인 과제이지만 주객관적인 조건과 엄혹한 환경으로 인해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과제를 말합니다. 북한이 이번 기사를 통해 밝힌 '당의 숙원사업'은 말이 숙원사업이지 그야말로 일반적인 사업과 다를 바 없는 사업들입니다. 스키장과 승마장, 야영소, 휴양지, 각종 거리와 주택, 온실 등의 건설을 숙원사업이라고 부르는 것은 지나친 비약입니다. 일상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당연한 과제일 뿐입니다. 더욱이 김정은의 '소나무책가방'과 '민들레학습장', '해바라기학용품', '새 교복'과 '젖제품' 보급을 그의 숙원사업 치적으로 선전하는 것은 숙원사업의 본래 의미와 개념을 조선노동당과 그의 입맛에 맞게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것으로 주민들의 기존 관념과 개념 체계에 많은 혼란을 야기할 것입니다. 조선노동당과 김정은 정권의 진정한 숙원사업은 주민들에게 이밥과 고깃국을 먹이는 일입니다. 주민들 입장을 고려한다면 북한사회의 자유화와 민주화, 개혁개방과 경제발전, 평화통일이 숙원사업에 해당될 것입니다.
양성원: 이번 정론은 '숙원'은 가장 절박하고 원대하며 오래 기다려야 성취할 수 있는 것이지만, 우리 당은 이런 '숙원관념'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숙원 관념'까지 조작하며 '성과 부풀리기'에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1부와 2부로 나뉘어 작성된 이번 정론은 2부 전체를 김정은이 지난 10여 년 동안 추진한 과제들을 '당의 숙원사업 해결'로 분식(粉飾)하고, 그의 정치적 업적으로 둔갑시켜 선전하는데 할애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정론이 내세우고 있는 각종 오락과 휴양시설은 평양의 '붉은 귀족'들과 측근들의 전유물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고 고층살림집과 건물들은 전기부족과 내부 마감부실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없는 이만 못하다고 전해집니다. 최고의 숙원사업으로 '무적의 힘을 지닌 불패의 강국건설'을 앞세우고 있으나 주민들은 "핵폭탄이 밥을 주냐"고 비웃고 있으며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길이 없는 주민들의 불만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정론의 김정은 성과 부풀리기는 이런 주민 불만을 해결할 방안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주민 관리를 위한 세뇌선전책동의 하나로 해석됩니다.
양성원: 이번 정론은 "우리 당은 원대한 이상과 포부를 계속 빛나는 현실로 꽃피우며 사회주의, 공산주의 새 아침을 반드시 맞이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인간 개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고 사적 소유를 부정하며, 사회 및 국가적 소유와 사회공동체의 이익을 우선시합니다. 그리고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계급 없는 평등사회 건설'을 목표로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산주의 종주국이었던 구 소련과 동유럽 공산국가에는 '노멘클라투라'라는 특권 계급과 관료계층이 출현하였고 이들이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어 체제붕괴 요인으로 작용하였습니다. 북한 역시 계급해방과 평등을 주창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3대 계층 50개 성분'으로 구성된 가장 불평등한 계급사회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말로만 선언하는 조선노동당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건설' 주장에 더 이상 동의하지 않을 것입니다.
양성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