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양성원입니다.
양성원 :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양성원 :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9월 1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사회주의조국을 끝없이 사랑하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사회주의는 인민의 선택이었으며 인민대중의 본성적 요구를 철저히 구현한 사회가 바로 사회주의사회"라고 적었습니다. 이어 "공화국이 인민의 행복과 이상실현을 국가활동의 출발점으로 삼고 인민에 대한 멸사복무를 국풍으로, 존재방식으로 하고 있기에 인민은 국가와 자기의 운명을 하나로 이어 놓고 조국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치고 있다"고 썼습니다. 그리고 "지금 적대세력들은 우리의 귀중한 보금자리를 찬탈하려고 미친듯이 발광하고 있지만 전체 인민이 목숨 걸고 지켜가는 우리 국가는 절대 건드리지 못한다"며 대적의식을 고취해 나섰습니다. 북한은 "김정은의 탁월한 사상과 비범한 영도 밑에 참다운 인민의 나라로 자기의 성격과 본태를 더욱 뚜렷이 해나가고 있을 뿐 아니라, 그의 사상과 업적으로 승승장구하는 김정은 강국이고, 우리의 애국은 김정은 조선에 대한 열렬한 사랑"이라고 선전했습니다. 또한 "김정은은 '만고절세의 애국자'이므로 일군과 당원, 근로자들은 그의 열화와 같은 애국의 세계에 삶의 숨결을 잇고 국가와 조국, 인민 앞에 도덕적 의무와 사명, 본분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특히 당 조직과 근로단체들은 "인민들에 대한 애국주의교양에 깊은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양 성원 : 이번 사설은 "사회주의는 인민의 선택"이라고 말해, 북한의 사회주의체제 수립이 마치 인민들의 자발적인 결정에 따른 것처럼 거짓 선전했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북한 인민이 사회주의를 선택하였고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취와 압박을 없애고 다같이 자주적으로 창조적으로 살며 발전하려는 것은 인민대중의 본성적 요구이며, 이러한 요구를 철저히 구현한 사회가 바로 사회주의사회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사회주의건설의 청사진은 1948년 4월 모스크바 교외에 있는 스탈린의 별장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조선노동당과 국가기구는 물론 북한 헌법도 스탈린과 그의 수하들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소련이 만든 계획과 의도에 따라 1948년 8월 최고인민회의 선거, 그 해 9월 2일 최고인민회의 제1차 회의 개최, 9월 8일 헌법채택, 9월 9일 공화국 창설 등의 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입니다. 평양에 '스탈린식 사회주의' 건설의 실무를 주도한 사람들은 소련점령군사령부내 소련공산당원 정치장교들이었으며 여기에 부역한 대표적인 조선사람이 김일성입니다. 조선노동당 역시 소련공산당원으로 평양에 파견(1946.10)된 허가이가 주도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번 사설의 '사회주의는 인민의 선택'이라는 주장은 거짓 선전입니다.
양성원 : 이번 사설은 김정은의 현지지도와 재해현장 방문을 '애국의 표본'으로 선전하면서 그를 "우리 국가와 존엄과 명예를 만방에 빛내는 만고절세의 애국자"라고 찬양했습니다. 이번 사설의 '김정은 애국자 표본 만들기'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은 김정은을 만고절세의 애국자로 높여야 하는 이유로, "그가 사생결단의 화선길에도 주저 없이 나서고, 깊은 밤과 이른 새벽 또 삼복의 폭염속에서도 현지지도의 강행군길에 나서며, 바다물이 무섭게 사품치는 위험천만한 제방위에도 서슴없이 나서고, 허리치는 감탕물도 앞장에서 헤치신 분"이라는 점을 들었습니다. 이에 더해 "조국의 천년 미래를 밝혀주는 천리혜안의 사상이론적 예지도, 적대세력들을 초강력으로 짓눌러버리는 강철의 담력과 배짱도, 사회주의건설의 전면적 발전을 힘있게 인도하는 정력적인 영도도 경애하는 총비서동지의 숭고한 애국의 세계에 근본바탕을 두고 있다"고 칭송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의 현지지도와 재해현장방문은 정상국가 지도자들의 현장방문과는 다르게 '지도자 우상화'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번 사설의 '김정은 애국자표본 만들기' 역시 이러한 김정은 개인에 대한 '우상화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애국과 애국자의 표본은 선전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민들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것입니다.
양성원 : 이번 사설은 전체 인민들에게 '김정은의 애국'을 본받아 '주체의 사회주의조국'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주문하고, 당 조직들에는 '애국주의교양활동' 강화를 촉구했습니다. 북한이 '애국심 호소'에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은 "지금 적대세력들은 우리의 귀중한 삶의 보금자리를 찬탈하려고 미친듯이 발광하고 있다"며 극도의 위기감을 표출했습니다. 일꾼들에게는 "요령주의, 형식주의, 패배주의, 소극성을 비롯한 비적극적이고 비혁명적인 사상관점을 불사르고, 끊임없는 기적과 혁신을 창조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한갓 구호로만 외치는 애국, 깃발처럼 들고나가는 상징적인 애국은 조국번영에 그 어떤 보탬도 주지 못한다"고 지적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초소와 일터에서 주인다운 자각을 가지고 맡은 일을 책임적으로 해나갈 것"을 요구했습니다. 특히 당과 근로단체조직들에게는 "여러 가지 정치행사를 애국주의교양의 중요한 공간으로 되게 품을 들여 잘 준비하고 최상의 수준에서 진행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이런 내용들에 근거할 때 이번 애국심 호소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점증과 대규모 정치행사를 앞두고 일꾼과 근로자들의 충성심 제고 및 일탈된 일본새를 다잡아 보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양성원 : 이번 사설은 "주체의 사회주의조국"은 김정은의 "사상과 업적으로 승승장구하는 김정은 강국"이며, 우리의 애국은 "김정은 조선에 대한 열렬한 사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청년들은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수령중심 당국가' 체제로 사회주의국가의 일반성인 '당국가'에서 이탈된 지 오래되었습니다. '당국가'란 당이 군과 국가를 지배하는 사회주의정치제도를 말합니다. 이때 당은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하며 제한적이지만 당내 민주주의적 합의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수령중심 당국가'체제는 당위 권력의 정점에 수령을 올려놓고 그가 모든 권력을 휘두르는 체제입니다. 이번 사설의 김정은 강국 또는 김정은 조선이란 표현은 이러한 북한 사회주의체제의 특수성에 기인한 것입니다. 북한의 젊은 세대들은 북한 사회주의체제의 특수성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을 것입니다.
양성원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