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국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결정’ 철회주장’관련 극렬 반미선동”

서울-오중석, 이현웅 ohj@rfa.org
2019.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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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OMIA_end_b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난달 23일 청와대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9월 10일자 6면에 수록된 ‘항거를 낳는 파렴치한 간섭행위’라는 ‘정세론 해설’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한국정부가 지난 8월 22일 ‘한일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종료 결정’을 발표한 것에 대해 미국 조야에서 우려를 표명한 것을 두고 미국의 한국에 대한 내정간섭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와 같은 미국의 한국에 대한 내정간섭은 한국사회에서 ‘반미폭풍’을 불러올 것이라며 극렬한 반미투쟁을 극렬하게 선동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미국이 한국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결정에 대해 외교적 입장과 견해를 표명한 것을 내정간섭이라고 왜곡하면서 미국에 대한 비난수위를 끌어 올리고 있는데요.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노동신문의 ‘정세론 해설’ 기사는 미국 조야에서 한국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결정과 관련해 제시한 다양한 평가와 주장을 ‘반미선동’ 소재로 악용하고 있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이 동(同) 협정을 파기한 것은 “민심의 깊은 경계심과 치솟는 분노의 반영으로서 당연한 것”이라고 피력하면서 “미국은 간섭할 아무런 명분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조야에서 한국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결정과 관련하여 자국의 입장에서 평가를 하고 견해를 밝히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동북아시아 지역은 냉전시기에 소련과 중국, 북한을 한 축으로 하고 미국과 일본, 한국을 한 축으로 하여 극한 대결과 대립을 해왔던 곳입니다. 냉전이 종식되었지만 최근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갈등, 북한의 핵개발 지속,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미온적 태도로 미국의 동북아시아 지역에서의 이익이 현저하게 침해될 수 있는 환경이 급격하게 조성되고 있습니다. 동북아시아 지역에 신 냉전기류가 확산되고 있는 현실에서 미국과 한국, 일본 세 국가의 긴밀한 안보협력이 더 없이 요구되고 있어, 미국의 외교적 입장표명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나설 일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오중석: 이번 기사는 미국이 한국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최종 파기’를 만류하는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의 권면(勸勉)을 두고 미국의 ‘한국 식민지 지배성’과 한국의 ‘대미(對美)종속성’을 집중적으로 부각하여 선전했습니다. 북한이 미국과 한국, 양국관계를 보는 시각과 인식이 해방 이후 지금까지 전혀 변함이 없다는 것인데요. 이해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씀해 주실까요?

이현웅: 말씀하신 바와 같이 북한은 미국과 한국간의 관계를 기본적으로 ‘지배- 종속’관계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사 역시 “미국은 해방 이후 오늘에 이르기 까지 남조선(한국)을 군사적으로 강점하고 인민들의 존엄과 자주권을 짓밟으면서 친미주구들을 내세워 저들의 침략적 이익을 실현해왔다”고 적었습니다. 북한의 주장과 같이 한국이 미국의 식민지라면 한국에 친북성향의 이른바 ‘진보정권’이 세 번씩이나 탄생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한국은 엄연한 자주독립국가입니다. 주권재민의 원리가 확고하게 정립된 민주공화국입니다.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다고 하여 한국이 미국에 강점된 식민지라고 보는 입장이나 태도는 국제정치의 동맹 개념에 대한 무지를 드러낼 뿐입니다. 세계에서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나라는 50여개 국가가 넘습니다. 하지만 미군이 이들 나라를 식민지로 강점하고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북한의 6.25남침이 없었더라면 한국에 미군이 들어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은 이번 노동신문 기사를 통해, 미국이 한국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결정에 대해 우려 섞인 외교적 입장을 밝힌 것을 빌미로, 한국 국민들의 반미투쟁에 불을 지피기 위해 구태의연한 대미(對美) 모략 선전선동에 나섰습니다. 이런 북한의 행태를 어떻게 보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미국과 한국의 동맹관계를 약화시키거나 와해 또는 파탄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소재라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침소봉대하여 반미투쟁으로 연결시키는 술수를 쓰고 있습니다. 이번 노동신문 기사 역시 그렇습니다. 이번 기사는 “지금 남조선 도처에서 반일기운이 반미기운으로 승화되고 있는 것은 남조선(한국)을 한 갓 식민지로 세계제패전략 실현의 하수인으로 여기는 미국의 오만과 전횡이 불러온 것이다”라고 선동했습니다. 또 “미국이 남조선(한국)을 반미무풍지대로 여기면서 저들의 강도적 요구가 통하리라고 생각한다면 그 것은 오산이며, 그런 행위가 남조선(한국)에 불러올 것은 민심의 거세찬 반미폭풍일 뿐이다”라고 하여 미국과 한국 사이를 완전히 갈라 놓으려는 의도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한미동맹은 북한 핵 때문에 갈수록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이 한국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결정을 소재로 하여 한국 국 민들의 반미투쟁선동에 나선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한국의 현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초지일관하게 호의적인 대북(對北) 태도를 보였으나 미국과의 합동훈련을 이유로 강한 불만을 표시해왔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한국 정부 지도층에 대한 인신공격 발언과 함께 남북관계는 더 이상 없다 식의 최후 통첩성 발언을 일삼고 있습니다. 대미(對美) 관계에서 한국정부를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태도를 굳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주한미국대사를 초치하여 항변하고 이런 한국 정부의 조치에 반색하는 기류가 사회저변에서 형성되고 있는 점에 고무되어 ‘반미태풍’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계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그치지 않는 단거리 미사일 도발에다 한국 국민들 사이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약속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 갈수록 커져만 가고 있어 과격한 반미투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노동신문의 대외 면에 실린 반미투쟁선동 내용이 미국과 한국, 그 외 대내외 독자들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먼저 북한의 미국과 한국 관계를 보는 시각이 7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 같다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미국과 한국을 ‘식민지 종주국-식민지 종속국’ 관계로 파악하고, 한국의 민족모순 해결을 강력하게 선동하고 있는 북한 이데올로기들의 대남(對南) 인식은 1920년대 코민테른이 내놓은 식민지에서의 공산혁명전략전술에 근거하고 있는 것으로 현실성이 전혀 없는 허구에 불과합니다. 갈수록 주저 앉고 있는 북한 체제의 현실이 이를 말해 주고 있습니다. 한국 국민들과 노동신문의 대내외 독자들은 북한 선전선동가들의 구태의연한 기망행위에 더 이상 넘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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