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수령의 지위와 역할 집중 선전”

서울-오중석, 이현웅 ohj@rfa.org
2019-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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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결사옹위의 정신을 강조하는 북한 선전화.
수령결사옹위의 정신을 강조하는 북한 선전화.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11월 26일자 2면에 수록된 ‘혁명투쟁에서 수령의 지위와 역할’이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수령은 역사발전과 노동계급의 혁명투쟁에서 절대적 지위를 차지하며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 김정일의 말을 근거로 삼아 북한의 정치와 역사발전에서 수령의 지위와 역할을 절대적인 불가침의 고유영역으로 개념짓고 있습니다. 수령의 지위와 관련하여 “수령은 사회정치적생명체의 중심이며 통일단결의 중심이고, 사회정치적생명체의 활동을 통일적으로 지휘하는 영도의 중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수령은 북한 인민대중을 사상의지적으로 통일시키고, 당과 정치조직을 통해 하나의 조직적 전일체를 만들며 하나의 사회정치적생명체로 결합시키는 중심적 지위에 있다는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은 1960년대 까지 주체사상을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뛰어 넘는 사람중심의 새로운 철학사상이고, 사람은 모든 것의 주인이며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인간중심 철학원리에 입각해 있다”고 선전했습니다. 그런데 1970년대에 들어와 인간중심의 주체사상이 수령중심의 주체사상으로 변질되었습니다. 이번 기사에서 수령론과 관련된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북한이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지도이념으로 삼고있을 때에는 혁명의 주체를 전위당과 노동자들로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북한은 김일성의 독재체제구축과 김정일의 후계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해 주체사상을 변형시켰습니다. 당과 수령의 위치를 새로 정립하여 주체사상에 집어 넣습니다. 이런 주체사상의 이론수정 작업을 통해 기존 사람중심 주체사상을 수령중심 주체사상으로 변질시켰습니다. 혁명과 건설에서 인민대중은 당(黨)의 지도를 받고 당은 수령(首領)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만들어 북한을 수령중심사회로 만들었던 것입니다. 졸지에 인민이 능동적 지위에서 수령의 수족이나 다름 없는 수동적 지위로 전락한 것입니다. “사람에게는 육체적 생명과 사회정치적 생명이라는 두 가지 생명이 있고, 사회정치적 생명이 육체적 생명보다 더 귀중하며, 부모없이 육체적 생명이 존재할 수 없듯이 수령없이 사회정치적 생명은 생각할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논리에 따라 수령은 가부장적이며 독보적이고 무조건적인 신적 특성과 권위를 갖게 됩니다. 봉건을 깨고 나온 사회주의 북한이 수령이라는 이념적 괴물을 만듦으로 인해 다시 봉건적 전통으로 회귀하고 만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 주체사상의 ‘수령론’은 ‘혁명 주체’ 개념의 변경을 통해 수령의 지위와 역할에 대해 북한 특유의 내용을 채움으로써 그 실체를 갖게 됐습니다. 북한 주체사상의 수령론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에서 인간중심 주체사상의 수령중심 주체사상으로의 변질은 1982년3월 31일 김정일 명의로 발표된 ‘주체사상에 대하여’라는 논문에서 시작됐습니다. 김정일은 후계독점을 보장받기 위해 김일성 독재권력의 이론적 아성을 쌓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인민대중이 혁명의 주체이며 역사의 주체인 것은 맞지만 당과 수령의 올바른 영도를 받아야만 혁명과 건설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1986년 7월 15일 김정일 명의로 발표된 ‘주체사상교양에서 제기되는 몇가지 문제에 대하여’라는 논문에서는 혁명의 주체를 인민에서 ‘수령, 당, 대중의 통일체’라고 변경하고 이중에서도 수령이 핵심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서 1988년 발간된 ‘혁명의 주체’라는 책자에서 “인민대중이 자기 운명을 자주적으로 창조적으로 개척하기 위해서는 역사의 자주적인 주체로 되어야 하는 데, 그러기 위해서는 당과 수령의 지도를 받아야만 한다”는 논리를 전개했습니다. 그리고 노동계급의 이익은 당이 대표하고 당의 이익은 수령이 대표한다고 주장해 수령-당-인민으로 이어지는 위계적 질서를 구축했습니다. 이런 수령론의 문제점은 ①인민대중의 역할을 합리적 근거도 없이 수령의 역할로 전이시켰다는데 있습니다. ②또한 사회의 주인은 마땅히 인민대중인데 수령이라는 특수한 개인이 사회의 주인으로 등장했다는 점입니다. ③그리고 북한 주체사상이 마르크스-레닌주의와 결별했다며 그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수령론은 레닌의 전위당이론에 토대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데올로기적 독창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이 수령의 지위와 역할을 강조하고 나온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먼저 북한이 종래에 ‘수령중심 주체사상’을 들고 나온 시기를 상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주체사상에서 수령중심론이 집중적으로 부각된 시점은 1986년 전후입니다. 이시기는 구 소련에서 개혁개방의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을 때입니다. 외부의 개혁개방 바람이 북한에 미치는 영향을 차단해야할 필요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때였습니다. 지금은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이행하고 개혁개방을 통해 체제의 연착륙을 신중하게 모색해야만 하는 시점입니다. 그럼에도 북한은 그와 반대로 사상적 단속과 수령을 중심으로 한 일심단결을 통해 그 어떤 위기도 모면할 수 있다며 허장성세를 부리고 있습니다. 수령론을 통해 김정은의 권력승계 정당성과 유일지도체제 확립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판단이 이번 기사작성의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특히 전체주의를 토대로 하고 있는 사회정치적생명체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볼땐, 북한 내부에서 일고 있는 개인주의, 자본주의적 생활양식의 확산을 차단해보려는 의도도 엿보입니다.

오중석: 북한 주민들은 수령의 지위와 역할을 최고의 가치로 선전하고 있는 이번 기사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기사는  수령 한 사람만 있으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북한 체제가 영원 무궁히 존재할 수 있다는 식의 선전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김일성과 김정일은 탁월한 사상이론과 영도로 자주의 새시대를 개척한 영원한 수령이며 주체의 태양이라고 선전했습니다. 북한은 “김정은을 지도자로 모시게 됨으로써 정치사상강국, 천하무적의 군사강국의 지위를 공고히 하며 경제강국건설을 힘있게 다그쳐 나가고 있다”며 김정은의 수령적 지위를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씨 가문 인물들에 대한 그칠줄 모르는 찬사는 북한 주민들에게 공적 권력과 권위에 대한 김씨 가문의 사유화를 옹호하는 것으로 비쳐져, 주민들의 실망과 공분을 자아낼 것입니다. 지금은 모든 국가들이 국가 권력을 분산시키고 사회구성원들에게 권위를 합리적으로 배분하는데 힘을 넣고있습니다. 북한 통치세력들은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여 수령의 지위와 역할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수령론과 수령제도를 해체하는 작업에 과감하게 나서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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