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양성원입니다.
양성원: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양성원: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11월 30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회상기 학습을 더욱 심화시키자"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부닥치는 애로와 난관을 박차고 더 큰 승리를 이룩해 나가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인민대중의 혁명열, 투쟁열을 최대로 분출시킬 것"이 요구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백절불굴의 투쟁정신이 살아 맥박 치는 도서 '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 학습'을 심화하여 백두의 혁명정신으로 튼튼히 무장하는 것"이라고 썼습니다. 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는 "사람들을 백두의 혁명정신으로 무장한 불굴의 혁명가로 준비시키는 데서 교양적 의의가 매우 큰 국보적인 도서, 참된 인생의 교과서"라고 적고, "회상기 학습은 항일혁명투사들이 지녔던 수령에 대한 티없이 깨끗한 충실성을 적극 따라 배우는데 기본을 두고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이유는 "회상기에 위대한 수령님의 독창적인 사상이론과 백승의 전법, 고매한 인품을 전하는 사실자료들과 자력갱생의 전통이 어떻게 마련된 것인가 하는 것이 구체적인 자료들로 생생하게 서술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회상기 학습을 통해 "백두의 혁명정신을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 철저히 구현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 학습의 기본 목적이 '수령에 대한 충실성 따라 배우기'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항일빨찌산들의 김일성에 대한 충성을 본받으라는 것인데요.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기사는 "회상기의 한 문장, 한 문장을 읽어내려 갈수록 위대한 수령님의 안녕을 위해 원수의 총구 앞에 서슴없이 가슴을 내댄 친위전사들"이라고 적고, 또 "짤막한 이야기 속에도 수령을 받드는 전사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새겨주는 산 모범이 있으며 회상기를 읽으면, 수령님의 안녕을 위함이라면, 그이의 명령을 관철하기 위함이라면, 목숨까지도 서슴없이 바친 항일혁명투사들의 정신세계 앞에 머리가 숙어짐을 금할 수 없다"고 써서 마치 항일빨찌산들이 김일성 결사옹위의 화신인양 선전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선전은 김일성보다 10살이나 많고 더 고참이었으며 항일투쟁과 당(중국공산당) 정치경력에서 앞서 있는 최용건이나 김책 등에 관한 당시 문건이 새롭게 발견되고 있어, 조작된 것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또한 김일성의 만주파 항일빨찌산들은 1939년 만주에서 소련으로 도주하기 전까지 중국의 동북항일연군 소속으로 활동하였지, 독립군으로 정정당당하게 활동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항일빨찌산들이 한결같이 김일성의 안녕을 위해 죽음도 불사했다는 주장은 수령에 대한 절대충성을 강조하기 위한 대 주민 거짓 선전에 불과합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일군과 당원, 근로자들에게 '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 학습을 심화하여 "백두의 혁명정신을 체질화한 혁명가로 튼튼히 준비"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의 이번 지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일성의 항일빨찌산 활동은 해방직후 소련이 김일성의 권력 정당성을 뒷받침하고 통치이데올로기로 정립하는 과정에서 사실과는 다르게 왜곡, 날조되었습니다. 그의 항일빨찌산활동은 1950년대 후반 유일권력 확립 이후 개인 우상화와 신격화의 소재로 악용되었습니다. 북한이 발간한 조선민족해방투쟁사, 조선통사, 조선전사, 세기와 더불어 등 수많은 역사서들은 그의 '항일빨찌산 활동'을 역사적 사실인양 지나치게 조작하였습니다. 회상기 내용은 지금도 계속 날조, 개작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중국, 소련, 일본 등 주변국의 항일활동 관련 비밀문건들이 공개되고 비교연구가 진행되면서 참이 아닌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기 형식으로 된 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 역시 출처와 사실관계가 입증되지 않고, 역사적 사실과 충돌되는 내용이 많아 그 생명력이 상실된 지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회상기 학습심화는 결국 김씨 일가 세습독재정권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될 것입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누구나 "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를 영원한 필독서"로 간직하고, 읽고 또 읽어야 하며 투사들의 모습을 닮기 위해 노력"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처럼 '회상기 학습'을 강요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에서 회상기 학습은 김일성의 권력장악과 개인 및 가문 숭배 그리고 신격화의 유불리에 따라 부침이 있었지만 김일성 신격화와 김씨 일가 우상화, 권력세습의 정당성 확보수단으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북한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12), 평양문화어보호법(2023.1)과 함께 김정은 시대 3대 사회통제 악법 중에 하나인 청년교양보장법(2021.9)의 제8조 혁명전통무장에서 '청년들의 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 학습'을 명문화 하여 강제했습니다. 이번 기사는 회상기에 나타난 정신과 전통을 세세년년 후대들에게 유산으로 물려줄 것을 주장했습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해볼 때 이번 회상기 학습강요는 김씨 일가 독재권력의 혈통세습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부정적 인식을 미리 차단하고, 김정은 체제의 주요 지탱요소인 '김일성의 항일영웅 신화'를 인민대중들의 의식과 생활 속에 신조화함으로써 4대 세습기반을 공고하게 다져보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를 보면, 회상기는 새 세대들에게 열 번, 스무 번을 읽어도 또 읽고 싶고 학습을 하면 할수록 새로운 힘과 용기를 안겨주는 책이라고 선전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선전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는 1959년부터 1970년까지 총 12권이 출판되었으며, 2003년부터 수정에 들어가 2012년까지 총 20권으로 새롭게 출판되었습니다. 그리고 학생교육용, 학습제강용 등 다양한 형태의 교육자료로도 발간되었습니다. 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는 북한체제 차원에서 만주파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단체들의 항일무장투쟁 역사를 도둑질하여 김일성의 항일투쟁역사로 둔갑시켰다는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도둑질한 역사를 학습해야만 하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북한체제의 앞날과 새 세대들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양성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