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당결정관철 위한 ‘무조건적인 혁명정신 발휘’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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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 안녕하세요.

오중석 :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 네. 11월 29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당결정관철에서 무조건성의 혁명정신을 발휘하여 5개년계획수행의 관건적인 올해를 빛나게 결속하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당대회결정은 우리식 사회주의건설에서 새로운 승리를 이룩하기 위한 우리 당의 전략전술이며 조선노동당이 혁명과 인민앞에 한 서약인 동시에 위대한 우리 인민이 당중앙위원회에 준 지상의 명령"이라며, 당에서 결정한 과업관철의 절대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무슨 일이나 시작을 잘 떼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무리를 잘하는것 역시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며, "당이 제시한 올해 투쟁목표를 어떤 일이 있어도 제 기일내에 무조건 관철해야 한다는 투철한 각오를 안고 더욱 분발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모든 당조직들은 "당결정관철에서 무조건성, 철저성, 정확성의 기풍을 높이 발휘하는 것이 단순한 경제실무적인 문제가 아니라 당중앙의 권위를 백방으로 보위하기 위한 중대한 정치투쟁, 우리의 잠재력을 과시하며 인민의 행복을 꽃피우는 거창한 창조대전이라는 것을 대중의 심장 속에 깊이 새겨주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당원들과 근로자들에게는 "선전선동역량과 수단을 총동원하여 사상전을 맹렬히 벌림으로써 그 어디서나 당의 사상관철전, 당정책옹위전의 불길이 세차게 타번지도록 하여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오중석 : 이번 사설은, 우리 인민은 "당이 결심하면 무조건 해내고야마는 과감한 실천력을 지닌 정신력의 강자, 창조의 거인들로 자랑 떨치고 있다"고 추켜세우며, 인민들을 '연말성과창출'로 내몰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실까요?

이현웅 : 이번 사설은 "당이 결심하면 넘지 못할 험산도, 이루지 못할 대업도 없다는 담대한 배짱의 소유자들, 부닥치는 난관을 비약의 도약대로 삼고 화를 복으로 전환시켜나가는 기적창조의 주인공들, 언제나 삶의 희열에 넘쳐 투쟁하는 우리 인민을 당할 힘은 이 세상에 없다"며 인민들의 자긍심 고취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 올렸습니다. 하지만 곧이어 "우리는 오늘의 하루하루를 열흘, 백날맞잡이로 압축하여 투신력과 분발력을 배가해 나감으로써 5개년계획수행의 관건적인 올해를 자랑찬 승리"로 빛내야 한다며, 성과창출을 다그쳤습니다. 이 것은 제7차 당대회의 '경제발전 5개년전략'이 실패한 이후 제8차 당대회에서 다시 제시한 '5개년계획'마저 계획기간 2년이 다되어가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데 따른 초조함의 발로입니다. 그러나 핵무력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한 경제회생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 이번 사설은, 올해 목표가 '5개년계획'의 담보구축과 사회주의 전면발전의 토대를 마련하는 '성스러운 투쟁과업'이라며, 모든 일군과 당원, 근로자들에게 깊은 각성을 촉구했습니다. 북한의 '5개년계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이번 사설은 "누구나 증산의 거세찬 동음으로 당중앙을 결사옹위할 충성의 일념을 안고 오늘의 총진군에 한 사람 같이 분기"해야 하며, "남은 기간에 맡겨진 과업을 확실하게 수행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들"을 찾아쥐고, "목표를 기어이 점령하기 위하여 최대의 속도로 내달려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또한 "인민경제계획을 일별, 주별, 월별로 어김없이 수행하는 강한 규율과 질서를 세우고 그에 따르는 맵짠 총화를 따라세워 계획을 미달하는 현상이 절대로 나타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그러나 인민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만성적인 자원부족에 있습니다. 자력갱생노선을 폐기하고 개혁개방을 통해 부족한 자원을 외부에서 조달하지 않는 이상 '5개년계획'의 성공 역시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성취 불가능한 과업을 항상 '인민의 몫'으로 돌리는 당의 고질적인 관료주의적 행태는 이제 척결되어야 합니다.

오중석 : 이번 사설은, 당결정관철은 "경제실무적인 문제"가 아니라 당중앙 권위를 보위하기 위한 "중대한 정치투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이 시점에서 일군과 당원들에게 당결정관철을 주문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이번 사설은 일군과 당원들에게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제5차전원회의 결정관철에서 자기 단위가 수행한 것과 미진된 것이 무엇인가를 구체적으로 따져보고 중심고리에 역량을 집중하며 대담한 작전과 완강한 실천으로 하나하나 알심있게 수행해나가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맡겨진 정책적 과업을 몸이 열쪼각, 백쪼각 나도 무조건 집행"할 것과 "우리의 전진을 저애하는 온갖 장애물들을 단호히 제거"하며 "진군의 돌파구를 앞장에서 열어나가는 선봉투사가"돼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런 내용을 감안해 볼 때 제4차전원회(2021.12)와 제5차전원회(2022.6)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한 '농업활성화와 방역체계점검, 국방력강화와 강대강대결'을 앞으로도 계속 고수하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방력강화와 강대강대결이 낳고 있는 체제위기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될 것입니다.

오중석 : 이번 사설은, 당조직들에게 "선전선동역량과 수단을 총동원하여 사상전을 맹렬히 벌림"으로써 "사상관철전, 당정책옹위전의 불길을 세차게 타번지도록 해야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북한은 조직과 선전선동이라는 두 개의 폭압수단으로 주민을 24시간 통제함으로써 유지되는 체제입니다. 인간의 본성적 요구를 충족시키는데 충실한 체제라면 선전선동은 필요치 않습니다. 주민들의 순수한 사상을 독재자의 요구에 맞게 개조하는데 필요한 것이 사상전입니다. 김정은은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0주년 기념연설에서 "이제 인민들에게 다시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고난의 강행군은 계속되고 있으며 그의 약속은 허언이 되었습니다. 3대 세습도 모자라 4대 세습을 암시하는 '둘째 딸 미사일발사장 동행'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부도덕한 통치자를 '불세출의 지도자'로 둔갑시키는 것이 사상전의 역할입니다. 깨어 있는 선진주민들은 이번 사설의 '사상전 주장'에 대해 자괴감과 혐오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