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1월 5일자 1면에 수록된 "원대한 이상과 자신만만한 배심을 지니고 사회주의건설의 전면적 발전을 힘있게 다그쳐 나가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지난해 말에 개최된 당 제8기 제4차전원회의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제시한 올해의 투쟁방침과 과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우리식 사회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체적인 힘'을 강화하는데 주력해야한다는 점을 역설했습니다. 또한 "사회주의적 발전고수"만이 부국강병실현의 지름길이고, "사회주의우월성과 집단주의위력을 최대로 발양시킬 때" 고난과 난국의 극복이 가능하다고 고집했습니다. 이어 올해 과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당조직들의 전투적 기능과 역할을 끊임없이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특히 당조직들은 당의 경제정책과 인민경제계획을 철저히 집행하는데 당사업의 화력을 집중하고 당책임일군들은 발전지향적인 계획수립에 "피타는 사색과 고심"을 기울이라고 촉구했습니다.
오중 석: 노동신문은 새해 첫 사설에서 '우리식 사회주의' 발전은 '객관적 조건'보다 '주체적인 힘'에 의해 더 빨리 앞당겨진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올해도 '주관적 조건'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인데요.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사회주의건설의 진퇴는 객관적 조건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 역량의 준비정도에 의하여 좌우된다"고 주장하면서 "주체적 힘만 강하면 그 어떤 불리한 조건도 주동적으로 유리하게 변화시키며 사회주의의 승리적 전진을 다그쳐 나갈 수 있다"고 강변했습니다. 이어 "주체적 힘, 내적동력 강화를 최우선시 해나가는 당의 현명한 영도"가 있기에 "우리식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은 더욱 앞당겨지게 될 것"이라며 자시했습니다. 그리고 주체적 힘을 강하게 준비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지식인과 함께 농업근로자들을 혁명화, 주체사상화된 공산주의인간으로 튼튼히 준비"시켜 "혁명역량을 백방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나라발전은 주객관적인 조건의 유불리를 정확하게 타산하고 중심고리로 확인된 문제부터 먼저 해결하지 않고는 불가능합니다. 현재 북한이 처한 주객관적 조건은 3중고로 인해 역대 최악의 상태에 있습니다. 최악의 상태에 빠지게 된 가장 큰 원인은 국제사회제재를 해결하려는 노력없이 핵무기개발로 대변되는 '주체적인 힘'을 강화하는 데 올인해왔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목표와 열심은 '우리식 사회주의'의 발전이 아니라 '지체와 퇴보'로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사회주의적 발전"을 확고히 고수하는 길만이 부국강병의 대업을 실현하는 지름길이고, "사회주의우월성과 집단주의위력을 최대로 발양시킬 때" 현재의 난국을 극복할 수 있다고 선언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의 명색만 남은 '사회주의' 고집과 선전놀음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은 "어렵고 힘겨울수록 사회주의위업의 승리에 대한 굳은 신념"으로 "인민의 이상사회를 앞당겨나가는 것"이 "우리 당의 투쟁방식, 전진방식"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모두 다 아시는 바와 같이 '우리식 사회주의'는 만민의 평등세상을 추구하는 '진정한 사회주의'가 아닙니다. 북한 통치집단도 '우리식 사회주의'가 '진정한 사회주의'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사회주의' 앞에 '우리식'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입니다. '우리식'의 함축적 의미는 '수령세습독재'입니다. 사회주의 이상사회를 곧 건설할 수 있을 것처럼 선전하고 있지만, 국가소멸을 전제로 하는 이상사회는 북한에서 실현되기 어렵습니다. 수령의 독점권력소멸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세습독재권력 유지라는 비민주적이며 부도덕한 목적을 제외하면 사회주의를 구태여 고집해야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사회주의우월성과 집단주의위력의 발양은 인민에 대한 정치경제적 억압과 수탈없이 불가능합니다. 갈수록 '반사회주의적, 비사회주의적'이라는 죄목을 늘려가는 행태가 이를 입증합니다. 사회주의가 몰락한지도 어언 30여 년이 넘었습니다. 이제는 '사회주의옹고집'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합니다.
오 중석: 이번 사설은 지난해 말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중대한 과업들을 성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당조직들의 전투적 기능과 역할을 끊임없이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당의 '과업수행책임'을 강조한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조선노동당은 지난해 1월 개최된 제8차당대회 이후 당의 영도력과 전투력이 한층 더 강화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집권이후 각종 당 회의와 모임의 '과잉 움직임'을 '전투력'으로 포장한 것입니다. 당규약도 수시로 개정해 당내 기강을 다잡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북한 사회를 일사불란하게 이끌고 갈수 있는 조직은 당밖에 없다는 점에서 과업수행책임을 당에게 지울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당을 통해 내부결속을 도모하려는 것입니다. 또한 당의 책임을 강조한 것은 올해 제시된 중요과업들이 경제 성장이나 발전을 지향하기 보다는 '공산주의건설'이라는 이데올로기 목적달성에 치우쳐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중점과제인 사회주의농촌건설을 위해 농업근로자들에 대한 주체사상화와 공산주의 인간개조를 내세운 것이 이를 증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업을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조직은 기업소와 농장들입니다. 당조직들의 정치우선적인 현장활동은 많은 어려움에 직면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인민들의 식의주문제해결"을 위해 올해에도 "알곡생산목표 점령, 인민소비품생산 활성화, 새로운 건설혁명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주민들은 수십년 동안 매년 반복하고 있는 똑같은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정은 정권은 이번 사설을 내보냈던 지난 5일 '극초음속미사일'을 전격적으로 발사했습니다. 주민들에게 약속한 '의식주문제 해결'을 팽개치고 핵무력 고도화를 위해 인민생활을 희생시키는 '고난의 행군'을 강행하겠다는 것입니다. 신문, 방송, 인터넷 등 모든 선전매체를 총동원하여 외치고 있는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는 '속임수'에 불과하다는 것이 다시 확인됐습니다. 그 본질은 세습독재정치를 더욱 강고하게 구축하기 위한 '핵무기제일주의정치'입니다. 지난 10년간 고스란히 속아 살아온 북한 주민들의 '분노지수'는 연초부터 급격하게 상승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 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