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백두의 혁명전통 계승과 수령결사옹위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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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4월 23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백두의 혁명전통을 꿋꿋이 이어나가는 우리 혁명은 필승불패이다"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조선혁명은 백두에서 개척된 성스러운 혁명전통을 생명선으로하여 백승떨치는 영광스런 혁명"이라고 전제하고, "세대가 열백번 바뀌어도 백두의 혁명전통을 혁명의 반년재보로, 강력한 무기로 틀어쥐고 주체혁명위업을 끝까지 완성해나가려는 당과 인민의 의지는 확고부동하다"고 선전했습니다. 백두의 혁명전통은 "수령결사옹위를 근본핵"으로 하며 "혁명의 승리적 전진을 담보하는 위대한 사상과 정신, 업적과 경험, 방법을 비롯한 모든 것이 집대성"되어있기 때문에 "후손만대에 물려갈 고귀한 전통"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천만년 세월이 흘러도 수령님과 장군님의 불멸의 업적을 끝없이 빛내이며 혁명과 건설에서 나서는 모든 문제를 수령님식, 장군님식대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항일빨치산 참가자들의 회상기'를 열독하는 '혁명전통교양'을 강화하여, 수령의 위대성과 혁명사상 및 정신을 심장마다 쪼아박도록 하고, 자라나는 새세대들을 "백두의 후손, 혁명의 계승자로 억세게 준비시켜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김일성의 항일투쟁으로 시작되는 "백두의 혁명전통은 수령결사옹위를 근본핵"으로 하고 있다며, 항일혁명투사들의 김일성에 대한 '충성행태'를 사실이나 되는양 나열했습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김일성과 함께한 항일혁명투사들은 "수령님의 안녕을 위해 날아오는 적탄도 한몸으로 막고 사지판에도 서슴없이 뛰어든 충신들, 절해고도에서도, 최후의 순간에도 사령관동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심장을 불태운 충성의 인간들, 수령님 사상과 노선에 어긋나는 사소한 행위도 융화묵과하지 않고 견결히 투쟁한 사람들이었다"고 적시했습니다. 이들이 "혁명의 가시덤불길을 헤치는 나날에 피와 땀으로 만고의 항쟁사를 아로새기며 후손만대에 물려갈 수령결사옹위의 고귀한 전통을 창조한 것은 항일혁명선열들의 최대의 공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들은 허구입니다. 당시 김일성에게는 사령관이나 수령이라는 직함이 없었습니다. 해방직후 소련에서 귀국당시에는 33세의 소련군 대위에 불과했습니다. '날조된 전통'입니다. 북한의 '항일역사'조작은 항일순국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을 능멸하는 처사입니다. 조작된 김일성의 '항일역사'를 후손만대에 걸쳐 물려 주어야 한다는 주장은 조선의 역사를 김일성의 역사로 사유화(私有化)하려는 반(反)민족적인 역사왜곡입니다.

오중 : 이번 사설은 '혁명전통체득'교양자료로, '항일빨치산 참가자들의 회상기'를 추천했습니다. 이 회상기는 김일성독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그의 '빨치산행적''을 날조한 책자들입니다. 북한의 끝없는 '김일성 항일활동 우상화'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1950년대 후반 김일성의 독재권력구축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1950년에 자신이 일으킨 6.25전쟁의 처참한 실패와 소련에서 격렬하게 전개되고 있던 철의 독재자 스탈린에 대한 격하운동이었습니다. 이런 대내외 파고를 극복하고 김일성의 1인 독재와 장기집권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명분만들기'와 시도가 필요했습니다. 김일성은 실제로는 없었던 내용과 사건을 사실인 것처럼 꾸민 '항일유격대 활동'을 '우상화'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웅적 이미지와 독보적 권위를 조작하기 시작했습니다. '항일빨치산 참가자들의 회상기'는 이처럼 김일성의 1인독재체제를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려는 그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철저하게 날조된 책자입니다. 북한은 1960년대 내내 '항일빨치산 참가자들의 회상기'를 정치학습교재로 활용하였습니다. 전 인민을 대상으로 항일유격대식으로 사고하고 생활하는 '유격대원 만들기'에 나섰던 것입니다. 김일성은 '항일빨치산 참가자들의 회상기'를 통해 만들어진 '혁명전통'을 '지도이념'으로 채택하여 북한을 '유격대국가'로 전락시켰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이 '김일성 항일활동 우상화'를 포기하지 않는 한 '정상국가화' 노력은 수포로 돌아갈 것입니다.

중석: 이번 사설은 "김정은의 영도따라 백두의 혁명전통을 옹호고수하고 주체조선의 백승의 역사를 줄기차게 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혁명전통을 계승해 나가는 데서 '김정은의 영도'를 앞세운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은 항일혁명투사들에게 "수령님에 대한 충실성은 의무이기 전에 영예이고 양심이었으며 의리이고 실천"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오늘 우리앞에는 위대한 수령님과 장군님께서 창조하시고 계승발전시키신 백두의 혁명전통을 생명선으로 틀어쥐고 사회주의건설을 힘있게 다그쳐 나가야할 무겁고 영예로운 과업이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주장내용으로 볼 때 혁명전통계승에서 '김정은 영도'를 필수조건으로 강조한 것은 김정은의 통치활동을 '혁명전통 계승활동'으로 치환함으로써 김정은의 '핵무력 정치'에 따른 주민들의 불만을 무마하고 전대미문의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김씨 일가 세습독재정권의 정당성 위기를 혁명전통교양을 통해 극복해보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혁명전통은 1970년 제5차 당대회에서 지도이념의 위치를 상실했습니다. 50여 년 전에 스스로 끌어 내려렸던 '지도이념'을 다시 꺼내 아무리 강조한다 해도 제기능을 발휘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혁명전통교양'에서 "혁명전통의 본질과 내용, 생명력과 귀중성"을 똑똑히 인식시켜 수령의 위대성을 심장마다 쪼아 박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새세대들은 이런 지시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1960년대 김일성주도로 만들어진 혁명전통은 본질도 내용도 모두 조작된 것입니다. 김일성이 항일게릴라활동을 하면서 결성하고 주도했다는 타도제국주의동맹, 반제청년동맹, 조선인민혁명군, 보천보전투 등과 관련된 내용들은 역사적 입증자료가 뒷받침되지 않고 있습니다. 거짓이 들통나면 다시 개작하고 개작과 조작으로 수습이 안될 경우에는 삭제했습니다. 조작의 백미는 김일성 부대가 15년간 10만여 회의 전투를 했다는 주장입니다. 북한 새세대들은 이처럼 황당하고 날조된 내용을 '왜 심장에 쪼아 박아야 하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