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알곡고지 점령위한 ‘모내기 총집중’ 촉구“
2022.05.16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5월 11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올해 알곡고지점령의 돌파구를 열기 위한 모내기에 모든 힘을 총동원, 총집중하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북한이 당면한 가장 절박한 과업은 “인민들의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모내기의 질적 결속은 “단순한 경제실무적인 문제”가 아니라 당의 권위를 보장하기 위한 “중요한 정치적 사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올해 알곡고지를 점령하고 농업생산의 안정과 발전의 기초를 다져야, 인민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어 새 승리를 향해 전진비약해 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인민경제 모든 부문과 단위에서는 “모내기에 필요한 노력과 설비, 물자들을 최우선적으로 보장”해야 하며, 농업위원회와 농업지도기관 일군들은 “주체농법의 요구대로 적기를 바로 정하고, 모를 내도록 필요한 대책과 물질기술적 보장대책”을 철저히 세워 “모내기 일정계획을 드팀없이 수행하도록 작전과 지휘를 실속있게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당조직들은 영농물자의 충분한 보장도 중요하지만, 기본은 “농업근로자들이 당의 사랑과 은덕을 심장깊이 간직하고 쌀독을 책임진 주인으로 본분을 다해나가도록 사상동원사업을 화선식으로 힘있게 벌리는 것”이라며, 모내기 현장에서의 사상선동전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모내기를 “경제실무적인 문제”가 아니라, “당의 권위를 백방으로 보장하기 위한 정치적 사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모내기의 ‘경제적 의미’보다 ‘정치적 의미’를 강조하고 있는데요.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에 의하면, “올해 농사를 잘 짓는 것은 5개년계획수행을 위한 총진군을 힘있게 다그쳐나가는 데서 나서는 절박한 요구”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나 올해 알곡고지를 점령하고 농업생산의 안적적이고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기초”를 착실히 다져야, “사회주의조선의 강용한 기상을 온 세계에 남김없이 떨칠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농업근로자들은 “온갖 사랑과 은정을 베풀어주시는 총비서동지의 하늘 같은 믿음을 다시금 새겨안으며 분발하여 뛰고 또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농업근로자들의 영농활동을 인민들의 식량난 해결을 위한 식량생산증대행위로 보기보다 당과 김정은에 대한 충성표출과정으로 보고 여기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 것입니다. 북한 통치집단은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정치구호로 앞세우고 있는 만큼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최고의 가치를 두고 총력을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무너진 배급제를 회복할 수 없다면 최소한 인민들이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는 길은 마련해주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농업근로자들에게 “영농물자를 보장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상의 포문을 일제히 열고 집중포화, 연속포화, 명중포화”를 들이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의 ‘쌀 만들기 사상전 선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은 ‘쌀 만들기 사상전’의 구체적인 방도까지 제시하고 있는 데요. 당조직들은 “선전선동역량과 수단을 총동원”하여 농업근로자들에게 “사상의 포문을 일제히 열고 집중포화, 연속포화, 명중포화를 들이댐으로써 모내기 현장 어디서나 쌀로써 당과 조국을 받들어온 전세대 애국농민들의 고결한 투쟁정신, 불굴의 투쟁기풍이 차넘치게 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바로 그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자급자족에 필요한 쌀을 생산하지 못하는 이유는 수십년째 계속되고 있는 ‘가물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농업관개체계가 열악한데다, 농작물의 성장과 결실에 필요한 비료와 농약의 부족, 실효적인 농법과는 거리가 먼 주체농법 고수, 농업근로자들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리는 협동농장제도, 농업생산에 대한 자원투입의 절대부족 때문입니다. 이 보다 더 큰 원인은 북한 통치집단의 사고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사상이 쌀을 만든다’는 비현실적이고 비상식적인 ‘사상적 교리’때문입니다. 농업생산부문에서 사상결정론을 폐기하지 않는 한 식량 자급자족 문제는 영원히 풀 수 없는 과제로 남게 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김정은이 “농촌발전의 웅대한 설계도”를 펼쳐주고 “농업전선에 당적, 국가적 힘을 집중”토록 했다며 그의 ‘영도력’을 부각시켰습니다. 북한이 ‘김정은의 농업지도력 띄우기’에 나선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통치집단은 지난해 12월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우리식 사회주의농촌발전의 위대한 시대를 열어나가자’는 의제를 채택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농촌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나 집행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중순부터 시작된 ‘봄가물’에 대한 뚜렷한 대응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기존 대책을 앵무새 처럼 반복하고 있을 뿐입니다. 한편, 농업생산에 아무런 도움이 없는 미사일 발사는 올해 들어 5월 12일까지 16회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25일 무모하게 감행한 열병식으로 인해 코로나비루스 방역망은 무참하게 무너졌습니다. 김정은의 지난 10년에 걸친 핵무력 고도화와 무력시위 일변도 통치의 부작용이 봇물터지듯 겉잡을 수 없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농업부문에 대한 ‘김정은 영도력’ 부각 선전은 그동안 소외되었던 농업부문 일군들과 근로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고, 모내기 노력동원을 극대화하며, 향후 농업 성과 부실에 따른 비난을 모면해보려는 포석으로 해석됩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농업근로자들에게 “온갖 사랑과 은정을 다 베풀어주시는 총비서동지의 하늘같은 믿음을 새겨 안으며 분발하여 뛰고 또 뛰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농업근로자들은 이런 ‘충성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정은 집권 10년 동안 북한의 농촌은 가장 뒤쳐진 분야였습니다. 결국 농업근로자들의 극심한 생활난과 식량부족의 문제는 북한의 ‘절박한 과제’로 부상됐습니다. 북한의 농촌발전은 농업생산수단과 생산물의 소유권을 농업근로자들에게 돌려주는 근본적인 개혁없이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북한 통치집단은 근본적인 개혁없이 사회주의집단농업 틀내에서 주체농법과 노력동원에 의존하는 구시대적인 영농방식을 여전히 고집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안정과 향상을 기대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서 ‘충성요구’에 순순히 따를 농업근로자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