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한국시민단체에 ‘민족자주적인 통일투쟁’ 선동”

서울-오중석, 이현웅 ohj@rfa.org
201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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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통일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북한의 선전화.
조국통일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북한의 선전화.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4월 3일자 6면에 수록된 “민족자주에 평화와 통일이 있다”라는 정세론 해설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서울과 부산, 대구와 대전 등 한국의 전국 각지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이 남북관계 개선과 조국통일 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남북관계와 통일문제는 반드시 ‘민족자주’와 ‘우리민족끼리’ 입장에서 풀어나가야 한다고 선전했습니다.

오중석: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들에게 북한의 ‘통일원칙과 입장’에 따라 통일운동을 전개하라는 것인데요,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네. 이 기사는 “민족자주는 ‘조국통일 3대헌장에 관통되어 있는 기본정신이며 통일운동의 생명선”이라고 그 의미를 규정했습니다. 이어서 “조국통일운동은 ‘전민족적 범위에서 민족의 자주권을 실현하는 위업’이라고 밝히고 있는 데요. 이는 북한 체제의 ‘최종 목적’인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 자주권 실현”과 짝을 이루는 표현입니다. 이 둘은 한반도 전역에서 ‘사회주의혁명을 실현했을 때’ 가능한 것입니다. 그리고 “통일문제는 민족자주의 원칙과 우리민족끼리 입장”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우리 민족끼리” 조국통일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이유로 “자기 운명의 주인은 자기자신”이라는 ‘주체사상의 철학적 명제’를 앞세웠습니다. 한국 역대 정부에서 북한의 “민족자주 원칙과 우리민족끼리 입장”에서 벗어나 외세와 공조하여 진행한 대북조치로 “금강산 관광중단, 5.24조치 발동, 개성공업지구 폐쇄조치”를 지적하면서 이들 조치와 관련하여 한국의 각계는 외세의 간섭을 물리치고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선동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기사는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 문제를 ‘주체사상의 핵심 명제’ 실천 및 북한 체제목표 실현과 결부시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네. 이번 기사를 통해, 북한이 한국 국민들과 해외동포들을 향해 겉으로는 평화적인 남북관계 발전과 통일문제 해결을 외치고 있지만, 아직도 북한이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하는 한반도 전역에서의 사회주의혁명 실현’ 이라는 북한식 통일을 저버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파악되었습니다. 특히 한국의 각계 시민단체들에게 대놓고 사회주의혁명과 동일한 의미의 통일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선동하는 대목에서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이 남북한 간의 ‘통일’의 성격을 ‘분단된 한반도’의 ‘사회구성체’가 갖고 있는 ‘분단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혁명’이라고 규정하고, 한국사회 혁명투쟁과 결부시켜 온 것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과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4.12 판문점 선언과 9.19평양 공동선언을 함께 해놓고, 상대방의 체제 전복을 전제로 하는 통일운동을 선동하는 것은 파렴치한 행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한국 역대 정부의 5.24 조치와 금강산 관광중단, 개성공업지구 폐쇄조치를 ‘외세공조’ 라고 비난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이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을 포함한 모든 대외정책을 ‘한미공조’ 내지 ‘외세공조’로 몰아가는 이유는 한국사회를 “미국의 식민지”라고 보는 ‘외눈박이’ 시각 때문입니다. 북한 입장에서 미국의 ‘식민지 정권’인 한국정부는 무엇을 하든 ‘외세’의 지배와 영향아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편견과 아집으로 인해, 상대방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북한 정권의 사대와 식민지적 성격은 한국보다 더 진했습니다. 한국은 유엔의 합법적인 지도하에 성립됐지만, 북한은 스탈린 정권의 꼭두각시로 태어났습니다. 한미동맹에는 자동군사개입조항이 없지만 조중동맹(북중동맹)은 자동군사개입 조항이 있습니다. 식민지성의 강도는 북한정권이 더 심한 것이 사실입니다. 한국정부의 각종 대북조치는 북한이 인명을 살상한 군사도발과 국제규범을 어기며 실행한 핵실험 때문이었습니다.  ‘외세공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불의로 왜곡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이 “민족자주와 우리민족끼리” 원칙에 입각한 남북관계개선과 통일운동을 선동하고 나선 배경과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정은 정권은 지난해부터 ‘타협적인 핵무기개발전략’을 구사하면서 한국 및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했습니다. 김정은은 회담 직전마다 허겁지겁 중국지도자를 찾아가는 행동을 반복했고 비행기까지 얻어 타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이런 행태는 북한이 생명처럼 주장해왔던 ‘민족자주’나 ‘우리민족끼리’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실망과 함께 큰 충격을 받았을 것입니다. 통치세력들은 주민들의 민심관리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북한에서 통일문제는 대내문제를 잠재우는데 언제나 가져 다 쓸 수 있는 가장 편리한 정세전환 무기입니다. 또한 이번 기사가 한국시민단체들에게 통일투쟁을 선동해 나선 것은 한국 내 친북세력 규합을 통해 소강상태에 있는 문재인정부의 대북협력 정책을 압박하고, ‘평화 및 통일 정세조성’을 통해 대외 경색국면을 돌파하며, 통일문제의 쟁점화를 통해 ‘정상회담전략’의 실패에 따른 주민들의 사상이완분위기를 쇄신해보려는 저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오중석: 이번 정세론 해설 기사가 대내외 독자들과 북한주민들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통치세력들은 정상회담 실패로부터 조성된 주민통제의 불리한 정국으로부터 신속하게 벗어나고 싶겠지만, 성공적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와 경제적 향상에 필요한 지원을 기대했던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민족자주”나 “통일”의 외침이 현실과는 동떨어진 한낮 구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은 지난 70여 년간 “민족자주”와 “통일”을 전쟁과 군사도발, 전시분위기 조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왔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경험을 통해 “민족자주”와 “통일” 구호가 행복한 삶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체득해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정세론 해설 기사는 북한주민들의 피부에 와 닿지 않을 것이며, 북한 정권의 ‘통일정국’으로의 ‘정세전환시도’ 역시 실패할 확률이 높다 할 것입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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