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초급선전일꾼 선전선동활동 지침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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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4월 29일자 1면에 수록된 “선전선동활동을 참신하게 진공적으로 벌려나가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김정은의 업적을 비약적인 사회주의 건설 성과로 빛내여 나가자면 사상전선에서 선전선동의 포성을 더 높이 울려나가야 한다”며, 당 초급선전일꾼들의 선전활동 목표와 방향, 방법에 관하여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하였습니다.

오중석: 북한 정권이 ‘정치사상사업’을 통해 안팎으로 불어 닥친 ‘총체적 난국’을 극복해 보겠다는 것인데요.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네. 이번 사설은 “당 초급선전일꾼들이 김정은의 활동을 비약적인 사회주의 건설 성과로 만들고, 지난번 시정연설에서 제시한 방대한 과업을 실천하는데 인민들의 투쟁이 거침없이 전진하도록 추동하며, 북한의 혁명진지와 계급진지를 철벽의 성새(城塞)로 다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적대세력들이 혁명진지를 허물어 보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선전선동을 강화하지 않으면 혁명진지를 뺏기게 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습니다. “당 초급선전일꾼들은 대중의 정신력을 총 폭발시키는 기폭제, 혁명전진속도를 배가해주는 가속기가 되어 사회주의 건설의 전 전선에서 새로운 앙양을 일으켜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선전일꾼들은 김정은의 ‘문풍’을 따라 배우고, 당에서 강조한 문제와 해결방도, 당 정책과 노선을 당원과 근로자들에게 직선적으로 깨닫게 하며, 대중의 인식능력과 수준, 감정정서를 고려하여 선전선동활동을 전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새로운 지침’도 제시했습니다.

오중석: 북한이 당 초급선전일꾼들에게 새로운 선전활동 지침을 제시했다는 것은 기존 선전활동에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는 것을 시인한 것입니다. ‘새로운 지침’이 어떤 내용으로 되어 있는지, 좀더 말씀해 주실까요?

이현웅: 네. 먼저 선전일꾼들이 ‘해서는 안될 것’들로 “①주입식과 주먹구구식, 천편일률식 방법의 선전선동, ②비현실적이고 과장된 언사로 현실을 미화 분식하는 선전선동, ③대중의 인식능력과 수준, 감정정서를 고려함이 없는 선전선동을 지목했습니다. 그리고 선전일꾼들이 갖추어야 할 자세와 선전기법으로 ①대중의 감정을 삽시에 격앙시킬 수 있는 묘술을 체득하고 ②대상의 특성과 준비 정도에 맞는 사상사업방법을 발굴하여 활용하며 ③군중과 잘 어울려 긍정, 미풍, 혁신의 싹을 찾아서 내세워 주고 ④ 어떤 환경과 정황에서도 유능한 정치활동가가 되어야 하며 ⑤능숙한 언변과 친근한 교감술, 따뜻한 친화력으로 사람들을 감복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금까지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의 대 주민 정치사상사업이 당이 원하는 것과는 달리, 완전히 겉돌고 있었다는 것을 실토한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당 초급선전일꾼들에게 “김정은의 업적을 비약적인 사회주의 건설 성과로 만들라”고 주문했습니다. 이런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네. 이번 사설은 초급선전일꾼들의 선전선동 목적을 ‘김정은의 정치적 업적 만들기’에 맞추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정치적 업적을 선전선동을 통해 실제 있는 것처럼 꾸미라는 것입니다. 선전일꾼들은 그 꾸미는 작업을 실행함에 있어 ‘새로운 지침’을 따라야 한다며, 세부적인 방법까지 제시한 것입니다. 그러나 선전선동을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김정은의 업적’이 주민들의 심금을 울리고 감복시킬 수는 없을 것입니다. 지난 7년간의 김정은의 통치는 핵무기 개발로 경제파탄을 초래하고, 세습독재체제 구축을 위해 수많은 엘리트들을 가혹하게 숙청했으며, 주변 관련국 정상들과 빈번한 정상회담을 개최했음에도 실질적인 관계개선은 없었다는 것으로 압축되기 때문입니다. 주민의 삶의 질이 최악의 상태로 전락한 상황에서 개인숭배에 초점이 맞춰진 선전선동사업은 그 어떤 감흥도 일으키기 어려울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이 현재의 ‘총체적 난국돌파 수단’으로 당 초급선전일꾼들의 ‘정치사상사업’을 들고 나올 수 밖에 없는 데에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 텐데요. 그 배경과 원인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이현웅: 네. 북한 통치세력들은 ‘제2차 미북 정상회담실패’를 북한체제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최대 걸림돌’로 평가했을 것입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대미협상을 통해 핵 문제를 해결하고 체제안전보장과 경제발전의 길을 찾으려던 절박한 과제가 회담전략의 미숙으로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더해 지난 1년간 공들였던 최고지도자의 정치적 성과가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북한은 최고지도자가 입게 된 심각한 타격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절치부심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수령절대주의와 사회정치적 생명체를 강조하는 경직된 통치이데올로기와 자력갱생을 유일한 체제생존방식으로 추구하는 북한체제의 특수성이 ‘정치사상사업을 통한 지도자 업적 만들기’라는 해법 선택을 강요했을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이 향후 북한 주민들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정치사상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북한 주민들의 생각을 통치세력들이 자신들의 구미에 맞게 얼마든지 조작, 통제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또한 북한이 주장하는 가장 효율적인 ‘주민의식 통제방법’은 전장에서 적에게 포탄을 쏟아 붓듯이 ‘집중포화, 명중포화 연속포화’ 방식으로 대 주민 선전선동사업을 전개하라는 것입니다. 주민들의 머리 속에 있지도 않는 지도자의 업적을 거짓으로 만들어 집어넣으라는 이번 사설의 지시는 전체 주민을 상대로 사상적 최면을 걸어 김정은 정권에 열광하도록 만들라는 것인데요. 이런 ‘주민 주술 걸기’는 정치적 죄악입니다. 최근 부쩍 북한 정권이 강조하고 있는 주체사상의 철학적 원리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세계에서 ‘가장 자주적인 사상적 주체’로 선전되고 있습니다. 이런 주민들을 신민적인 ‘수동적 주체’로 만들려는 통치세력들의 행태는 북한이 김정은 정권의 대표적인 구호로 내세우고 있는 ‘인민대중제일주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율배반적인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노동신문의 반(反)인민적인 보도행태를 면밀하게 ‘계산’하고 있을 것입니다.

오중석: 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