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 무력보유’를 제7차 당대회 이후 최고업적으로 평가”

서울-오중석, 이현웅 ohj@rfa.org
2019.05.15
rodong_newspapera_b '수소탄' 실험 소식을 보도한 지난 2016년 북한 노동신문.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5월 8일자 1면에 수록된 ‘위대한 당이 펼친 휘황한 설계도 따라 계속 혁신, 계속 전진하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지난 2016년 5월 6일에서 9일간 개최했던 조선노동당 제7차 당대회 이후 지난 3년간 북한 정권이 이룩한 성과와 업적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제7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휘황한 설계도’에 따라 사회주의강국 위업을 완성했으며, 앞으로도 이 설계도에 따라 계속 전진해나갈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 정권이 제7차 당대회 이후 지난 3년 간 당의 노선과 정책이 성공적으로 실현되고 있다는 주장인데요. 북한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총체적인 어려움과는 동 떨어진 평가로 보입니다. 이런 평가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은 김정은이 제7차 당대회를 계기로 “당을 조직사상적으로 강화하고 온 사회를 김일성-김정일주의화 위업을 다그쳐가기 위한 불멸의 대강을 밝혀주었다”며 칭송했습니다. 지난 3년동안 김정은의 영도로 인해 “당의 위대성과 공화국의 발전잠재력, 우리식 사회주의의 우월성이 만천하에 과시됐으며, 사회주의강국건설위업의 정당성과 승리의 필연성이 확증되었다”고 찬양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평가는 혹세무민(惑世誣民)에 가까운 평가입니다. 김일성은 생전에 “주민들이 이밥(쌀밥)에 고깃국을 먹기 전까지는 당 대회를 개최하자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이밥과 고깃국이 물 건너 간 상황에서 북한 정권이 제7차 당대회를 성과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대 주민 사기’에 가까운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김정은의 업적찬양에 이어 조선노동당의 성과도 높이 평가했습니다. 사설이 선전하고 있는 당(黨)의 성과를 소개해 주시고 이런 선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씀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이 부각하고 있는 당(黨)의 성과로는 “제7차 당(黨)대회에서 제시한 사상과 노선이 인민의 정신력을 분발승화 시켰으며, 웅대한 목표와 과업들은 사회주의강국건설의 승리를 예고하는 특대사변들과 경이적인 성과들이 다발적으로 이룩되는 기적을 가져왔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북한의 “전략적 지위가 최상의 경지에 올라섰으며 적대세력들과의 결사적인 대결 속에서도 병진의 역사적 대업을 성취하고 정세흐름을 주도하는 불패의 강국이 됐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특대사변, 경이적 성과, 병진의 역사적 대업성취’는 ‘핵 무력 보유’를 뜻하는 용어들입니다. 조선노동당이 이룩한 최고의 성과는 곧 핵무기 보유라는 것을 밝힌 것입니다. 그러나 핵무기 보유가 ‘불패의 강국’으로 이어지기 보다는 세계에서 가장 ‘실패한 국가’로 전락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핵무기 보유’를 역사적 업적으로 부각시키고 있지만, 핵 무기 보유로 인해 북한은 정권수립 이후 최대의 체제위기에 직면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위기 극복을 위해 사설이 내놓고 있는 처방을 짚어 주시고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씀해 주실까요?

이현웅: 네. 이번 사설은 북한이 “핵무기 곧 자위적인 전쟁억제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영원한 자주의 성새(城塞), 사회주의의 보루로서 위용을 떨칠 것”이라며 절대로 핵무기를 포기 할 수 없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했습니다. 이런 각오를 들어낸 만큼, 당원과 일군, 근로자들에 대해 강도 높은 내부단결을 요구했습니다. 먼저 제7차 당대회 총화보고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 시정연설의 사상을 뼈에 새기고, 당(黨) 중앙과 사상과 뜻, 발걸음을 함께하며 사상관철전과 당 정책 옹위전의 용맹한 투사들이 될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제7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경제발전 5개년 전략과 ‘자력갱생대진군’으로 요약되는 시정연설의 목표와 계획들은 구체적인 실현방안이 없는 구상에 불과한 것들로, 무엇이 성과인지를 말하기 어려운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그 동안 제7차 당대회의 의미를 “북한체제의 총체적 발전을 위한 ‘휘황한 설계도’의 제시”에서 찾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설은 제7차 당대회 이후 3년의 성과를 김정은 통치력과 핵 무기 보유를 과시하는데 그쳤습니다. 이런 불완전한 평가의 배경과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이 제7차 당대회를 개최했던 2016년 5월은 2013년 2월 3차 핵실험, 2016년 1월 4차 핵실험을 감행함으로써 대외 및 남북관계에서 최악의 시기였습니다. 이에 더해 제7차 당대회 개최 이후 4개월만인 2016년 9월에 5차 핵실험을 추가 도발함으로써 국제사회는 북한에 완전히 등을 돌렸습니다. 유엔안보리의 거듭되는 대북제재는 북한체제를 꽁꽁 동여 맺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조선노동당이 제7차 당대회를 열고 내놓은 체제 발전의 설계도는 처음부터 실행력을 확보한 계획으로 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당시 설계도는 실질적으로 ‘실패를 전제로 한 계획’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북한은 지금이라도 주민들에게 ‘휘황한 설계도’ 실패를 고백하고 핵무기도 내려놓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내년에도 실속 없는 평가만 반복하는 모순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북한 주민들에게 김정은이 행한 제7차 당대회 총화보고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 시정연설 사상을 뼈에 새기라고 촉구했습니다. 이런 주장이 북한 주민들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제7차 당대회 직전에 북한 주민들을 70일 전투에 동원했습니다. 당 대회 이후에는 곧 바로 전 주민을 200일전투에 몰아넣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와 같은 장기적인 강제노력에 동원되면, 마지막 최후 생계수단인 장마당활동마저 할 수 없게 돼, 생활고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됩니다. 이번 사설은,  ‘강원도 정신, 강계정신, 만리마운동’에 지쳐 있을 북한 주민들에게 과거 강제노력동원을 떠올리게 함으로써 주민들의 원성만 살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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