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새로운 ‘시대정신’ 만리마속도 창조운동 독려”

서울-오중석, 이현웅 ohj@rfa.org
2019-05-22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북한이 김정은 체제의 새로운 속도전인 '만리마 운동'을 주제로 한 행진곡 '우리는 만리마 기수'를 제작했다고 노동신문이 2016년 6월 보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된 청봉악단의 공연 일부 화면.
북한이 김정은 체제의 새로운 속도전인 '만리마 운동'을 주제로 한 행진곡 '우리는 만리마 기수'를 제작했다고 노동신문이 2016년 6월 보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된 청봉악단의 공연 일부 화면.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5월 15일자 1면에 수록된 ‘만리마속도창조운동의 불길 높이 사회주의강국건설에서 일대 앙양을 일으키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새로운 대중운동으로 ‘만리마 속도 창조운동’을 전개하자며 “공격적인 혁명정신으로 경제건설에서 새로운 비약과 혁신을 끊임없이 창조하여 사회주의강국건설의 높은 목표를 앞당겨 점령하자”고 주장했습니다. “만리마 속도는 새로운 시대정신, 시대속도이자 조선속도”라며 모든 주민들이 만리마의 기수가 될 것을 촉구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2016년 제7차 당대회 총화보고에서 “유훈 관철 전(戰)과 당 정책 옹위 전(戰)에서 새로운 조선속도와 만리마 시대를 열어 놓았다”고 언급함으로써 만리마 속도 창조운동을 내부적 요인에서 찾았습니다. 이번 사설은 어떤 측면에서 만리마 속도 창조운동을 주창하고 있는지 좀 더 상세하게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네. 이번 사설은 ‘적대세력들의 불법 무도한 제재압박’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최후에 웃는가 보자”라고 적고 있듯이 만리마 속도 창조운동을 외부에서 찾고, 대적(對敵) 의식고취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제국주의, 대국주의자들의 압력과 반(反)당 반(反)혁명 종파분자들의 책동이 극도에 이르고 모든 것이 어려웠던 전후(戰後) 복구건설의 준엄한 시기에 인민들은 ‘천리마를 탄 기세로 달리자’라는 전투적 구호를 높이 들고 일떠섰다”고 밝혀, 대내 노선갈등을 염려한 흔적도 발견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북한이 현재 입고 있는 경제적 타격이 심각하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오중석: 현재 북한이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은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가까운 미래에 해결될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북한 경제가 체제위협요인으로 지속될 경우, 경제발전노선을 둘러싼 내부의 이견과 불만이 노선투쟁으로 촉발되지 않으리란 법은 없습니다. 이번 사설에서 이런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는 내용이 있다면 무엇을 들 수 있는 지 좀 더 소개해 주실까요?

이현웅: 네. 이번 사설은 만리마 속도 창조운동의 실천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데요. 그 첫 번째가 “당의 사상과 노선, 정책을 결사옹위, 결사 관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당의 사상관철 전(戰), 당 정책 옹위 전(戰), 당의 권위보전이 만리마 속도 창조운동의 본질적 내용이고 전개방식”이라고 못 박고 있습니다. 다음은 만리마 속도 창조운동은 “당에 대한 북한 주민의 충정심이 뚜렷이 검증되는 계기”라며, “모든 일꾼과 당원들과 근로자들은 당 정책관철을 생명선으로 틀어쥐고 만리마 속도 창조운동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사설내용으로 볼 때 경제침체가 장기화되고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을 경우 노선갈등과 사상투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북한 내부에 노선투쟁에 나설만한 세력이 별도로 존재하느냐의 여부를 떠나, 북한 통치세력들은 ‘미래 경제붕괴’로 인한 노선갈등이나 사상투쟁이 싹틀 수 없는 환경마련을 위해 ‘만리마 속도 창조운동’을 드세게 펼치고 나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정치사상강국과 군사강국을 이루었지만, 아직 경제강국을 이루지 못해 사회주의강성국가에 이르지 못했다고 실토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경제강국 건설을 위해서는 주민노력동원 방식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리마 속도 창조운동과 같은 대중동원 운동방식의 경제운용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현대 국가의 경제발전은 대외무역과 함께 외교 통상력에 의해 크게 좌우됩니다. 북한이 1950년대에 천리마속도라는 이름으로 노력동원과 사상개조운동을 전개한 것도 전후 복구에 필요한 자원을 중국과 소련으로부터 제대로 조달 받지 못한 외교력의 한계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했습니다. 북한이 만리마 속도 창조운동을 전개해야만 하는 지금의 북한 사정 역시 그와 유사합니다. 그리고 북한 경제가 7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 같이 ‘주민노력동원’에 의지하는 근본 원인은 인민경제를 최소 가치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이 기본적으로 먹고 사는 문제인 경제를 나라의 최우선적인 과제로 놓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최적의 경제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은 출범이래 한 번도 인민경제를 최우선과제로 놓은 적이 없습니다. 사상과 정치를 맨 앞장에 세우고 그 다음에 군사와 전쟁을 우선시했고 인민경제는 항상 정치와 군사의 보조수단으로 취급했습니다. 상부구조가 하부구조에 종속된다는 사회주의원칙마저 무시했습니다. 경제발전을 강조할 때마저도 ‘자력갱생’이상의 관심을 보인 적이 없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전체 주민들에게 1950년대 전후 복구시기에 전개한 천리마운동을 본 받아 만리마의 고삐를 억세게 틀어쥐고 내달릴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한 “동무는 자력갱생 만리마를 탔는가?”라는 물음에 떳떳이 대답할 수 있게 최대의 노력과 최상의 성과를 내라고 독려했습니다. 이런 사설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사회주의경제 전문가들은 “특정 시기에 형성된 경제적 양상이 미래에 영향을 주는 ‘문화적 유산’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번 사설은 “천리마를 타고 속도전의 나래를 활짝 펼치며 혁명의 연대와 연대를 위훈으로 수놓은 세대들이 우리의 투쟁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제하고 “후대들이 추억하고 따라 배울 만리마 대고조시대를 조국청사에 뚜렷이 아로새겨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경제발전은 체제여부를 불문하고 시대에 맞는 최적화된 방법으로 생산력 증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점에서 북한이 과거의 속도전 원칙에 집착하는 태도는 진정한 경제발전계획이나 정책으로 될 수 없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1950년대 천리마운동이 2019년의 ‘만리마 속도 창조운동’이라는 ‘문화적 유산’으로 되살아나 북한 주민들을 얽어 매고 있듯이 지금의 만리마 속도 창조운동 역시 먼 장래의 북한 주민을 대중운동으로 옭아매는 족쇄가 될 것입니다. 경제의 외연적 확장에 초점을 둔 ‘철 지난 대중동원운동’은 북한 경제를 더 깊은 수렁으로 몰아 넣게 될 것이며 북한 주민들의 ‘허리띠 졸라매기’만 반복될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