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결자해지 차원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임해야”

서울-오중석, 이현웅 ohj@rfa.org
2018.05.30
punggyeri_explosion_b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 방식으로 폐기했다. 풍계리 핵실험 관리 지휘소시설 목조 건물들이 폭파 되며 산산이 부숴지고 있다. 이날 관리 지휘소시설 7개동을 폭파했다.
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5월 28일자 6면에 수록된 “우리가 정한 시간표대로 계속 나갈 것이다”라는 ‘논평’기사입니다. 이기사는 북한이 지난 5월 25일 단행한 ‘북부 핵 시험장 폐기’조치와 관련하여 “미국을 비롯한 서방언론들의 열띤 보도로 커다란 국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북부 핵 시험장 폐기’ 조치에 관한 세계 각국 언론의 평가 내용들을 인용하여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은 지난 4월 20일 조선노동당 제7기 제3차 전원회의 결정관철을 위해 자신들이 구상한 시간표를 일관되게 밀고 나갈 것임을 강조하였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지난 5월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외무성 부상 최선희의 미북정상회담 폐기가능성 협박에 대응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취소’를 발표하자, 당일 김계관 제1부상을 통해 ‘회담 계속 추진’ 의사를 밝힌 데 이어, 다음 날 26일 김정은의 요청으로 제2차 남북정상회담까지 개최하는 등 대미 자세를 바로 잡음으로써 우여곡절 끝에 미북정상회담 준비가 재개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후속 입장’이 나왔다는 것인데요. 기사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네. 이번 기사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됩니다.

첫째, 미국의 UPI 통신과 CNN방송, 일본의 교도통신과 NHK방송, 영국의 BBC방송, 프랑스의 AFP통신, 이외에도 중국, 러시아, 인도, 이란 등 세계의 수많은 국가들의 통신, 방송, 신문들이 북한의 “주동적인 핵 시험장 폐기”를 앞다투며 대대적으로 보도함으로써 국제적으로 커다란 관심과 반향을 일으켰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북부 핵 시험장 폐기’결정을 스스로 단행한 것을 세계 각국의 유수한 언론들이 대대적인 관심을 갖고 보도했다는 점을 부각하는데 주력했습니다.

둘째, 북한이 주동적으로 ‘북부 핵 시험장 폐기’조치를 단행한 것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 결정관철을 위한 투쟁과정의 일환”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핵 시험장 폐기는 핵무기 없는 세상 건설을 위해 이바지하려는 조선노동당의 평화애호적인 입장이 엄숙히 천명된 것이며 핵 시험중지를 투명성 있게 담보하는 것으로 된다는 것입니다. 유엔 사무총장도 “북한의 핵 시험장 폐기를 환영하면서 이러한 신뢰구축조치가 현 정세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하였다”는 것입니다. 이로써 북한은 “조선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하여 주변국들과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연계와 대화를 적극화 해나간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해 준 것이라고 선전했습니다.

셋째, 북한의 “핵 시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군축을 위한 과정”으로, “핵무기 없는 평화로운 세계, 인류의 꿈과 이상이 실현된 자주화된 새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 세계 평화애호 인민들과 손잡고 나아가려는 것으로 이러한 확고 부동한 의지는 앞으로도 일관되게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의지는 “누가 뭐라고 하든, 어디에서 어떤 바람이 불어 오든 자신들이 정한 궤도에 따라 자신들의 시간표 대로 나가고 있다”고 강변했습니다.

오중석: 북한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미북정상회담 준비를 앞두고 스스로 ‘핵 시험장 폐기조치’를 높이 평가하는 기사를 내보낸 배경과 그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올해 초, 미국에 체제 안전과 정권 생존을 보장 받기 위해 ‘완전한 비핵화’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정상회담을 하자고 먼저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정의와 내용을 밝히지 않아, 미국은 물론 주변국에 많은 의문을 낳게 하고 있습니다. 이번 미북정상회담 취소 사태를 불러 온 것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애매한 태도와 선명하지 못한 비핵화 이행의지 때문에 불거진 측면이 강합니다. 모두 다 아시는 바와 같이, 미국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CVID)’로 나갈 경우, 체제보장과 경제지원까지 아끼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행정부 인사들과 미국 일부 언론의 북한 ‘비핵화 시나리오’언급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며 정상회담 폐기 가능성은 물론 ‘핵 대결’도 불사할 수 있다는 대미 강경태도로 일관하다가 ‘미북정상회담이 무산될 위기에 직면한 바 있습니다. 북한으로서는 체제생존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상실하게 될 절대 절명의 위기에 처해질 뻔 한 것입니다. 이런 위기 상황이 극적으로 해소되기는 했지만, 북한으로서는 정상회담 성공개최를 위해 좀더 안전한 대미 정세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김계관의 ‘위임에 의한’ 신속한 담화 발표와 김정은의 다급한 제2차 남북정상회담 요구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할 것입니다. 또한 북한은 ‘북부 핵 시험장 폐기 의식’을 전세계에 보여줌으로써 미국과의 비핵화 담판에서 우호적인 여론을 등에 업으려는 계산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취소 발표로 북한이 의도했던 핵 시험장 폐기 의식은 전혀 언론의 홍보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뒤 늦게나마 이를 만회해보려는 의도가 있어 보입니다.

오중석: 북한은 핵 시험장 폐기가 국제적으로 우호적인 관심과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선전하면서, 핵 시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군축을 위한 과정”이며, 북한의 비핵화는 ‘자기들의 시간표’ 대로 나가겠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이런 주장이 미칠 파장과 문제점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현웅: 북한이 ‘핵 시험 중지’를 “세계적인 핵군축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미국과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전면 거부하는 것으로 가장 우려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게 될 경우, 동북아시아는 물론 기존 ‘비핵지대 지역’으로 까지 핵무기 개발 유혹이 광범위하게 확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세계적인 비핵화 추세에 역행하는 것으로 됩니다. 또한 핵 시험 중지를 과대 포장하는 것은 ‘과거 핵’과 ‘현재 핵’에 대한 북한의 입장과 태도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는 것으로 ‘기존 핵 무력을 절대 포기 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 자신이 만든 시간표’ 대로 갈 것이라는 주장은 ‘단계적, 동시적 조치’라는 북한의 기존 비핵화 방식을 고수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북한의 주장은 이전의 입장에서 달라진 것이 없으며, 미북정상회담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할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 핵 문제는 기본적으로 그 책임이 북한에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결자해지 차원에서 ‘완전한 비핵화’ 협상에 허심탄회하게 나서야 할 것입니다. 이 위원님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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