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노동신문 9월 8일자 8면에 게재된 “반제민족민주전선 중앙위원회 선전국이 성토문 발표“제하의 기사 입니다. 이 기사는 지난 9월 7일 북한 대남혁명 전위조직인 반제민족민주전선이 중앙위원회 선전국 명의로 발표한 ‘침략과 분단의 원흉, 불행과 고통의 화근인 주한미군을 단죄한다’는 ‘주한미군 성토문’ 전문을 그대로 전재(轉載)한 것입니다. 북한의 ‘대남혁명론’은 한국에서 사회주의혁명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한미군을 먼저 철수시켜야 한다는 혁명투쟁 전략을 수립해놓고 있습니다. 이런 대남(對南) 혁명투쟁 전략과 전술을 한국 내 친북혁명세력들에게 주입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대남공작 전위조직이 다름아닌 조선노동당 산하 통일전선부 소속의 ‘반제민족민주전선’(반제민전)입니다.
오중석: 북한 통치자들은 비록 비공식적(非公式的) 이지만,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주한미군의 존재를 ‘수용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해왔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기사는 주한미군에 대한 극렬한 비난과 함께 거족적인 미군철수투쟁을 선동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북한의 주한 미군에 대한 입장이 오락가락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그렇습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한 김정은은 지난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한국 대통령에게 주한미군의 존재에 대해 ‘용인’하는 발언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최고 존엄’의 의사와 반하는 ‘주한미군 철수’를 강력하게 주장한다는 것은 ‘반역’에 가까운 일로 북한체제 성격상 상상하기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미군 때문에 한반도가 분단이 되었으며 미군정기 미군의 통치는 일제의 무단통치보다 더 포악했다는 것입니다. 미군이 한반도에 진주한 1945년 9월 8일은 “삼천리 강토의 허리를 동강내고, 겨레의 가슴에 피의 응어리를 남긴 원한의 날”이라며, 일제의 무장해제를 위해 한반도에 들어온 미군의 역할과 위상을 냉전시대의 적대적 시각으로 매도했습니다. 그러나 한반도 분단과 분단 고착화는 해방직후 북한에 먼저 진주한 소련군과 6.25전쟁을 일으킨 북한에 의해 더욱 강고해졌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역사적 사실이 말해주듯이 스탈린의 지시를 받는 소련군정과 김일성은 당시 남북한 모든 ‘민중’이 반대하는 ‘신탁통치’를 찬성하였고, 한반도 통일정부 수립을 목표로 구성된 ‘미소공동위원회’조차 무산시켰던 것입니다.
둘째, 주한미군은 한반도에 핵무기와 생화학무기를 끌어들여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으며, 남북관계 개선과 민족의 화해협력을 가로막고 있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종전선언을 외면하고 선 비핵화와 대북제재에 계속 매달리며, 남북철도연결사업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주한미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현재의 남북 및 미북(美北) 관계의 교착상태 책임을 모두 주한미군에게 뒤집어 씌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에 대한 ‘핵 불바다 위협’과 수십 발에 달하는 탄도미사일 발사를 통해 ‘한반도 전쟁 위협’과 민족공멸의 위기감을 조성한 것은 바로 북한이었습니다.
셋째, 한반도에 “주한미군이 존재하는 한 민중의 불행과 고통, 재난은 절대로 가실 수 업고 통일도 실현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군사적 강점과 지배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주한미군을 반드시 철수시켜야 한다’며 반미투쟁구호 11개를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주한미군이 1949년 말에 철수했다가 다시 한국에 장기 주둔하게 된 것은 북한의 6.25남침과 전쟁실패에도 불구하고 4대 군사노선채택과 제2의 6.25전쟁을 준비해온 북한의 호전성 때문이었습니다.
오중석: 북한이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정상회담 실무책임을 맡고 있는 통일전선부의 산하 조직을 내세워 미국의 대 한반도정책과 주한미군을 성토하면서 대규모 미군철수 투쟁을 선동하는 글을 노동신문을 통해 보도한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현웅: 네. 반제민족민주전선이 성토문을 발표한 것은 9월 7일이며 노동신문이 전문을 그대로 게재한 일자는 9월 8일입니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한국의 특사단이 평양을 방문한 일자는 그 이전인 9월 5일입니다. 북한은 한국의 특사단에 제3차 정상회담 일자를 약속하고 이들이 귀환하여, 방북성과 발표와 회담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토문’을 당(黨) 소속 대남 혁명 전위조직 명의로 발표하고 기관지인 노동신문에까지 수록한 것입니다. 이런 선전선동행태를 고려해 볼 때, 북한의 미군철수 투쟁전략은 전혀 변함이 없다는 것을 한국과 미국 당국에 알리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미국에는 종전선언에 나설 것을 압박하면서, 한국정부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더 협력적인 대북공조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친북혁명세력들에게는 현 시기 투쟁목표와 방향을 제시해 보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오중석: 한국과 미국의 일각에서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대화교착상태가 제3차 남북정상회담 평양개최를 계기로 풀릴 가능성을 점치고 있습니다. 이런 전망과 관련하여 북한의 주한미군 성토문이 남북관계와 미북관계 및 북한에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네. 북한의 이번 미국과 주한미군 성토문 발표는 조선노동당의 선전선동부와 통일전선부의 결정과 지시 없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북한 정권 핵심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북한은 결국 ‘주한미군 철수가 없는 비핵화’는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은 ‘절대적인 안보이익’ 때문에 북한의 이런 전제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종전의 미군철수 논리를 반복하고 있는 한, 남북관계와 미북관계에서 북한이 얻기 원하는 새로운 관계수립이나 대북제재 해제, 경제적 지원 등은 성사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리고 한반도의 경색국면 장기화로 북한의 경제건설노선과 정책도 그 성공을 담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은 지난 4월과 6월, 남북정상회담과 미북정상회담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습니다. 당시 정상회담 내용에 전혀 언급이 없었던 주한미군의 철수를 주장하며, 거족적인 철수투쟁을 선동하는 북한의 행태는 세계적인 고립만 자초하게 될 것입니다. 이 위원님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