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통신] 한반도평화연구원 토론회 "한반도 안보위기 해법은 무엇인가?"

남한의 민간단체인 한반도평화연구원은 22일 서울에 있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반도 안보위기 해법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중국이 핵실험을 한 북한에 대해 전면적인 압박에 나서지는 않으리라고 예상하면서 북한의 김정운 후계 체제에 대해서도 크게 개의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0:00 / 0:00

또 북한이 자신의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핵무기 개발에 나선 만큼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오늘 서울통신은 한반도 위기의 해법을 모색해 본 토론회가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회의실 현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서강대학교의 이근욱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3차 북핵 위기에 대한 이론적 분석'이라는 제목의 주제 발표를 통해 북한이 다른 핵개발 국가와 다른 특이한 점이 자신의 핵개발을 외부 세계에 자랑스럽게 선전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근욱: 북한의 특이한 행동은 무엇이냐, 최근에 들어 북한은 자기 자신의 행동을 항상 미리 광고합니다. 사전에 어떤 행동을 하겠다고 예고를 합니다. 2월 24일 광명성 2호를 발사하겠다고 예고를 하고 4월 5일에 발사합니다. 4월 말 핵실험을 하겠다고 위협했고 5월 말 실제로 감행을 합니다. 이러한 행동 양식은 2006년에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다른 핵보유국들이 핵실험을 하기 전에 사전에 사방팔방 예고한 경우는 전혀 없었습니다. 이스라엘은 자신이 핵폭탄을 가지고 있다고 시인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이 교수는 북한이 핵폭탄을 만든 가장 큰 이유가 북한의 위신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주장했습니다.

이근욱: 마지막으로 보통 학자들이 핵폭탄을 왜 만드느냐고 했을 때 내세웠던 이유가 바로 위신입니다. 자존심을 위해 핵폭탄을 만들었던 나라가 드골 대통령이 집권했던 프랑스였습니다. 북한은 이른바 강성대국으로서 자기 자신의 위신을 위해, 남한과 체제 경쟁에서 완전히 패배한 상황에서 핵폭탄을 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고를 하면 자기 자신의 위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들이 외부 세력에 굴하지 않고 우리가 이와 같은 것을 한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압력에 굴하지 않고 핵실험을 성공했다는 것, 그리고 지난 6월 15일 평양에서 10만 명의 사람을 모아놓고 군중대회를 한다는 것은 북한이 얼마나 위신과 체면 그리고 핵폭탄의 상징에 집착하는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근욱 교수는 현재 북한이 거의 모든 카드, 즉 수단을 소진하면서 남은 선택은 군사충돌이라는 상황을 의도적으로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북한이 국가 위신을 위해 핵폭탄을 만들었다면 이를 포기시키려는 방안도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근욱: 만약에 북한이 위신 때문에, 허영심 때문에 핵폭탄을 만들었다면, 그리고 위신을 축적해서 그것을 어디에다 다시 사용하려 한다면, 우리는 경제 지원이나 군사적 제재를 통해 이를 굴복시키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누구도 물러서지 않는다면 결국은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지금 현재 상황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양쪽 모두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핵폭탄을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 위신이라는 측면에서 이를 강조하고 다른 한쪽인 한국과 미국도 지난번 두 번이나 북한에 속았기 때문에 더는 속지 않겠다는 자존심이 걸려 있는 문제인 것입니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교수는 군사 충돌을 막기 위해 결국 양보는 한국과 미국의 몫으로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다만 결정해야 하는 사항은 한국과 미국이 어느 시점에서 어느 정도를 북한에 양보할 것인가 하는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함께 토론회에 참석해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한 중국의 입장과 대응’이라는 제목의 주제 발표에 나선 최명해 남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중국이 간접적인 대북 압박을 하면서도 북한과 외교적 의사소통을 위해 더 노력하리라고 내다봤습니다.

최명해: 중국은 책임대국으로서 어떤 식으로라도 행동해야 하는데 그 행동 방식은 표면적인 용기 있는 대응보다는 신중한 자제력을 바탕으로 한 균형 잡기를 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어떤 언론인은 앞으로 중국의 대북 압박은 ‘못 박기’ 식이 아니라 ‘나사 돌리기’ 식이 될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북중 간의 교역에 있어서 간접적인 무역 규제, 대북 식량 수출의 양을 조절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원유 공급을 중단한다든지 국경을 폐쇄한다든지 하면 그로 비롯되는 혼란에 대한 책임을 중국이 혼자 져야 하고 북한과 외교 관계 단절까지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을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진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간접적인 압박을 하면서도 중국은 북한과 전통적인 우의라는 기치로 외교적 의사소통을 더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중국은 앞으로 미국과 북한의 양자 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이 보기에 그 외에는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중국 전문가인 최명해 교수는 중국이 북한의 김정운 후계 체제를 인정할지 여부에 관해 중국이 원하는 바는 누가 집권하든 상관없이 북한의 안정화라고 말했습니다.

최명해: 중국은 북한 정권과 김정일 정권을 구분합니다. 중국이 원하는 바는 북한 정권이 안정되길 바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반드시 김정일 정권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점입니다. 누가 권력을 승계하더라도 최후의 승자가 중국이 되도록 공작을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김일성이 사망했을 때 중국의 강택민이 김정일에 대한 지지 표명을 강하게 한 후 등소평에게 야단을 맞았다고 합니다. 중국은 내부 문제에 관여하지 않는다, 그러나 누가 승자가 될지 어떻게 아느냐, 대신에 대대적인 식량원조를 해라, 누가 세력을 잡든 간에 최후의 승자는 중국이 되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또 그럼으로써 중국이 북한 최고 지도부와 우호 관계를 유지해야 북한을 관리하는 최소한의 수단을 확보하고 이 수단을 확보해야 중국의 외교적 역할 공간이 생긴다는 주장입니다. 지금 중국이 북한 정권을 조건 없이 지지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북한 정권과 김정일 정권을 구분하기 때문에 남한과 중국 사이에도 한반도의 장래 문제를 논의할 때 여기서부터 공감대가 생길 수 있다고 봅니다.

한편 한반도평화연구원 원장인 윤영관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교수는 토론회 개최에 앞서 개회사를 통해 서해상에서 남북한 간 국지적인 군사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게 하는 예방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윤영관: 국제 정치의 역사를 보면 당사국 정치 지도자들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위기가 발전돼 분쟁에 이르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전형적인 경우가 1차 세계대전입니다. 당시 1914년 9월 오스트리아 황태자의 암살로 위기가 시작되었을 때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고조됐습니다. 당시 최고의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 지도자와 일선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군과 정확하고 신속한 의사소통의 가능성 여부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이처럼 서해상의 충돌과 같은 국지적 충돌이 의도하지 않은 분쟁으로 확대되어 나가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충분한 장치가 마련돼 있는지 국민으로서 대단히 궁금하게 생각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