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인권 실상을 짚어보는 '사람 사는 길', 지난 시간에 이어 탈북 작가 최진이씨를 만나봤습니다.
최진이: 내가 한국으로 탈출한 것은 인간으로서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왔을 따름이야, 가끔가다 내가 지금 북한에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면 소름이 쫙 끼쳐요.
최진이씨는 탈북 과정을 그린 ‘국경을 세 번 건넌 여자’를 출판했습니다. 올해는 고난의 행군, 즉 식량난 시기에 생겨난 신조어들을 모아 단행본으로 내고 김일성 정권 이후의 북한 현대사 집필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평양 출신인 최진이씨는 김형직 사범대학 작가 반을 졸업하고 월간 조선문학에 시를 발표하면서 조선작가동맹 시 분과에서 활동했습니다. 그는 결혼한 지 3년 만에 평양 추방령을 받고 청진 역 등을 전전하며 만성적 기아와 명령과 복종만이 있는 북한사회에 절망한 나머지 탈북을 감행했습니다. 그는 북한에 있을 때 늘 공기가 밀폐된 상자 안에 있는 것 같이 가슴이 답답했다며 남한에 와서 그런 증상이 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최진이: 북에서 있을 때는 항상 심장이 답답하고 그런데 한국에 오니 그 밀폐된 상자 곽이 제거된 것 같았어요 그리고 북에서 입은 이런 증상들 때문에 심적인 치료기간이 오래 갔어요. 그런데 지금은 하나하나 회복되어 가고 있는데...
최진이씨는 자유세계에서 살아보니 지금 자신이 북한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최진이: 살인적인 사회에요. 지금도 가끔가다 내가 지금 북한에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면 소름이 쫙 끼쳐요. 그렇다고 해서 한국사회에서 돈을 쌓아 놓고 사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때는 애 우유 값 만원이 없어 여기저기 아는 사람에게 꾸어달라고, 책 나오면 책 주겠으니 만원만 달라고 하니까, 그 사람이 황당해 한 적도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비도 못하죠.
그는 소련영화 '백야'의 주인공이 자유를 갈망하는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했다며 자신의 처지와 너무 일치되어 평생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최진이: 남자 발레리나가 미국에 도망갔다 오니까 자기 연인은 큰 극장 주인이 되었죠. 미국에 도망친 남자 보다 더 큰 성공을 한 것입니다. 이 사람은 비행기 사고로 다시 소련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미국으로 다시 도망을 하기 위해 애인한테 같이 가자고 하니까 자기는 못 가겠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 애인이 하는 말이... 넌 자유국가에 갔다면서 돈도 없고 앞으로의 전망도 시원치 않지 않느냐고 하니까, 그 사람이 참 멋진 말을 하죠.
난 그 사회에 돈을 벌려고 가거나 명성을 날리려고 간 것이 아니다. 난 춤꾼이다. 춤을 추고 싶어 간 것이다. 넌 자유를 맛보지 못했으니 자유가 얼마나 귀한지 모른다 하면서 끝내는 탈출하죠. 그 장면을 보고 "맞아, 맞아" 내가 한국으로 탈출한 것은 명성을 떨치러 온 것이 아냐, 돈 벌러 온 것이 아냐, 그냥 인간으로서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왔을 따름이야... 너무도 일치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야! 문학이 이렇게 위대하구나, 참 좋았어요.
최진이씨는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서 숨어사는 동안 불안과 공포의 나날 속에서도 틈틈이 자신의 생활과 생각들을 기록한 것이 바로 '국경을 세 번 건넌 여자'를 쓰게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진이: 제가 탈북해서 두 달 만에 다시 북한에 가서 애를 데리고 나왔거든요. 애를 데리고 목숨을 건 사투에서 다시 건너와서 그 다음에 한 1년6개월 중국에서 고생스러웠죠. 그때 웬만큼 인내성이 없고 신념이 없다면 도로 (북으로) 가겠어요. 한국에 오고 싶어 한다고 해서 다 온 것은 아니거든요. 그 과정에 얼마나 많은 희생자들이...잡혀가고 죽고, 팔려가고...그중 선택된 사람들을 하나님이 쓰임새가 있어 보내신 것이죠. 이것도 나 혼자만 살라고 보낸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그 뜻에 내가 최선을 다해 보자는 생각이 들어요.
그는 ‘국경을 세 번 건넌 여자,’ 이 책이 많이 팔리는 것 보다는 남과 북의 중립적인 입장 에서 객관적인 진실을 전달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다 보니 남한사회 전반에서 쓰임새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최진이: 독자들에게 아부하면 독자들을 잃게 됩니다. 하나원에서도 원장님이 보시고 좋다고, 교육용으로 하겠다고 해서 책을 구한 것 같아요. 북한관련 대학 교수님들이 교재로 쓰시겠다고 서울대에서 왔었고. 북한을 알리는 제일 신용이 있는 CEO, 최고경영자 클럽의 독서모임이 있는데 거기서도 초청해서 얘기도 나누었습니다. 북한하고 남북경협 하면서 자꾸 북한 사람들과 마주치는데 그 사람들을 모르겠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 책을 보니 감이 잡히더라고...
그는 남한사회에서 적응하고 뿌리를 내리는 자신이나 탈북자들이 이제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남북한을 생각해야 된다고 말했습니다.
최진이: 저도, 탈북자들도 보면 객관적인 입장에서 북한을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는 부분들이 약하다 하는 것을 많이 느껴요. 어떻게 북한 문제를 얘기해야 북한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고 남북한 화해에 도움이 되나 하는 입장이 아니고 개인감정, 집단이기주의에 편중되어 안목이 없어요.
이와 함께 남한사회에서 살다보니 이제는 탈북자들에 대한 하나하나 의문들이 풀려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진이: 한국 사람들 하나같이 “탈북자들, 너희들 성공해야 돼, 성공해야 돼," 자꾸 압박을 가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러지 말라, 여기서 태어난 사람들도 50-60년씩 살아도 부도나고 나가자빠지고 하는데 그런데 북한에서 온 한국물정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성공하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 죽으라는 소리와 같지 않느냐" "이 사람들, 이 사회에서 죽지 않고 사는 것만 해도 성공"이라고 그러니까 "맞는 말" 이라고 해요.
최진이씨는 앞으로 남한사회에서 하고 싶은 일 들이 너무 많다며 우선 앞으로 출판될 책들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선 북한에서 말하는 ‘고난의 행군’ 시기에 나온 새로운 말 들을 모아 단행본으로 낼 것 이라고 밝혔습니다.
최진이: 북한 식량난 시기를 저는 ‘고난의 행군’ 시기라고 말 안 해요. 북에서는 ‘고난의 행군‘이라고 말하는데 기분 나쁜 것이 항일 시기에 고난의 행군을 부여한 이름인데 이는 북한 당국자들이 저희 잘못을 기만하는 수법이라 그것이 싫습니다. 그래서 저는 식량난 시기라고 했어요. 식량난 시기에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새로운 신조어 들이 많이 탄생 했어요. 예를 들면, 가두가두 끝이 없는 가두, 이 말 무슨 말인지 모르죠. 가두는 직장에 안 나가고 인민반에서 생활하는 여자예요.
그런데 이 여자들이 식량난 시기에 돈은 없고 시장에 나가 아무 것이라도 팔고 하니까... 국가에서 보기에는 상행위, 즉 자본주의 온상이니까, 이것을 없애려고 계속 이 여성들을 동원시키는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나가 판을 벌이고 하니까, 간부들이 마지막에는 가두가두 끝이 없는 가두라고....
최진이씨는 이런 신조어들을 500여 개 수집해 그것을 사전식으로 뜻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쓰였는지 초고 작업 중이고, 이것을 단행본으로 엮을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김일성 정권 이후의 북한 현대사 집필을 계획하고 있다며 이는 북한 안에 있는 사람이나 남한 사람들은 다룰 수 없는 탈북자의 몫이라고 말했습니다.
최진이: 김일성 정권 잡은 후부터 북한은 마치 김일성이나 김정일이 움직여 온 것처럼 말하는데 사실 김일성이나 김정일은 하나의 배역에 지나지 않았어요. 그 사람들을 움직여간 힘이 있거든요. 그래서 외부나 내부의 영향을 받은 힘들, 그것들을 하나씩 부각 시키고, 그것들을 하나씩 파헤치려고... 이것은 북한사람들은 내부에 있기 때문에 못해요. 한국이나 외부에서는 모릅니다. 외부에서 자유롭게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자료를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은 탈북자의 임무일 수밖에 없습니다.
워싱턴-이원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