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왕조의 실체] 김정일 출생을 둘러싼 비밀

워싱턴-이수경 lees@rfa.org
2009-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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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그의 여동생인 김경희 노동당 경공업부장이 어린시절 함께 찍은 사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그의 여동생인 김경희 노동당 경공업부장이 어린시절 함께 찍은 사진.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일 일가와 관련한 소식은 말해서도 들어서도 안되는 일급 비밀입니다. ‘김씨 왕조의 실체’ 시간을 통해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는 북한 지도자들의 권력 유지와 사생활 등과 관련한 소식들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출생을 둘러싼 비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출생년도가 공개된 것은 1974년 2월, 당시 본격적으로 권력을 잡은 김정일을 위해 북한 전역에서 ‘출생 33주년 축하전보문 발송운동’이라는 운동이 대대적으로 전개되면서부터입니다. 그 운동을 계기로 김정일의 생일은 1941년 2월 16일이라고 외부세계에 알려졌습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후 1982년 2월, 조선중앙방송은 ‘지도자 동지의 40회 생일을 맞이하여’라는 기사를 슬그머니 내보냈습니다. 언뜻 보기에 이 기사는 크게 주목할 것 없는 평범한 기사지만 김정일의 출생이 조작됐다는 결정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방송은 전년도인 1981년에도 같은 내용의 ‘40회 생일’ 방송을 내보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2년 연속 김 위원장이 40회 생일을 맞았다고 보도함으로서 김 위원장의 출생년도를 1941년에서1942년으로1년 늦췄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입니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이 자신의 출생년도를 인위적으로 조작한 배경은 무엇일까요? 김 위원장을 연구해온 ‘김정일 리포트’의 저자인 손광주 데일리NK 편집국장은 김 위원장이 생일을 느닷없이 1942년으로 늦춘 것은 고 김일성 주석의 출생 연도인 1912년과 끝자리를 맞추기 위해서이며, 아버지 김 주석과 끝자리가 같은 해에 성대하게 축하식을 열어 후계자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했습니다.

손광주: 김일성의 출생 연월일이 1912년 4월 15일이니까 자신의 생일은 1942년으로 하면 정확히 30년 차이가 납니다. 김일성이 70회 생일을 맞으면 자신은 40회 생일을 맞고, 대를 이어 혁명을 완수한다 그런 개념에서 정치적으로 상징 조작한 것입니다.


즉 북한에서는 10년, 20년과 같이 꺾이는 해를 대단히 중요시 하고 있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생일을 1년 늦춤에 따라, 김 주석의 70회 생일에 김 위원장은 40회 생일을 맞았고, 2012년 김 주석의90회 생일에 김 위원장은 60회 생일을 맞을 수 있게 되었다는 설명입니다.

김 위원장이 자신의 신격화 우상화를 위해 출생과 관련해 조작한 일은 생일뿐만이 아닙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백두산 밀영의 한 귀틀집에서 태어났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이것도 명백한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김 위원장은 1941년 2월 16일 러시아 하바로프스크 근교 비야츠코에서 태어났습니다. 러시아측 자료에 따르면, 김 주석은 만주에서 항일 빨치산 활동을 벌이다 일제의 공격을 피해 1940년경 하바로프스크 소련군 영내로 옮겨왔고 이곳에서 1945년 광복 직전까지 머물렀습니다. 이 때 김정일이 태어난 것입니다.

한국에 망명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도 저서에서 김 주석이 1930년대 말에 소련으로 넘어가 99특별교도여단에서 생활할 때 김정일이 출생하여 그 이름을 러시아식으로 유라라고 불렀으며 둘째 아들도 슈라라고 불렀던 사실은 누구나 다 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황 비서는 또 저서에서 “이 사실은 기억도 생생하다. 김일성이 어느날 빨치산 출신들을 불러 백두산 밀영자리를 찾아보라는 지시를 내리자 어느 누구도 찾질 못했다. 그러자 김일성이 직접 나서 경치가 좋은 곳을 찾아내 '여기가 밀영지였다'고 지적하고 그 뒷산을 ‘정일봉’이라고 이름지어 주었다. 그 뒤에 거대한 화강석 바위를 구해다가 거기에 엄청나게 큰 글자로 ‘정일봉’이라고 새기고 그것을 산봉우리에 올려다 붙이는 큰 공사를 진행하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황 비서는 이어 김 주석이 1930년대 말에 소련에 들어갔다가 1945년 9월에 처음으로 평양에 들어왔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인데 어떻게 1942년에 백두산 밀영에서 김정일을 낳을 수 있냐며 이것은 역사적 위조라고 지적했습니다.

손광주 편집국장은 김 위원장이 자신의 출생을 조작한 일은 항일 역사와 연계해 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라고 지적했습니다.

손광주: 백두산은 성스러운 산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백두산에서 태어났다고 해야만 항일 운동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김일성은 중국에서 동료들과 항일 빨치산 해 왔는데 후에 북한은 김일성이 독자적으로 백두산에서 항일운동을 펼쳐왔다고 날조를 했기 때문에 김정일이 백두산에서 태어났다고 해야 말이 맞기 때문입니다.


해외 언론들은 최근 김 위원장의 차기 후계자 문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에서도 논란이 되자 김 위원장은 일단 자신은 오래살 수 있다며 후계자 문제를 논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김 위원장이 이미 자신의 셋째 아들인 김정은을 후계자로 점찍었으며 그를 차기 지도자로 만들기 위해 은밀하고 조용하게 후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은 앞서 김일성 주석에 이은 김 위원장의 세습을 정당화하고 신격화하기 위해 근거 없는 일들을 조작한 것 처럼, 앞으로 김정은을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 또 어떤 우상화 작업을 진행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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