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왕조의 실체] 김정일의 건강

워싱턴-이수경 lees@rfa,org
2010.02.22
매주 보내 드리는 ‘김씨 왕조의 실체’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수경입니다. 오늘은 김정일의 건강에 대한 얘기를 전해드립니다.

김정일의 건강이 나쁘다는 소식은 2008년 여름, 처음 불거졌습니다. 김정일이 2008년 8월부터 공개활동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지자 국내외 언론들은 혹시 그의 건강에 이상이 생긴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김정일이 이후 해마다 참석해오던 9월 9일 북한의 정권수립 기념일 행사에마저 나타나지 않자 전세계 주요 언론들은 그때부터 김정일의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는 보도를 본격적으로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 타임스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김정일이 뇌졸중을 맞았다는 기사를 일제히 타전했으며 프랑스 언론은 김정일의 뇌졸중을 치료하기 위해 프랑스의 뇌전문 의사가 평양을 방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본 언론은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이 아버지를 치료해 줄 이 프랑스 의사를 초청하기 위해 직접 파리를 방문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김정일 건강에 대한 소문은 꼬리를 물어 심지어 남한에서는 김정일의 사망 임박설과 김정일 이후의 후계자 문제에 대한 보도가 잇따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김정일 건강 이상설에 대한 의혹이 커져가자 당시 남한의 정보당국은 이례적으로 김정일의 건강과 관련한 정보를 공개했습니다. 남한의 국가정보원은 비공개 보고를 통해, 김정일이 뇌졸중 또는 뇌일혈로 보이는 순환기 계통의 질환으로 2008년 8월 14일 이후에 수술을 받았고 이후 회복중에 있다며 관련 소문을 확인한 것입니다.

북한 당국도 김정일의 건재를 증명하기 위해 처음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북한 외교관 등을 내세워 이를 극구 부인하더니 이후 김정일의 활동 사진들을 관영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사진에 나타난 김정일의 모습을 살펴보면, 김정일은 지난해 초 머리카락도 많이 빠지고 현저하게 수척해 보였으나 같은해 8월 미국인 여기자 석방 문제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는 모습을 통해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김정일의 나이를 고려할 때 나빠진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기는 힘들며 따라서 김정일이 건강 문제를 고려해 후계자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북한 김정일과 후계자 문제를 연구해온 남한 세종연구소 정성장 수석 연구위원의 말입니다.

정성장: 김정일의 건강 상태는 뇌졸중은 회복됐지만 당뇨 합병증으로 신장 기능이 악화돼 혈액 투석 치료를 받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혈액 투석 치료를 받고 나서는 상당히 호전됐다가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건강이 안 좋아져 침체한 모습을 보이고 한 주간에도 상태가 좋아졌다 나빠지는 상태를 반복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김정일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일의 와병설은 과거에도 여러차례 있었습니다. 김정일이 심장병과 관절염 고혈압 등의 증상이 있다는 소문은 오래 전부터 회자됐고 평소 배가 나오고 비만에 가까운 체형때문에 건강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의혹을 받아온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일년에 한두번씩 꼭 불거지는 김정일 사망설은 이제 놀랍지도 않습니다.

북한내 소식통과 긴밀한 연락을 취한다는 남한의 어느 탈북자에 따르면, 북한과 중국 국경지역에서도 해마다 적어도 한번씩은 김정일이 사망했다는 소문이 돈다고 전했습니다. 이 탈북자는 북한체제가 통제돼 있기 때문에 확인할 수 없는 소문이 많지만, 김정일의 건강 이야기는 북한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이니 만큼 국경지역에서 언제나 중요한 화젯거리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얼마전 68회 생일을 치룬 김정일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값비싼 희귀 약재에 의존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연합뉴스는 지난 17일자 보도에서 믿을만한 정부 소식통을 인용한 정보라며 김정일이 코뿔소 뿔과 웅담, 사향 등 구하기 힘든 값비싼 약재를 이용한 치료법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 관계자가 2008년 이후부터 약재를 사기 위해 북경을 두번이나 방문했고,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도 북경에서 약재를 사는 데 약 61만 달러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연합뉴스는 그러면서 웅담이나 코뿔소의 뿔, 사향과 같은 약재는 모두 뇌졸중에 효과가 있으며, 특히 코뿔소는 멸종위기에 처해있는 동물로 한국에서 코뿔소 뿔 한개에 5천 달러에 거래되고 있고 사향의 경우 1g에 90달러에 팔린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동의사 출신으로 일명 김일성 만수무강연구소라고 불리는 기초과학연구원 산하 묘향산요양소 약국장으로 근무했던 탈북자 허창걸씨는 김정일은 오래전부터 자신과 가족들의 무병장수를 위해 최고의 의료진으로 구성된 별도의 연구소를 운영하고 이와 함께 값비싼 약재와 그리고 건강 식품 등을 즐겨 먹어 왔다고 증언했습니다.

허창걸 : 사향이나 웅담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중앙당에 김정일을 전담하는 전문 부서가 있습니다. 세상에서 좋다는 것은 그곳을 통해서 다 가져다 먹지요. 귀한 것은 모두 위로 올라가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허 씨는 이 같은 값비싼 약재가 이미 뇌졸중을 한번 앓은 김정일의 건강에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김정일은 올해로 68세로 누구나 나이가 이쯤 되면 건강을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허창걸: 김정일의 지금 상황은 병이라는 것이 한계가 있습니다. 옛날 왕들이 좋은 약이 없어서 죽었겠습니까? 한계가 있습니다.

김정일의 건강과 관련한 사실들은 지금도 여전히 나쁘다 혹은 회복됐다라는 보도가 반복되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서방의 지도자들이 자신의 건강함을 증명하기 위해 크고 작은 수술은 물론 진료 기록까지 공개하는 것과는 달리 북한의 경우 지도자와 관련한 모든 일들이 극비에 부쳐져 있기 때문이 이같은 소문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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