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왕조의 실체] 12월은 김정숙 우상화의 달

워싱턴-이수경 lees@rfa,org
2009-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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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24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어머니인 김정숙의 90회 생일을 맞아 생일 기념 중앙보고대회가 열리고 있다.
2007년 12월 24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어머니인 김정숙의 90회 생일을 맞아 생일 기념 중앙보고대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주 보내 드리는 ‘김씨 왕조의 실체’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수경입니다. 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일 일가와 관련한 소식은 말해서도 들어서도 안되는 일급 비밀입니다. ‘김씨 왕조의 실체’ 시간을 통해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는 북한 지도자들의 권력 유지와 사생활 등과 관련한 소식들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은 김정일 위원장의 생모 김정숙의 우상화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매년 12월 25일은 서양 최대의 명절인 크리스마스 즉 성탄절입니다. 올해도 성탄절을 앞두고 지구촌은 축제와 환희로 가득합니다. 북한 주민들도 12월에는 바쁜 시간을 보냅니다. 북한에 성탄절은 없지만 대신 12월 24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고 사령관으로 추대된지 18돌이 되는 날이자 김 위원장의 생모인 김정숙의 생일이기 때문입니다.

김정일의 생모 김정숙은 1917년 12월 24일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났습니다. 김정숙은 다섯 살 때 간도로 이사 갔다가 부모 형제와 사별했습니다. 김정숙이 김일성 주석을 만난 것은 그녀가 1931년 항일투쟁에 가담한 뒤 1935년 김일성이 창건했다는 ‘조선인민혁명군’에 입대하면서 부터입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김정숙은 1941년 김일성과 같이 활동했던 빨치산 1세대 최현의 주선으로 상관인 김일성과 결혼했고, 이듬해인1942년 2월 16일 러시아에서 장남 김정일을 낳았습니다. 북한 당국은 김정숙이 당시 김일성을 도와 만주와 백두산과 무산, 두만강 일대에서 독립운동에 참여해 혁혁한 공을 세웠다며 '위대한 어머니'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탈북자 최상호 씨의 말입니다.

최상호: 김정숙이도 김일성하고 똑같이 우상숭배하고, 아주 자유로우시고 (자애로우시고)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어머니, 탁월하고 모든 것에 뛰어난 천재처럼 숭배하고 있죠. 김정숙이가 김일성과 함께 항일 무장 투쟁에 함께 따라다니면서 같이 위험한 고비 많이 넘겼다고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적 자료나 당시 같이 활동했던 인물들의 증언에 따르면, 김정숙은 직접 작전에 참여했다기 보다는 부대 안에서 밥 짓고 빨래하는 등 일반적인 빨치산 여성들이 했던 역할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유호열 교수는 김정숙에 대한 우상화는 그녀가 공이 있어서가 아니라 김 주석의 본처이고 김 위원장의 생모라는 후광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유호열: 김정숙씨가 실제로 한 역할보다는 김일성 부대에서 일을 하다가 김일성과 결혼을 해서 김정일을 낳았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높이 평가하는 것이고, 실제로는 김정숙이 보통의 일반적인 빨치산 여성 활동가이지 않았나, 개인의 혁명 역량은 확인할 자료가 없습니다.

김정숙은 김일성과의 사이에서 장남 김정일과 어려서 사망한 둘째 만일, 그리고 경희 이렇게 3형제를 낳았습니다. 김정숙은 김정일이 8살 되던 해 자궁 외 임신으로 네번째 아이를 낳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망 당시 김정숙의 나이는 32살이었습니다.

모친 김정숙의 죽음은 어린 김정일에게 적지 않은 정서적 영향을 미칩니다. 김정일은 후에 김정숙을 백두산 3대 장군 가운데 하나라고 선전하며 모친에 대한 유별난 집착을 보입니다. 김정일은 아버지의 권력에서 벗어나 1인 지배체제가 확고해지던 90년대 후반부터 김정숙의 우상화 구축을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김 위원장은 김정숙의 생일인 12월 24일을 자신의 생일인 2월16일과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과 함께 북한의 가장 중요한 3대 기념일로 지정했습니다. 각 부대와 관공서, 그리고 가정에 김일성, 김정일의 초상화와 함께 김정숙의 초상화가 나란히 걸리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김정숙에 대한 우상화는 최근 김정숙의 가족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앞서 김정숙의 남동생 김기송에 대해서는 일제에 대항한 소년 혁명가라며 어느 정도 우상화 작업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김기송 외에 김정숙의 다른 가족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김정숙은 어려서 부모를 잃고 남동생과 함께 어려운 생활을 했기 때문에 특별히 우상화할 가족도 없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새로 출판된 북한의 교과서에 김정숙의 부모님, 즉 김정일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새롭게 등장했습니다. 북한의 새 교과서에는 김정숙의 아버지 김춘산은 김일성의 아버지 김형직이 조직했다는 '조선국민회'에 가담해 만주를 오가며 항일 독립운동을 펼쳤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올해 초 김정숙의 고향인 회령을 사상 처음으로 방문하고 김정숙에 대한 충성심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민주화 위원회 손정훈 위원장은 김 위원장이 차기 후계자 체제를 확고하게 구축하기 위해 김일성의 가계에 이어 김정숙의 가계 역시 혁명 가정임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손정훈: 제가 북한에서 교육을 받을 때는 김정숙의 부모님이 어렵게 살았고 일제 시대 때 남의 집 머슴 살다가 일찍 죽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김정숙의 부모들까지 나라에 이바지 했다는 것은 역사에 대한 거짓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결국은 김정일이 후계자 문제 때문에 자기 가문을 미화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북한은 올해 김정숙 생일에도 우상화 교육과 기념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어 보입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모처럼 쉬는 명절인데도 김정숙 우상화를 위한 '충성의 노래 모임'에 참여하느라 바쁘다고 합니다. 주민들은 이 모임을 위해서 12월 초부터 조직별로 노래와 공연 연습을 시작한다고 알려졌습니다.

지구촌 한 쪽에서 성탄절을 즐기는 시민들의 신나는 노래소리가 이어지는 동안 북한에서는 온 나라가 김정일 가족의 우상화를 위한 ‘충성의 노래’가 울려퍼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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