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왕조의 실체] 좨기밥 먹고 쪽잠자며 모은 비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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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보내 드리는 주간 기획 '김씨 왕조의 실체' 시간입니다. 오늘은 김정일의 비자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북한이 심각한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에 감춰져 있는 김정일의 개인 비자금이 다시한번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천안함을 도발한 북한에 대해 새로운 대북금융제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추진하는 이번 대북금융제재의 주안점은 북한의 불법활동을 지원하는 자금이동의 차단입니다. 즉 북한의 무기거래와 위조지폐의 유통같은 불법활동과 관련한 북한 기업과 개인들의 계좌를 은행들이 동결하도록 해서 북한이 이 자금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한다는 방침입니다.

현재 북한은 전세계 12개 나라에 위치한 은행 17곳에 모두 37개의 계좌를 갖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의 1718위원회/대북제재위원회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은행들의 계좌는 대부분 중국과 유럽 국가에 있습니다.

이처럼 중국과 유럽 지역의 은행에 있는 북한 계좌에는 김정일의 비자금도 상당부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김정일은 약 40-50억 달라의 비자금을 스위스나 룩셈부르크, 리히텐슈타인 등 해외 은행에 분산시켜 숨겨놓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이같은 사실은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이 지난 2000년 기준으로 김정일 위원장이 스위스 은행에 약 43억 달러 상당의 비자금을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히면서 세상에 공개됐습니다.

당시 CIA의 발표가 나오자 내외신 언론들은 미 정보 당국이, 스위스에서 김정일의 비자금을 관리해 오다 1990년대 말 미국으로 망명한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의 실질적인 부인 고영희의 여동생 고영숙 부부로부터 김정일의 스위스 비밀계좌에 대해 이같은 정보를 얻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후2006년에는 김정일 위원장이 여전히 약 40억 달러상당의 비자금을 스위스 은행에 숨겨 놓고 있다는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의 불법 자금 문제에 정통한 미국의 데이빗 얘셔 전 국무부 자문관은 앞서 가진 자유아시아방송과 회견에서 김정일이 가진 해외 비밀계좌의 규모와 내역은 김정일 외에는 누구도 확인할 수 없지만 그가 수십억 달러의 비자금을 감춰두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말한바 있습니다.


David Asher

: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밀계좌에 대해 누가 확실히 알 수 있겠습니까? 스위스 은행당국이라도 비밀계좌라면 그 존재를 잘 알지 못할 수 있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우리가 옷을 갈아입는 것만큼이나 자주 이름을 변경하고 또 수많은 허위 금융거래를 통해 자금을 은닉해 왔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북한 주민들로부터 빼앗았다는 점입니다.

김정일의 비자금이 국제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것이 합법적인 방법으로 모은 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금지하고 있는 달러 위조와 마약, 가짜담배 판매, 보험사기, 돈세탁, 무기거래 등 온갖 불법 행위로 외화를 벌어들여 이를 개인 자금으로 전용해 온 것입니다.

북한의 불법적인 외화벌이는 이미 여러차례 국제사회에서 적발되면서 드러난 바 있습니다. 미국 의회조사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0여 년간 북한의 외교관들이 헤로인, 코케인, 필로폰, 아편 등을 밀매하다 모두 15개 나라에서 적발된 사건이 50여건 이상 있었습니다. 북한은 또 유명 상표의 담배와 의약품을 위조해 연간 1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도 있었습니다. 특히 전 세계에서 유통되고 있는 초정밀 위조 달러의 상당 부분이 북한에서 제조됐다고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2005년 마카오의 ‘방코델타 아시아’ 은행에 예치한 2천 5백만 달러가 불법자금세탁의 혐의로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은 이유도 당시 그 자금이 바로 북한 당국이 해외에서 불법행위로 벌어들인 외화를 돈세탁하기 위해 사용했던 구좌임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또한 북한은 세계적으로 가난한 국가입니다. 북한의 경제는 1990년대 이후 추락해 90년대 중반에는 수백만 명이 굶어 죽는 기아를 겪었고 식량난은 오늘날까지 계속되어 국제사회의 지원이 없이는 주민들이 먹고 살길이 막막한 상황입니다. 북한의 외화 보유고는 바닥을 치고 있어 식량이나 비료, 에너지를 외부에서 사올 형편도 못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지도자 김정일이 40억 달러에 달하는 외화를 개인 자금으로 해외 은행에 숨겨 놓고 있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낀다는 게 탈북자들의 말입니다.

탈북자

: 우리가 당에 바치는 충성의 외화벌이라고 해서 70년대부터 피땀 뽑았는데 우리 북한에 있을 때 비자금만 풀면, 1년에 1억 달라면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는 거 다 알았습니다. 그런데 김정일한테 40억 달라 있다는 것 알 사람들은 알았습니다.

김정일은 늘 인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돌보느라 좨기밥을 먹으며 쪽잠을 잔다고 선전해 왔습니다. 최근 김정일은 아직도 북한 주민들이 이밥에 고깃국을 먹지 못하고 강냉이 밥을 먹고 있는 것이 가슴아프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겉으로는 인민들을 걱정하는 발언을 하면서 아무도 모르게 개인 자금을 숨겨놓은 김정일은 과연 어떤 지도자인지 역사적 평가는 반드시 뒤따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