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북한-33] 존 박(John Park) 미국평화연구소(USIP) 선임연구원 "장마당 늘어날수록 북한 주민은 더욱 더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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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미국의 유수한 연구기관인 미국평화연구소에서 한반도 문제를 전담하고 있는 존 박(John S. Park) 선임연구원으로부터 북한이 당면한 최대의 문제와 그 해결 방안에 관해 들어봅니다.

박 선임 연구원은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서 북한 핵문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북한 전문가로 <월스트리트 저널>, <파이낸셜 타임스>, BBC, CNN 등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언론에 한반도 현안에 관한 견해를 활발히 개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박 선임연구원은 미국평화연구소가 한국문제의 중요성을 감안해 발족한 '한국실무단'(Korea Working Group)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고, 미국 정부의 해당 관리들과 북한 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현안에 관해 종종 비공개 토론회를 열고 있어 미국 정부의 대한반도 정책에 정통하다는 평을 듣습니다.

존 박 선임연구원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경제난 극복과 후계체제작업을 비롯한 수많은 도전에 직면한 '문제투성이의 나라'로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의 지도부가 국민의 복리보다는 정권의 생존에 더 치중하는 한 북한의 미래도 암울하다고 봅니다.


Dr. John Park

: If you're looking at the direction that the Kim Jong Il regime wants to head into, it's their future. Frankly it's a future that looks very specifically...

“우선 김정일 정권이 가고자 하는 방향부터 살펴본다면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들의 미래에 관한 것이다. 솔직히 그런 방향은 아주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김정일 정권의 건재와 생존을 위한 것인데, 이는 북한 일반 주민의 열망하고 희망하는 미래와는 아주 다른 것이다. 북한 지도부와 북한 주민은 서로 아주, 아주 다르기 때문이다. 좀 더 부연해보면 북한 지도부가 가고자하는 방향은 안정적이고 궁극적으론 후계자를 성공적으로 구축하는 길이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이 차질 없이 이뤄지려면 김정일 정권의 재정과 경제가 튼튼해야 한다”

문제는 현재 김정일의 후계자로 지목된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이 성공적인 부자세습을 통해 차기 지도자로 나설 경우 북한 주민들이 지금보다 더 잘 살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인데요. 이 점에 관해 존 박 선임 연구원은 다소 부정적입니다. 김정은이 정권 기반을 위태롭게할 수도 있는 경제 개혁에 나설 수 있느냐도 불확실하지만, 그런 개혁을 고위 지도부가 지지할 수 있겠느냐 하는 점도 의문이라는 겁니다.

Dr. John Park

: As you're related to the general people, it's really linked to what type of economic reform on a country-wide basis...

“후계체제 문제를 일반 북한 주민과 연관시켜 보면, 북한 전역에 어떤 형태의 경제개혁이 나올 지와도 연관돼 있다. 만일 김정은이 정권을 잡은 뒤 소위 중국식 혹은 다른 형태의 전반적인 경제개혁을 시도할 경우 그가 과연 얼마나 효율적이고 성공적으로 그런 정책을 펼칠 수 있을지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 왜냐하면 설령 개혁이 성공하는 상황 속에서도 초기 단계는 상당히 변화가 많기 때문에 불안정한 시기가 도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전반적인 개혁을 하려 할 때 과연 고위 지도부가 지지를 보낼지도 두고 봐야겠지만 설령 김정은이 개혁 결정을 내린다 해도 그에 대한 지도부의 지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존 박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이 설령 경제개혁이라는 담대한 결정을 내리고, 지도부가 지지 의사를 표시한다 해도 경제 개혁에 따른 여러 난제들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관해선 다소 부정적입니다. 즉 개혁을 하겠다고 공약하는 것과 그런 공약을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건 다른 문제라는 겁니다.

Dr. John Park

: A host of dangers, but it also requires a lot of capabilities to manage to adjust and eventually to carry through economic reforms...

“경제 개혁을 하려면 정치적 위험도 따르지만 동시에 개혁을 잘 관리하고 조정해 실현해낼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북한을 나른 나라들과 비교하는 건 늘 어렵지만, 전국적 규모의 경제개혁이 실시된 나라들을 보면 개혁을 이룩하는 데 통상 10년 이상 걸린다. 문제는 젊은 김정은이 이끄는 지도부가 과연 개혁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이다. 북한 정권을 떠받치고 있는 엘리트의 욕구 측면에서 이 문제를 볼 필요도 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은 이중 경제체제를 갖고 있는데 하나는 권력층을 위한 궁정경제요, 다른 하나는 내각에 의해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 일반경제이다. 그런데 북한 주민을 위한 일반경제에 대한 관리가 엉망이고 실패한 정책이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해 하순 나온 화폐개혁이 실패한 것을 보라. 그걸 봐도 북한 지도부와 김정은, 장성택에겐 건전한 궁정경제를 유지하는 게 최우선 과제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이 전반적인 경제개혁을 진지하게 추진할 의지가 있다면 과연 일반 경제의 변혁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이 중요한데, 일반경제 부문에선 지난 몇 년 단 한 번도 성공 사례를 본 적이 없다”

한마디로 북한 지도부 입장에서 볼 때 설령 정권이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넘어간다 해도 지금처럼 북한 지도층이 자기들의 권익만을 위하는 궁정경제에만 신경쓰고 일반 북한주민들의 복리를 담당할 일반 경제를 등한히 하는 한 희망은 없다는 게 존 박 선임연구원의 지적입니다. 이런 가운데서도 존 박 선임 연구원이 근래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중국과 접경한 함경북도 일대의 변경 무역이 성행하면서 그 지역 북한 주민들의 삶도 크게 나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박 선임연구원은 이런 형태의 경제 행위를 ‘밑바닥 경제’(bottom-up economy)라고 규정합니다. 이런 경제활동은 밑바닥 주민으로부터 자생적으로 생겨난 경제이기에 그만큼 일반 주민들이 시장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많기 때문에 특히 중요하다고 박 선임연구원은 지적합니다. 만일 위에서 이런 경제를 지시했다면 밑바닥 경제처럼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박 선임연구원은 말합니다. 위에서 지시하는 경제는 우선순위가 정해져 있어 장마당처럼 기능할 수 없고, 밑바닥 경제에서처럼 많은 혜택이 일반 주민에게 돌아갈 수 없다는 겁니다.

박 선임연구원은 지적한 ‘밑바닥 경제’, 혹은 장마당 경제는 1990년대 중반 북한에 사상 유례가 없는 대기근이 발생한 뒤 주민들이 더 이상 국가배급체계에 의존할 수 없게 되자 살아남기 위해 처음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장마당이 이처럼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시작했지만 일부 북한 관리들이 장마당을 ‘돈벌이 기회’로 인식하면서 장마당을 단속하기는커녕 오히려 보호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박 선임연구원입니다.


Dr. John Park

: From some perspective it's a threat to the state because...

“장마당 행위는 다른 관점에서 보면 국가에 대한 위협이기도 하다. 당국이 통제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런 경제활동이 늘어날수록 국가 통제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사태발전은 지방 관리들이 이런 경제활동에 적극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점인데, 이게 최근 나타난 현상이다. 북한의 국가 공무원들은 지금도 배급을 받는다. 그런데 북한 정부도 관리들이 자신들의 배급 식량을 장마당에다 팔아 많은 돈을 벌고 있다는 점을 파악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보위부 요원들은 북한 주민들 가운데 남한의 탈북자 친지들로부터 돈을 받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들을 단속하기 보다는 오히려 이들로부터 정기적으로 매달 일정량의 돈을 뜯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보위부원들은 장마당이 잘 굴러가던 초기에는 모든 걸 압수하고 관련자들을 처벌하자는 생각이었지만, 그렇게 하면 자신들의 고정 수입원이 사라진다는 걸 알았다.”

박 선임연구원은 탈북자들의 말을 인용해 북한에선 장마당이 서는 곳마다 관리들이 나타나 자신들의 배급식량을 팔아 이득을 취하고 있다면서 장마당을 추적해보면 개인적 영리를 취하기 위해 이런 행위에 가담하는 관리들을 발견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북한에서 이처럼 일부 관리들이 장마당 경제에 참여하고 있고, 이들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마찬가지인 장마당을 보호하는 순기능을 감안해볼 때 장마당이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일반 주민들에 대한 보호망도 넓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다시 말해 장마당을 통해 북한 주민들은 문제가 생겨도 뇌물 등을 통해 단속 요원들로부터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장마당은 북한 주민을 보호하는 일종의 ‘인적 안전망’(human security)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외부세계에서 북한 주민을 도와줄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으로 북한에 비정부 기구들이 더 진출해 더 많은 북한 주민들이 장마당 경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라고 박 선임연구원은 강조합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미국평화연구소 존 박 선임연구원의 견해를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