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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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지난 1일부터 나흘간 미국 대통령 집무실인 백악관 앞에서는 납북자들의 생사확인과 빠른 송환을 촉구하기 위한 납북자 이름 부르기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 행사에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 납북자 8만 3천 명의 이름이 호명되고 세계 언론과 현지 시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냈지만 납북자들은 여전히 대답이 없습니다.

납북자들의 생사확인과 빠른 송환을 촉구하기 위해 9월 1일부터 나흘간 미국 대통령 집무실인 백악관 앞에서 열린 납북자 이름 부르기 행사 - RFA VIDEO/노정민

따뜻한 햇살이 내리쬔 지난 1일. 백악관 앞 라파엣 공원에서는 하얀색 상의를 맞춰 입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남한 국민들을 비롯해 일본인과 전 세계 각국의 납북자 8만 3천여 명의 이름을 부르기 위해 모인 미국 내 인권단체 “희망을 위한 납북자구조센터(ReACH)”와 남한의 “피랍탈북인권연대” 관계자,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이었습니다. 납북자 한사람 한사람의 이름을 한 순간도 쉬지않고 모두 부른다는 것이 이번 행사의 핵심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납북된 모든 사람들을 기억하고, 이들이 속히 각자의 조국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염원하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배재현 피랍탈북인권연대 이사장입니다.

배재현: 이번 행사는 8만 3천 여명의 엄청난 납북자들, 또 다른 나라에도 많이 있지만 그 납북자들의 가족들이 얼마나 고통스럽겠는가... 57년 내지 30 여년.. 8만 7천 명의 납북자 가족들이 그동안 고통당한 것 그것을 본인 아니면 모르죠. 다 외면하고 있어요. 한국 정부에서도... 너무 관심을 안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여기서 크게 외쳐보자.

"We are calling out their names one by one to remind ourselves that the freedom of the abductees is precious.... (이름부르기....)"

12시부터 시작된 피랍자 호명하기.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동포 이창복씨를 시작으로 3박 4일간의 일정에 들어갔습니다. 백악관 주변을 구경하는 미국인과 세계 각지의 관광객은 가던 길을 멈추고, 이색 집회를 바라봅니다. 80000만 명 이상의 무고한 국민이 북한으로 납치됐다는 팻말의 글을 읽으며 심각한 표정을 짓기도 했습니다.

이후 밤 12시가 다 되어가는 늦은 밤. 행사장을 다시 찾아가는 길에 길거리를 걸어가고 있던 납북자구조센터(ReACH)의 아사노 이즈미씨를 만났습니다. 어디 가는 길이냐고 묻자 화장실을 찾아 헤메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밤새 납북자들의 이름을 호명하기 위해서는 식사도, 수면도 백악관 앞 공원에 마련된 행사장에서 다 해결해야 합니다. 낮에는 그래도 자원봉사자들이 있지만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녘에는 아사노 대표와 배재현 이사장만이 홀로 남아 외로이 납북자들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캄캄한 어둠속에 풀벌레 소리만이 들릴 뿐 세상은 고요하지만 한 명 한 명 납북자들의 이름은 울려 퍼집니다.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래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답변만이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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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손전등을 들고 납북자의 이름을 부르는 모습 - RFA PHOTO/노정민

(기자: Aren't you hard? you look very tired.) 아사노: Yes. I am tired. But I'm trying. I think I have to do. 네 피곤합니다. 하지만 계속 해야죠. (기자: 오늘 밤 새세요?) 배재현: 뭐 조금 조금 자야겠죠. 2시 3시 쯤 되면 많이 졸음 오면 이런 데서 앉아서 좀 자던가....

그래도 이 일에 동참하는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있기에 두 대표는 힘이 납니다. 한인 일가족 7명이 모두 행사장을 방문해서 이름을 불러줬는가 하면 직접 음식을 해서 건네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또 일본인 자원봉사자인 유이치로 후지야마 씨는 늦은 밤 자신의 아들을 데리고 나와 납북자 이름 부르기에 동참하기도 했습니다.

후지야마: (We explain (to son) what's the happening, (the abductee) could be your aunt, my wife.)

"아들에게 납북자들의 실상황을 설명한 적이 있었습니다. 얼마 전 제 아들이 요코타 메구미 납북사실을 다룬 "납치" 라는 영화를 보고 난 뒤, 그것을 친구들에게 소개하면서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리고 강제적인 아닌 자발적으로 이 행사에 동참하게 된 것입니다."

후지야마씨의 아들은 납북자들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물론이고,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친절히 내용을 설명해 주기도 했습니다.

아사노: (but people stop by and ask question, take picture... many of them like tourists came from different states...)

"이 곳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관광객들입니다. 미국의 다른 주에서,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죠. 그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물어봅니다. 그리고 사진도 찍고, 집으로 돌아가면 주변 사람들에게 이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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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손전등을 들고 납북자의 이름을 부르는 모습 - RFA PHOTO/노정민

실제로 늦은 밤, 거리를 지나던 한 외국인은 아사노씨에게 많은 것을 물어보며 납북자에 대해, 그리고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독재정권과 굶주린 북한의 현실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한 편에서는 납북자의 이름이 한 명 한 명 불려 지면서 밤은 깊어갑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름을 부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납북자의 현실을 알리고, 납북자 송환이라는 결실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오는 10월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에서 납북자 송환 문제가 정식으로 제기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각 나라 외국인들에게 받은 서명 하나하나는 큰 의미입니다.

배재현: 지난 가는 사람들 사인을 받아보니까 세계 각국 사람들이 다 있어요. 헝가리 사람, 에콰도르, 나이지리아, (기자: 미국 사람들도 많네요?) 미국 사람들도 많고... 이게 우리의 목적이었습니다. 온 세계에 이 사실을 알린다는 것, 그 소기의 성과를 어느 정도 거뒀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도 이런 문제를 부각시켰으면 좋겠는데, 전혀 그렇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서울에 있는 단체들도 모여서 남북 정상회담 의제로 넣어달라고 촉구하고 있고...

그렇기에 이 서명들은 남한의 대통령 집무실인 청와대로도 보내질 예정입니다.

"Let's shout return them, return them, return them.... thank you."

지난 4일 오후 6시 51분. 드디어 3일 6시간 51분 만에 총 8만 3천 4백 여명의 모든 납북자의 이름이 다 불려졌습니다. 희망을 위한 납북자구조센터(ReACH)의 아사노 이즈미 대표는 긴 여정을 마친 소감을 감사함으로 대신합니다.

아사노: (I can not express my feeling, I appreciate for all people, just say thank you so much. I think this is just beginning, we really want to keep it.)

"이 순간의 감격을 뭐라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이번 행사는 단지 시작을 뿐입니다. 앞으로 납북자 문제 제기는 지속적으로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이렇게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납북자 이름 부르기는 끝이 났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변화로 와 닿는 것은 아직 없습니다. 밤이 새도록 납북자들의 이름을 불러봤지만 그들의 대답은커녕 생사조차 알 길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들. 한 번의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닌 어느 순간에는 꼭 해결되어야 하는 민족의 아픔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배재현: 하루속히 8만 3천 명의 납북자들이 각자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고, 앞으로 납치 같은 문제는 제발 세상에서 없어졌으면 좋겠어. 이번 아프가니스탄 납치 같은 것 얼마나 쓰라렸습니까. 그런 일 앞으로는 전혀 없기를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