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박성우 parks@rfa.org
이미 만성화되어 버린 식량난으로 북한은 지금도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에 북한 노동자들의 생산력도 크게 떨어져 경제도 곤두박질 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보자는 시도로 한나라당의 정형근 의원이 지난 9월4일 평화재단과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법을 입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토론회에는 평화재단의 법륜 이사장과 좋은벗들의 이승용 조사부장, 대통합민주신당의 이화영 의원,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의 이종무 소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먼저 북한은 왜 만성적인 식량난에 시달리는지를, 그리고 왜 매년 홍수 피해가 되풀이되는지를 법륜 스님이 인사말을 곁들여 설명합니다.
법륜: 10년 전 제가 봤던 떼기밭의 모습은 아무런 변화없이 그대로 보였구요. 이것이 북한 전역 산이 이 모양이니까. 똑같은 비가 와도 북한에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연례행사처럼 돼 버렸습니다. 저는 이런 데서... 계속 지원하자는 게 아니라 한시적으로라도 그들의 배고픔으로 인해 빚어지는 수많은 아픔과 비극을 종결시키고 그들의 노동력이 건전하게 사용되도록 하고, 조기수확으로 식량 생산량 떨어트리는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그들이 필요로 하는 식량을 몇 년간은 제공해야 되지 않느냐...
대북 지원단체인 <좋은벗들>의 이승용 조사부장은 북한 식량난을 수치를 인용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이승용: 북한은 만성적으로 300-350만톤 밖에 수확을 못하는데. 최소 아사를 면하려 해도 430만톤이 필요하고, 종자나 식품 가공량까지 포함하면 북한은 500만톤 가량의 식량이 늘 필요합니다. 자체 생산량보다 최소 150-200만톤 가량이 더 필요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우리가 한시적으로 식량을 100-150만톤 정도 2-3년 정도 꾸준히 지원하면 조기 수확도 없어지고 사회적 안정도 가져 올 것입니다.
한나라당의 정형근 의원은 남한 정부가 조사를 하고도 북한을 자극할 수 있어 발표하지 않은 자료라면서 북한의 식량난과 의료보건 실태를 적나라하게 공개합니다.
정형근: 90년대 중반 이후 만성적인 건강부족으로 주민들의 영향상태가 크게 악화돼 있고, 거듭되는 자연재해의 여파로 북한 주민들의 보건 의료 환경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사실상 위기 수준입니다. 작년에 저희들이 파악한 2005년 탈북자 건강조사 결과 보고서는 국내 보건 당국이 최초로 1,070여명의 탈북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으로 북한 주민의 건강상태와 북한의 보건의료 실태를 파악하는데 매우 중요한 자료인데... 북한은 대홍수 이후인 1995-2000년에 콜레라, 장티푸스 등 제1군 전염병의 전국적 유행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지금도 성홍열이라든지.. 이런 것이 굉장히 창궐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당국에서 조사하고 북한을 자극할까 싶어서 발표하지 않은 그런 자료였습니다.
현재 북한의 의료체제는 평양 등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거의 붕괴된 것으로 추정되고, 약을 사려면 평양에서도 야시장에 가서 사야 되는 그런 형편입니다. 더욱이 북한의 보건의료체계 붕괴는 성장기 아이들의 발육에도 장애가 되고 있는데, 특히 14세 미만에서는 신장이 16센티, 체중은 16킬로나 (남한 어린이들과 비교할 때) 차이가 있어서 정말 민족적인 문제여서 심각합니다. 북한은 작년 수해 이후 홍역, 성홍열, 장티푸스, 콜레라 등 전염성 질병이 한 겨울에도 발병했지만, 의약품 대신에 사실상 발병 지역 인원을 격리시키는 것 이외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는데... 수해 피해로 올해도 이같은 사태가 재발될 것으로 전망이 됩니다.
식량난으로 북한 주민들의 건강이 나빠진 상태에서 수해로 인한 전염병 창궐로 상황이 최악으로 접어드는 바로 이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서 정형근 의원은 한시적으로 북한을 집중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정 의원은 5년간 한시적으로 남한 정부 예산의 1 퍼센트, 즉 올해 기준으로 1조 5천억원 상당을 대북 인도적 지원에 쓰도록 한다는 법안을 발표합니다.
현재 남한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액은 남북협력기금의 20 퍼센트 안팎인 연 3천억원 가량입니다.
정형근: 식량, 농업, 보건 의료 등 인도적 지원이 절실한 부분에 대해서는 일정기간 안정적 지속적 지원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북한 주민에 대한 임시조치법, 간결하게 말해서 인도적 지원법을 제안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재원은 어찌 마련할까. 정형근 의원은 기존 남북협력기금을 늘리거나 재대로 활용하면 될 거라고 말합니다.
정형근: 저는 우선 안정적 재원조달을 위해 남북협력기금의 확충을 우선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남북협력기금 집행에서 주먹구구식 지원의 방만한 기금 운영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기금 집행의 투명성을 높이고, 효율성과 계획성, 자금 운영 문제를 개선한다면, 현재 연 1조 5천억원 정도 조성되는 남북협력기금의 상당 부분을 인도적 사업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정형근 의원은 하지만 대북 지원에 있어서는 투명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임을 강조합니다. 군사적 전용 등을 막기 위해섭니다.
정형근: 북한 당국 또는 기관에 직접 전달되기 보다는 감시되고 투명한 경로로 수행되어 영유아, 아동, 노인, 임산부 등 전체적으로 취약계층에 우선적으로 지원이 되어야 하며, 취약계층이 북한 어디에 있든 모든 취약 계층에 지원이 되도록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선공후득식 대북 지원방식이 아닌 직접 분배의 투명성과 사후 실태 조사를 하여 국회에 보고 하도록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특히 국회가 지원 물품의 용도 이외에 군사적 용도로 전용되는 등 그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게 되거나 정부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인도적 지원사업이 중단될 경우, 인도적 사업의 중단 또는 재개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해, 정부가 주도하는 인도적 사업에 대한 적절한 국회, 즉 국민의 통제가 필요합니다.
북한을 지원하는 돈은 모두 남한 국민들의 세금임을 감안할 때 투명성 확보는 필수사항이라는 게 토론회 참석자들의 일치된 생각입니다.
하지만 체제유지가 목적 중 하나인 김정일 정권이 과연 북한 구석구석을 남측 인사들이 돌아보며 지원 물자가 투명하게 전달되는지를 확인하게 할 것인가. 바로 이 문제가 최대 관건이라는 게 토론회에 참석한 대구대 법대 최철영 교수의 지적입니다.
최철영: 지금 북한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통계나 현장 접근성... 이런 걸 담보해 내야 된다...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북한이 그부분에 합의해 주지 않으면 법안을 만들지 않을꺼냐... 또 법안 만들었는데 상대방이 그걸 하게 안해주면 어떻할 거냐... 처음부터 사문화된 법률로 놔 둘 거냐... 이런 고민들을 하셔야 된다는 거죠.
바로 이런 점을 고려해 세계식량기구 등이 북한과 합의한 투명성 재고를 위한 국제적 기준을 북한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토론회에 참석한 박주민 변호사는 말합니다.
박주민: 그러한 기준이면 우리가 안 받아 버리겠다... 북한이 그러면 어떻게 할 거냐... 그래서 이런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북한과의 대화가 필요한 거 아니냐... 이런 생각을 해 봤구요. 북한은 국제기구들로부터 식량을 받으면서 국제기구들이 내세운 분배 기준에 대해서는 충실히 따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그 정도의 기준을 요구한다면 북한도 특별하게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다.. 또 그 정도면 어느 정도 투명성이 보장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북한이 투명성을 보장한다고 해도 북한이 5년 동안 남한의 집중적 지원을 받게 되면 과연 식량 수급 사정이 정상으로 돌아 올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됐습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 운동본부의 이종무 소장입니다.
이종무: 북한에 대해서 우리가 지원을 할 때, 지원의 효과에 대해서 우리가 한 번 생각을 해 봐야 됩니다. 북한이 인도적 위기로부터 벗어난 정상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저는 안 된다고 봅니다. 왜냐면 북한은 현재 단기간 집중적으로 지원되는 것에 의해서 자신들의 체제들을 개건할 수 있을만한 시스템과 토대 자체가 없습니다. 정확하게 지원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과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면서 지원을 해야지 제대로 된 지원 효과를 낼 수 있다.
열띤 토론에 이어 잠시 휴식을 가진 참석자들은 그간 대북 강경 발언을 쏟아 내온 정형근 의원이 왜 이 같은 대북 지원 방안을 내 놓는지에 대한 정 의원 자신의 설명을 듣게 됩니다.
정형근: 신 대북정책이라든지... 제가 북한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 일부 우익분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말도 듣고 있습니다만, 저는 기본적으로 60년대, 70년대, 그리고 지금의 남북관계는 바뀌어져야 된다고 봅니다. 많은 간첩사건을 제가 직접 조사했고, 최근 대형 간첩 사건의 8-90퍼센트를 조사한 접니다만, 국력이나 여러 가지 주변환경 변화와 관련해 남북정책은 변화하고 바뀌어야 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대통합민주신당의 이화영 의원은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채택해 주면 정형근 의원의 대북한 인도적 지원법안을 오는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도록 돕겠다고 말했습니다.
9월 1일 시작된 정기국회가 100일 회기 기간내 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지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힘들 수도 있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정형근 의원은 다음 국회에 가서도 이 법안은 꼭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정형근: 시기가 촉박하다... 적절한 지적입니다. 다만 저는 이 법을 통과하기 위해서 당론으로 삼고, 여당에서 적극 찬성하신다고 하시기 때문에, 설득해서 여야 합의가 된다면 이번 국회에서도 통과될 수 있고. 만약 안되면 다음 18대 국회나... 원구성 되려면 6-7월이 될텐데... 충분히 시간이 있기 때문에, 국민이 공감하고 여야가 공감한다면 언제든지 통과할 수 있는 법이라고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