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이진서 leej@rfa.org
남한 입국 탈북자들은 탈북과 강제북송 그리고 제 3국 등 탈북 과정에서 육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많은 충격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정신적인 충격을 극복하지 못하고 남한에서 최근 한 탈북여성이 자살을 해서 그 아픔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RFA 주간기획 “어찌 됐나요”, 이 시간에는 이 탈북여성의 자살사건에 대해 알아봅니다.
최근 남한에서 30대 중반의 한 탈북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여인은 탈북과 강제북송의 과정을 네 번이나 거듭하며 남한에 입국한 경우여서 그가 그렇게 원했던 남한 땅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일부 남한 언론은 이 여인이 중국에 두고 온 아이를 만나려고 중국방문 비자를 신청했지만 중국 영사관 측에서 방문 신청을 거절해 아들을 만날 수 없게 되자 비관한 나머지 자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현재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들은 탈북자 정착지원 시설인 하나원이 있는 경기도 안성을 본적지로 해서 주민번호를 받기 때문에 많은 탈북자들이 생년월일 이후 주민번호의 숫자가 동일하게 표기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이번 탈북여성의 비극은 남한에서의 탈북자 정착지원 등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북한정권의 강제북송 뒤 행해지는 고문 등 인권유린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탈북자 최청하씨는 말합니다.
최청하: 아이 때문에 자살 한 것도 아니고 우울증이 와서 자살을 한겁니다. 중국에 있는 아이가 6살인데요. 이 분이 중국에 있으면서 네 번이나 잡혀 나갔어요. 북한에 네 번씩 끌려가서 북한에서는 살 수 없는데... 그래서 정든 고향과 친척들을 다 두고 왔는데... 북한에서는 탈북 했다고 잡아다가 때리고 함남도 구류소까지 끌고 갔다고 합니다. 그랬다가 겨우 살아 나오고 했는데... 그러다 보니까 굉장히 북한에서 고문도 받고 했는데 그로부터 우울증이 시작된 겁니다. 그래서 사방 머리도 아프고 온몸이 쑤시고 해서 계속 병원 생활을 했고...
남한 경찰청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며 남한내 탈북자들의 친목도모를 목적으로 하는 숭의 동지회 사무국장 최청하씨는 탈북여성의 이번 사건으로 탈북자들이 남한입국까지 육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고난을 극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강제북송 당했을 경우 탈북자들의 경험하는 고문 등의 후유증은 남한입국 뒤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최청하: 실지 우리들이 중국에 넘어와서 또 여기까지 와서도 밤에 꿈을 꾸고 하면 계속 북한에 잡혀가는 꿈만 꾸고 하니까.. 남자들도 이러니까 여자들은 오죽하겠습니까? 이런 것이 정신적인 질환을 가지고 왔다고 봐야하겠죠. 그러다가 점차 안정이 되면서 생활을 해나가는데 이것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계속 앓고 있고 ...
이렇게 여러 가지 심적 고통 속에서도 최청하씨는 자유를 찾아 남한에 간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새로운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이번 탈북여성의 죽음을 놓고 남한정부의 탈북자 정책이 잘못 됐기 때문에 이런 사건이 발생했다는 등의 주장을 펴는 일부 민간단체들의 문제 제기는 잘못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최청하: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의 방향전환이라는 것이 힘듭니다, 와서 겪어 보니까 이속에서 생존경쟁을 뚫고 살아남는 다는 것이 힘든 것만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노력하면 되는 것이고...한국의 수많은 국민들이 다 그렇게 살아가고 있고 우리도 한 발짝 한 발짝 배워 가자면 다를 것이 없겠고 앞으로 많은 한국행을 기도하는 탈북자들이 이렇게 살아가야 할 겁니다.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들의 자살 사건은 현재까지 비공식 적으로 모두 세 건이 있습니다. 지난 1994년과 2002년 탈북 대학생의 사건 그리고 이번입니다. 현재 남한입국 탈북자 만5q백 여명 중 사고 세 건이면 극히 적은 숫자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생명을 놓고 볼 때 단 한사람의 생명도 소홀하게 다룰 수 없기 때문에 또 다른 사고가 있기 전에 그 원인분석과 대책이 중요한 것입니다.
남한 연세대학교 정신과 전우택 교수는 지난 10여 년간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통해 나온 일반적인 증상을 통해 탈북자들이 남한입국 까지 제3국과 강제북송 중 경험하게 되는 충격은 지속적인 치료가 요구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전우택: 일반적으로 제일 먼저 나타나는 현상들은 그런 어려움들이 다 사라졌는데도 불구하고 마음에 불안한 상태들이 유지 됩니다. 그래서 조그만 소리에도 깜짝 놀란다든지 중국에서 있었던 어려움이 또 예상치 않게 생길까봐 굉장히 조심스럽게 긴장된 상태에서 생활을 한다든지 또 자꾸 우울한 일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밤에 잠도 깊이 못 자게 되고 북한에 두고 온 가족 때문에 자꾸 울게 되고 그래서 북한에서 충격과 제 3국에서의 충격이 굉장히 큽니다.
이번 30대 탈북여성의 투신자살 사건은 남한 내 다른 탈북자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북한에서는 자살을 하면 당국의 정책에 반대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서 정치범으로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북한출신들은 자살에 대해 어릴 때부터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남한 땅에서 탈북여성이 자살을 했기 때문에 더 놀라운 것입니다.
탈북자 엄만철씨는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남한 사람들보다 강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면서 일부 탈북자의 사건, 사고 소식이 남한 내 탈북자 사회를 대변하는 것처럼 비춰져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엄만철: 북한 땅에서 벌써 한국이란 나라를 가겠다는 마음을 갖은 자체가 그 누구도 가지지 못한 강한 마음이 있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 정착하는 데는 문제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회사 생활을 하다보니까 옛날에 러시아에서 달리는 열차에서 뛰어 내릴 때 그런 마음가짐이 있으니까 뭐든 할 수가 있는 겁니다.
남한의 한 대기업에서 10여 년 째 근무를 하고 있는 엄만철씨는 남한에서 성공한 탈북자로서 때때로 하나원에서 최근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도 합니다. 엄만철씨는 그때마다 자유를 찾아 목숨 걸고 온 남한에서 행복할 수 있는 길은 다른 이의 경제적 도움 없이 살 수 있을 때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들려줍니다.
엄만철: 정착금 타고 돈 번 것을 중국이나 북한 가족에게 보내고 하는 것 보다 차라리 이 사회에서 정착을 하고 안정된 직업을 가져야 되잖아요. 지금 북한에 있는 가족이 어려운 것만은 사실입니다. 저도 북한에 가족이 있고,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우선 내 직업이 안정이 돼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남한에 살고 있는 많은 탈북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자살을 한 탈북여성의 장례식은 지난 21일 치러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