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 경남수목원에서의 하루

김태희-탈북자 xallsl@rfa.org
2022.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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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시대] 경남수목원에서의 하루 경남수목원 산림박물관
/연합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한국은 올해 초 산불이 크게 나서 정부와 국민의 산불지역에 대한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저도 북한에서 살 때 산불을 가까이에서 볼 기회가 많았지요. 특히 겨울철이면 산에서 부식토를 긁어 내리는 일을 하면서 추워서 불을 놓았다가 불씨가 꺼지지 않아서 온 산등성이에 불이 나서 울면서 끄던 일도 있었답니다.

 

어느 나라나 산림은 백년대계이라 합니다. 그만큼 나무를 많이 심고 가꾸어야 한다는 것이겠죠. 북한은 46일이 식수절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1999년부터는 32일로 바뀌었다고 하였죠. 한국의 식목일은 45일입니다.

 

식목일도 아니지만 전국민이 산림에 대한 관심을 갖기 위해서 제가 다니는 교회에서는 얼마 전 진주에 위치한 경남 수목원에 다녀왔습니다. 천 여명에 가까운 인원이 신청하여 대형 버스 11대에 타고 나머지 사람들은 자가용 차로 이동했답니다.

 

한국은 아파트를 지을 때에도 총 면적의 몇 프로는 나무를 비롯한 식물을 심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그리고 도시도 녹색조성을 하게 되어 있어서 그런 작업을 하는 조경업체도 따로 있답니다. 또 이렇게 지역 곳곳에 도심의 수림을 조성하기도 하고 수목원을 만들어서 주민들이 녹색지대에서 맑은 공기도 마시고 피로도 풀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하기도 한답니다.

 

경남 수목원은 산 하나를 통째로 꼬불꼬불 길도 만들고 전망대도 있고 또 작은 민속촌도 만들어서 제기차기를 비롯한 민속놀이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저희는 교회에서 퀴즈-알아맞추기에 도전해서 도장 세 개를 받으면 상품을 받을 수 있기에 가장 먼저 박물관으로 갔습니다. 질문은 조선역사상 세곡, 즉 쌀을 바치기 위해 만들어진 배의 이름과 배를 만든 나무는 무엇인가에 대해 알아맞히는 것이었습니다.

 

북한에서 이 방송을 듣고 계시는 분들도 한번 알아 맞춰 보세요. 저는 마스크를 안 쓰고 가서 박물관에 입장을 못하고 남편과 손녀가 들어갔는데 입구에서 도장 찍는 목사님 가까이에 서있으려니 미리 박물관에 들어가서 관람을 한 친구들이 씩씩하게 답을 이야기 하는 바람에 저는 발품을 팔지 않고 답을 알아냈답니다. 혹시 청취자 여러분은 답을 알아내셨나요? 이 질문은 인터넷으로 검색해도 안 나오는 답이었답니다. 답은 배 이름은 조은선이고 배를 만든 나무는 소나무였답니다.

 

다음으로 들른 곳은 전망대였습니다. 높지 않는 전망대였지만 여름 날씨라 땀이나는데 중간에 목사님들이 커다란 얼음상자에 아이스크림을 가득 담고 하나씩 먹고 쉬고 가라고 붙드네요. 제가 다니는 교회는 크기도 하고 교인도 많은지라 담임 목사님과 부목사님들이 여러명이고 또 목사 준비를 하는 전도사님도 많기에 이런 행사 때에는 목사님들이 교인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하신답니다.

 

수목원 전망대에서 멀리까지 내다보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아름다운 지역을 둘러보고 도장하나를 또 찍고 나서 안내에 따라 동물원으로 갔습니다. 이렇게 수목원 안에는 놀이터와 매점 그리고 동물원, 호수 모두가 있는 곳이 많습니다.

 

동물원에 가니 꽃사슴이 우리를 기다리는데 꽃사슴과 갓 부임한 목사님도 교인들 얼굴을 익히기 위해 그곳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계셨답니다. 저희 가족도 목사님과 즐겁게 사진을 찍고 공작새가 있는 곳으로 갔답니다. 뜻밖에도 여러 동물원을 가도 쉽게 볼 수가 없었던 공작새가 날개를 활짝 편 모습과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춤을 추는 모습도 볼 수가 있었답니다. 날개를 펴는 공작새는 수컷인데 암컷에게 사랑을 구애를 하는 모습이라고 합니다. 흔치 않는 모습을 핸드폰에 동영상으로 남기기도 했습니다.

 

경품을 받기 위한 도장 4개를 받아가지고 점심 식사를 하러 본부석으로 내려왔는데 쫙쫙 뻗은 메타쉐콰이어 나무가 울창한 수림 밑에 돗자리를 깔고 교회에서 준비해온 도시락과 음료수 그리고 생수와 간식 등을 받아서 맛있게 식사를 하니 밖에서 먹는 음식이 얼마나 맛있고 공기와 환경 모두가 좋은지, 비록 수 백명이 수림 아래에 늘어앉았지만 몇 년만에 마스크를 벗고 환경을 즐기면서 함께 먹는 식사는 그야말로 진수성찬이었답니다.

 

식사를 하면서 경품 추첨을 했는데 운이 좋게도 저희 세 식구 중에 저 하나를 빼고 두 사람 모두 당첨이 되었습니다. 상품이 무엇인가를 떠나서 번호가 당첨되는 자체만으로도 즐거움이었습니다. 나무 한 그루 기부하는 마음으로 떠난 수목원 여행은 마음도 즐거웠지만 양손 가득히 상품을 담아가지고 오는 기쁨 또한 가득한 하루였습니다.

 

그리고 한국은 이런 시설들에 가면 화장실이 잘 구비되어 있습니다. 고속도로마다 휴게소가 있는데 휴게소 화장실을 보고 감탄을 할 정도로 깨끗합니다. 휴게소 화장실에는 아이들의 기저귀를 갈 수 있는 곳과 여자들이 화장을 할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한국의 화장실을 볼 때마다 위생적으로 불결한 북한의 화장실을 떠올립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부러워하는 한국의 화장실이 이 순간에 떠오르는 것은 세 번의 강제북송으로 겪었던 북한의 감방에 대한 기억이기도 하겠지요. 그리고 오늘 보낸 이 즐겁고 보람된 하루, 나라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가 될 수 있는 하루를 보내면서 북한주민의 마음만큼이나 헐벗은 민둥산을 생각했습니다. 북한에서 살 때 산에 묘목을 들고 가서 심기도 많이 했지만 내가 심었던 나무들은 얼마만큼 자랐을까? 내가 심었던 그 나무들이 울창한 수림을 이루어냈을까? 산불로 인해서 민둥산이 되고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서 잘라내는 민둥산으로 인해 받는 수해는 얼마나 클까 늘 그런 생각들을 합니다.

 

진행 김태희,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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