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 미래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

0:00 / 0:00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뉴스에서는 불볕 더위가 계속될 예정이라지만 중복이 지나면서 남쪽 지방에 사는 저희는 저녁이면 시원한 바람이 불면서 가을이 시작되는 듯한 느낌까지 듭니다. 농작물이 익어가는 계절에 한층 더하여 한국에서는 갖가지 성과들을 거두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특히 학교 다니는 아이들은 방학이 시작되면서 더 바빠지는 시기일 듯도 하네요.

이 기간에 아이들은 그 동안 자기들이 갈고 닦은 실력을 가지고 시험을 보고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그래서 저희 집에 있는 12살짜리 손녀도 컴퓨터 자격증을 딴다고 김해시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 가서 시험을 치고 왔습니다. 시험장에 가보니 손녀와 비슷한 나이 또래 아이들이 수십 명이 왔는데 모두 부모들이 아이를 데리고 왔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처음으로 도전하는 자격증 시험이라 부모들은 시험장에 입장하기 전부터 출입문에 붙여져 있는 자리 배치와 주의사항을 읽어보고 아이들에게 알려줍니다.

한국에서는 시험을 보다가 핸드폰이 울리기만 해도 부정행위로 간주되어 3년간 국가 시험과 민간시험에 응시할 수가 없답니다. 그래서 혹여 아이들이 실수를 할까 봐 전화기 전원을 끄고, 신분증을 지참하고 놓친 준비물이 없는지 꼼꼼히 확인을 하는 것이 필수랍니다. 그러고도 부모들은 아이들이 시험을 보는 동안 함께 시험을 치는 마음으로 밖에서 서성이면서 무사히, 시험을 잘 볼 수 있기를 기도 한답니다.

이렇게 어린 나이에 보는 시험은 보통 컴퓨터 시험인데 컴퓨터 자격증에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모든 업무를 컴퓨터로 진행하기 때문에 컴퓨터 관련 자격증은 필수인데 어려서 이런 쉬운 것들을 따고 나면 면허증 같이 취득 나이가 되어야만 딸 수 있는 시험에도 도전할 수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운전면허증은 만 18세가 되어야만 취득 가능합니다. 그래서 일찍 운전면허를 취득하면 군에 가서 운전병으로 군사복무를 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의 모든 업무는 자격증에 한하여 능력과 한계가 주어집니다. 그래서 자격증을 십여개씩 따놓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야 하는 탈북민도 예외는 아닙니다.

탈북민 : 나는 전산세무자격증하고, 그 담에 서강대 다닐 때 거기 경영학과 다니니깐 거기서 대학교에서 행정관리사 2급을 땄고, 그 담에 분노조절장애관리사 자격증이 있고…

저 역시 컴퓨터 자격증은 기본이고, 사회복지사 자격증부터 시작해서 여러개의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데 제가 사는 지역에는 입국하여 단 1년 만에 9개의 자격증을 취득한 탈북민도 있습니다. 그 탈북민 친구는 간호대학을 나와서 대형 병원의 간호사가 되었습니다. 이런 자격증을 취득한 탈북민들이 한국사회 곳곳에서 자기 역할을 충분히 감당하고 있지요. 대형 운전면허증이나 트레일러와 같은 운전면허증을 따서 운송업에 종사하는 분들도 있고요. 이렇게 한국은 어디서 어떤 일을 하던 지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야만 취업이 용이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정 일을 하는 주부가 쉽게 딸 수 있는 자격증들도 있고, 집안일을 하면서 짧게 시간제 일을 할 수 있는 그런 직업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요양보호사 자격증은 주어진 시간을 이수하고 현장 실습도 마쳐야만 시험에 응시할 수가 있지만 큰 어려움 없이 자격증을 딸 수 있습니다. 이런 자격증은 가정에서 있을 수 있는 기본적인 생활방법에 더해서 장애를 가진 분들의 일상생활을 돌볼 수 있는 방법과 간단한 응급행동 요령들을 배워줍니다.

이런 일은 여성들이 많이 선호하지만 가끔은 남성들도 지원하는 경우가 있지요. 거동이 불편하거나 누워있는 분들에게 가서 돌보는 것을 원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가서 가사일도 돌봐드리고 식사도 거들어드리고 또 말벗도 해줍니다. 특히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자기 집에 일상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생길 시 돌봄 시간이 모두 근로시간으로 처리되어 월 급여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북한에서 살 때에는 자격증을 취득할 것은 생각조차 못하고 전문학교나 대학을 졸업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막연하게 부럽다는 생각만을 하고 살던 우리가 한국에 와서 자기의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각종 자격증을 따기 위해 노력을 합니다.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자격증을 취득하는 우리에게는 이렇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매일매일 끼니 걱정만 하느라고 언제 한번 자신의 미래에 대한 꿈을 꿔본 적이 없는데 지금은 일을 위해서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 자격증을 따고 있습니다.

이 땅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자기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을 만들어가면서 살아가는데 우리 같이 고향이 북한인 탈북민은 짧은 기간 공부하고 자격증을 취득해 여기에서 태어난 사람들과 동등하게 경쟁하면서 살아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진행 김태희,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