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 점차 사라지는 북 ‘남존여비 사상’

안녕하세요? 이원희의 여성시대입니다.

북한 장마당이 활성화되고 북한 여성들의 경제 활동이 활발해지자 북한 여성들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때, 북한의 좀 더 적극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장마당의 활성화, 그리고 탈북자들의 가족탈출을 꼽고 있습니다. 오늘 여성시대에서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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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젊은 여성들이 김일성 광장에서 춤을 추고 있다. AFP PHOTO

남한 통일연구원의 김수암 연구위원은 최근 자유아시아 방송을 방문한 자리에서 장마당을 통해 아직도 뿌리가 깊은 북한의 남존여비 사상에서 여성의 평등 인식이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수암 위원: 결국은 북한 내에서 배급체계가 무너지면서 생존의 방식이 장마당에 많이 의존하고 남성들의 경우 조직생활에 얽매이다 보니 또 남존여비 사상, 유교적인 사상이 강하게 뿌리 내리고 있어 남자가 장마당에서 장사한다는 자체에 대해서 꺼려하는 부분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이지만 여성들이 장마당에서 장사 많이 하잖아요.

장마당에서 돈을 버는 여성들이 자연스럽게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게 되고 이런 경제적인 힘이 남녀평등의 힘을 실어준다고 연구위원은 지적합니다.

김 연구위원: 전반적으로 남녀 평등 인식이 급격히 변하지는 않는데 탈북자들 면접을 해보면 일정부분 깨나가는 것 같아요 여성이 가정에서 발언권이나, 가사노동을 분담하는 것 까지는 아니지만 여성에 대한 인식이 사회경제적인 현상으로 해서 여성들이 가정에서 그동안의 있었던 모습과는 다르게 변하는 모습은 분명히 있습니다.

통일 연구원은 남한에 새롭게 들어가는 탈북자들의 심층 면접을 통해 북한의 인권 상황을 비롯한 사회, 경제, 정치적 부분에 대한 변화를 알아보고 있는데요, 탈북 여성들이 남한 정착을 위해 교육을 담당하는 세계 사이버 대학 박윤숙 교수도 북한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지금 외부세계에서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우선 장마당을 활성화 시키는 일 이라고 강조합니다.

박 교수: 캐나다에서 만난 칼 거쉬먼 회장이 얘기하는 것은 장마당을 활성화 시키는 것 하고 탈북동포를 활용하는 방안을 실제로 당장 실천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저도 그것은 적극적으로 공감해요.

미국 국립 민주주의 기금 칼 거쉬먼 회장은 8월 후반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렸던 제10회 북한인권 난민문제 국제회의에서 북한의 장마당 연구와 관련해 장마당의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장마당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의 장마당은 북한 주민의 날마다 살아가는 생존의 터이면서 모든 계층의 주민이 모이기 때문에 때로는 정보통이 될 수도 있고요. 특히 북한 여성들은 가족부양을 위해 장사를 하고 식량을 얻기 위해 국경을 넘는 과정을 거치면서 남편중심의 가부장적인 관습에서 벗어나 자신의 존재를 찾고 가족의 중심역할을 하던 남성을 점차 밀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마당이 주민 스스로 살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만한 대가를,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손에 쥘 수 있다는 확신을 하게 합니다.

이와 함께 북한의 적극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또 한 부분은 남북으로 흩어진 가족들의 역할이라고 박 교수는 전합니다.

박 교수: 탈북자들이 제대로 잘 살면서 북한의 가족을 자꾸 이끌어 내오고 또 밖의 외부 세계정보를 북한 내부를 들여보내는 역할을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남한에 이미 정착한 일부 탈북자들은 물론 아직 정착 중인 탈북자들도 모두가 북한에 가족을 데려오고 싶다는 소망을 하고 있다며 가족 문제는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고 일축합니다.

박 교수: 천안함 사건 후 남북관계가 경색되어도 그 사람들은 혈연들에 다 연결하면서 살고 있어요. 그리고 하나원에서 강의하면서 보니까 자기들이 다 북한의 가족을 데리고 오고 싶다고 손들어 보라면 전체가 다 손을 들어요. 뒤이어 입국한 가족들이 한 15% 정도 되고 이런 것을 보니 그 사람들이 작은 소통의 길을 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움직임을 통한 소통의 길이 결국은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힘이라는 거죠. 하지만, 북한도 이런 점을 발 빠르게 간파하면서 시 시 때대로 북한과 중국 국경을 넘는 사람들을 감시하고 조금만 수상해도 마구 잡아 드립니다. 국제 인권단체가 소리 높여 비난하는 중국에 숨어 사는 탈북자들의 강제 북송도 여전하다고 김수암 연구위원은 전했습니다.

김 연구위원: 탈북자 강제송환에 대해서는 여전히 처벌되고 부분적으로는 강화되는 것 같고 또 하나 탈북자 가족에 대한 감시나 처벌은 강화되는 것 같습니다. 탈북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가족에 대한 처벌이잖아요. 연좌제 탈북을 억제하기 위해서 그전에는 가족에 대해 그렇게 심하게 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가족들이 정보를 계속 유출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는 것 같고 그래서 가족에 대한 처벌이나 감시가 강화되는 것 같아요.

북한은 인권 문제는 아예 북한 당국 마음대로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역행하는 부분들이 있다고 김 연구위원은 염려합니다. 특히 먼저 온 가족이 남은 가족들 탈북시키는 일도 여건은 너무너무 나빠지고 있다는군요.

김 위원 :가족이 가족을 데려오는 겨우 통일부에서 정식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15%-20%인 것 같은데 그런 것도 여건이 열악해진 것입니다. 내부적으로 통제를 많이 하고 그러다 보니 기존에 있던 탈출 경로 가 작동하지만 상당히 조심스러워져서 탈북행위 자체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또 밖으로부터 들어가는 정보를 접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지만 남한의 드라마나 음악 등의 프로그램과 정보를 접촉하는 계층은 전 주민이 아니고 일부 계층이기에 아직은 그런 외부정보로 북한의 체제나 생활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고 김 연구위원은 덧붙였습니다.

김 연구위원: 북한 내에서 지도층의 자녀들이나 그리고 바로 밑의 계층 사람들이 봅니다. 이 두 계층 사람들의 외부의 정보 매체를 통해 외부정보접촉을 했을 때 이것이 인권까지는 아니더라도 체제나 자기 삶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연결되는 과정이 아직은 초보적인 단계 같고 큰 impact, 즉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금 남한 생활 4년째인 탈북여성 가명의 윤미경 씨는 북한에서 세뇌된 사상을 바꾼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다고 털어놓습니다. 특히 남한 정착을 위한 적응 교육을 받는 하나원을 나왔을 때 남한 사람 모두가 의심스러웠다고 고백합니다.

미경: 솔직히 한국 사람들이나 우리 회사 직원들이 잘해 주었어요. 한국 사람들이 다 잘해 주는 것을 나는 뒤통수를 칠까 봐 한국 사람들이 말이 얼마나 살뜰해요, 그런데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시인 것 같고 무섭고 몸 둘 바를 모르겠고...

무언가 도와주고 알려주기 위해 다가서는 남한 사람들이 오히려 불편 했다고 하네요.

윤미경: 저렇게 잘해주는 사람은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이런 의혹을 품을 때가 많았거든요 제가 감추고 속에 품고 있는 성격이 못되어 이런 일을 남편에게 털어 놓아요. 나는 오늘 경리가 이렇게 잘해주는데 잘해 주는 것이 너무 싫더라, 그러면 왜 그러느냐 그 사람의 마음을 진심을 받아 드려보라 아직 멀었다, 적응하려면 네 속을 비워라...

다행히 미경 씨는 남한의 남성과 결혼한 덕분에 남편이 매사에 오해하는 일, 의혹을 품는 것 등을 일일이 설명해 주고 이해시키면서 보낸 기간이 2년이나 걸렸다고 합니다. 이제는 많은 부분이 이해되면서 정착이 훨씬 쉽고 하루가 다르게 빨라졌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북한식 사상이나 전혀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지 못해 장소만 남한이지 북한 생활에 갇혀 사는 같은 탈북 여성을 볼 때 이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하소연합니다.

cut: 정말 제가 안타깝기 그지없어요. 나는 우리 탈북자들에게 권고하고 싶은 것이 한국 사람의 그 마음을 받아 드려 자본주의를 알자면 자기가 문을 열어야 한다고 사회주의 사상을 깨고 자본주의 사상을 받아 드려서 사회흐름에 맞게 생활하고 적응했으면 좋겠어요.

이제는 탈북 여성들이 북한을 탈출했듯이 남한사회에서 자신의 고착된 생각과 북한에서 가졌던 마음에서 과감하게 탈출하라고 윤미경 씨는 권합니다.

여성시대, RFA 이원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