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 주부의 소소한 행복

김태희-탈북자
2023.01.10
[여성시대] 주부의 소소한 행복 사진은 홈플러스 영등포점 문화센터에서 홈플러스 직원이 아내와 아이들을 위한 요리를 배우는 모습.
/연합뉴스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오늘 여러분들과 나눌 이야기는 새해 정초부터 한국주부들의 마음을 들썩이게 한 노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나의 영토”: 어디 여자가 함부로 주방에 들어오려고 이곳은 나의 영토야 ….

 

어디 여자가 함부로 주방에 들어오려고 해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는 반전을 가져 오는데요.

한국에서 맞벌이 부부는 대개 아이 양육도 함께 하는 것을 이상적인 생활로 여기고 또 집안일도 함께 하기를 원한답니다. 그런데 노래에서처럼 남자가 냄비를 들고 옷 세탁을 해주면 더할나위없이 좋아한다는 것을 이야기 하지요.

 

여성평등을 부르짖던 한국사회에선 남자가 국자를 들고 고무장갑을 끼고 주방이며 세탁실에 있는 모습이 처음 보거나 또는 어색한 모습이 아닙니다.

 

저희 집도 쉬는 날이면 가끔 남편이 설거지도 해주고 집에서 청소기도 밀어줍니다. 그리고 식사를 하고 커피를 타는 것은 오로지 남편 몫이기도 하지요. 장난스럽게 “김마담 커피 타와”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국의 남자들 모두가 가정일을 도와주는 것은 아닙니다. 남자가 밖에 나가서 돈을 벌어오면 여자는 집안 살림살이를 해야 한다는 것이 고정관념이었기에 어쩌면 여자들에게는 그것이 가장 짜증나는 일이기도 하지요. 매일매일 해도 보이지 않는 집안일과 해도 해도 쌓여가는 빨래들은 주부의 근심거리입니다.

 

물론 어떤 남자들은 밥은 전기밥솥이 하고, 빨래도 세탁기가 하고, 집 청소는 청소기가 하지 않냐고 하지요. 이런 사람은 여자들의 원성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한국 가정들의 안방을 꽉 잡은 텔레비젼 프로그램들을 보면 생활을 하면서 여자들의 고충을 쏟아내는 프로그램이 인기가 높습니다. 그런 프로그램들을 보면 어느 집이나,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여자의 생활상 고충이 없는 경우가 없습니다.

 

청소기가 청소를 하더라도 움직이는 것부터 시작하여 먼지도 털어내야 하고 머리카락이 끼면 손으로 일일이 떼어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말은 쉽지만 집안일을 하는 당사자 입장에서 보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란 겁니다.

 

빨래를 세탁기가 해줘도 세탁물에 따라 물의 온도와 세제 사용 그리고 말리는 방법 등 신경써야 할 것이 많아 한번씩 남자들에게 맡기고는 빨래가 엉망이 돼서 다시 하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가끔 우스갯소리지만 남자들이 마누라가 다시 일을 시키지 않게 하기 위해서 쓰는 방법이 있다고들 하지요. 그 방법이 세탁기를 돌리라고 하면 양말과 세수 수건, 흰빨래와 검은빨래를 한꺼번에 세탁기안에 넣으면 된다는 겁니다.

 

한국은 북한과 달리 가정마다 거실과 화장실이 딸려 있고, 화장실 안에 목욕시설까지 잘 되어 있기에 매일매일 샤워를 합니다. 그러다보니 식구 수만큼 매일 세수 수건이 빨래바구니에 나오지요. 어떤 때는 세수 수건만 세탁기 한통에 가득 넣고 돌리는 날이 있을 만큼 빨래의 양이 많습니다. 그런 세탁물을 건조기에서 말려 개는 것도 일입니다.

 

넘쳐나는 빨래와 치워도 끝이 없는 집안일은 대체로 여성의 몫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이혼을 하면 여자의 수고를 헤아려 위자료로 보상받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북한에서 태어났기에 북한에서 살던 생활과 비교를 해보지 않을 수가 없지요. 우리 아버지가 살아가던 생활 그리고 우리 어머니, 언니가 살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 우리 생활이 그야말로 꿈에도 생각을 못하게 좋아졌습니다. 그렇지만 또 매일 쌓여가는 가사 일에 한숨을 쉬기도 합니다. 어쩌면 한국여성 모두가 느끼는 마음이라서 이런 노래가 큰 호응을 받게 된 것이 아닐까요?

 

나의 영토”: 어디 여자가 함부로 새탁기를 돌리려고

 

가부장적인 삶에서 남성의 지위가 힘을 잃고 언젠가부터는 남자를 집지키는 멍멍이에 비유하던 어이없던 북한사회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여자가 바지를 입고 다닌다고 통제를 하고, 여자가 머리를 생머리로 기르고 풀어헤치고 다닌다고 규찰대가 가위를 들고 잘라버리고, 심지어 여자가 자전거를 타니 보기가 안좋다고 여자들의 자전거까지 몰수하던 북한사회에 비하면 자동화가 된 한국생활이지만 그런 속에서도 이제는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것도 힘들어서 육아휴직도 남자가 받고 함께 아이를 키우라고 하지요.

 

북한에서도 여성은 역사의 한쪽 수레바퀴를 미는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이라고 선전을 하고 또 여성은 꽃이라고 노래도 부릅니다. 하지만 북한 생활을 간단하게 들여다보더라도 길거리에 무거운 배낭을 메고 다니는 사람은 남성이 아닌 여성들이죠. 그런 북한주민의 삶을 들여다보고 한국에서 여성들의 생활을 보면서 너무나도 다른 세상을 느낍니다.

 

언제면 북한주민들도 여성으로서의 가치를 존중받으면서 현대 문물을 이용하면서 여기 사는 주부들과 같은 생활을 누리게 될까요? 이런 생활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살아갈 내 가족을 생각하면 슬픈 마음조차 듭니다.

 

아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편하게 가는 것이 꿈이라던 제 남편은 한번씩 이야기를 합니다. 평생소원 중에 하나를 풀었다고요.

 

80년대 그 시절 남한 남자들이 오토바이를 몰고 와서 아가씨를 태우면서 “야, 타” 했다는 그 옛말도 배워서 가끔은 기다리는 남편에게 “야, 타”라고 장난을 쳐보기도 합니다. 재밌다고 웃는 남편의 얼굴을 보면서 이런 즐거운 생활을 북한에서는 꿈도 못꾸었는데 지금 내가 이런 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태희였습니다.

 

진행 김태희,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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