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 손녀딸의 초등학교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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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어제 손녀딸이 초등학교를 졸업해서 졸업식에 다녀왔습니다. 지금은 손녀딸이지만 그 위로 삼촌인 아들과 손녀딸의 엄마 그리고 이모도 오늘 손녀가 나온 학교를 졸업했지요.

2층에 자리 잡은 강당에서 졸업식을 하는데 일찍 가서 학교장의 인사말부터 시작을 해서 각 담임 선생님들의 인사까지도 듣게 되었습니다. 이어서 모범적인 학생들에게 수여되는 상장 수여식도 있었고 매 아이들에게 주는 졸업장 수여도 있었습니다.

제일 마지막에 졸업을 하는 아이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는데 다름아닌 아래학년 친구들이 해주는 축하공연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십여년 전 내가 대학졸업을 하던 생각이 나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남편과 아들이 대학교를 졸업하는 엄마, 아내를 축하하러 오겠다고 하니 남들도 안오는데 창피하게 자기 공부를 해놓고 요란하게 온 가족이 오면 부끄럽다고 극구 사양을 해서 못오게 했지요.

대학교를 함께 다닌 친구들은 대개가 자식뻘이 되는 20살짜리 친구들인데 그런 친구들뿐 아니고 마흔살이 넘은 사람도 있었고 또 60세가 넘어 공부를 더 하려고 오신 오빠들도 계셨답니다. 대학교에서는 아무리 나이 차이가 나도 이모, 아줌마, 아저씨라고 부르지 않고 오빠, 언니, 누나로 부르기에 우리는 자식같이 나이 차이가 나는 친구들에게서도 언니, 누나로 불렸네요. 더욱이 교수님들이 우리에게 “공부하는 주부”라고 공주님이라고 불렀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랍니다.

재미있는 학교생활을 마치고 강당에 앉아서 졸업식을 하는데 역시 모든 졸업식들에서 하듯이 우리 졸업식에서도 후배들의 멋진 축하공연이 있었답니다. 졸업식을 다 마치고 밖에 나갔다가 나는 아연실색을 하였죠. 졸업을 축하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축하하러 왔는데 그 중에는 20대 친구들 부모님들이 계시는 것은 물론이고 결혼을 한 분들은 아내나 남편이 꽃다발을 들고 찾아왔고 심지어 자녀들도 찾아와서 엄마, 아빠가 그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축하를 드린다고 찾아왔네요.

그런데 나는 남편과 아들을 오지 말라고 했으니 몇년을 열심히 공부하고 꽃다발 하나 받을 수가 없어서 갑자기 서글퍼졌지요.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졸업식 축하를 위해 내빈으로 오셨던 분 중에 창원극동방송 지사장을 하시던 분이 계셨는데 멀리서 보시고 ‘왜 아무도 안왔냐’고 하시면서 꽃다발을 사서 들고 오셔서 가장 민망한 순간은 면하긴 했어요. 그래서인지 이제는 주변 사람 중에 학교를 졸업한다고 하면 무조건 꽃다발을 들고 찾아가서 축하를 해줍니다.

그리고 한국의 졸업식에는 또 하나의 이색풍경이 있는데 이런 날은 학교정문 100미터 주변은 꽃을 파는 매대들이 즐비하게 서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만들어서 파는 조화를 사용하지 않고 겨울에도 온실 안에서 키워서 가져온 생화들로 줄을 서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나는 길거리나 꽃집에서 파는 생화로 꽃다발을 만들지 않고 인터넷으로 미리 싼가격에 꽃다발 주문을 했습니다. 헝겊과 인형으로 되어 있는 꽃다발을 말이죠. 그리고 인형과 목화꽃을 비롯한 구겨지지 않는 꽃들 사이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츄파츕스라는 막대사탕을 한통 사서 가득 꽂아넣었답니다.

졸업식을 마치고 아이들이 줄을 서서 나오는데 멀리서 놀가지처럼 풍덩풍덩 뛰는 얼굴이 낯익어서 보니 손녀딸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왔는가 싶어서 찾느라고 뛰어오릅니다. 집에서는 혼만 나면서도 밖에 나오니 저리도 자기 집식구를 반기는가 싶어서 얄밉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어처구니없기도 하네요.

그런 손녀딸을 찾아서 할아버지가 꽃다발을 안겨주고 나는 카메라에 그 모습을 담아냈습니다. 먼 훗날 그 모든 것이 다 추억이 될 터이니깐 말이죠. 학교 정문을 나오니 부모님이랑,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예쁜 공간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거기서 손녀딸 독사진도 찍어주고 우리 부부가 아이를 안고 함께 사진도 찍고 친구들과의 자연스러운 활동모습도 카메라에 담아주었습니다.

한국의 초등학교는 6년제인데 북한처럼 한 담임 선생님이 쭉 맡아서 올라가는 것이 아니고 매학년마다 담임 선생님이 바뀝니다. 그래서 선생님마다 다 성격이 다르고 특징이 다른데 이번에 6학년 담임 선생님은 한번도 못뵈고 늘 전화로만 상담을 했는데 졸업하는 손녀딸에게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보자고 하신다고 해서 찾아가봤지요. 아이들과 학부모들과 대화도 나누고 사진도 찍어주는 선생님은 얼핏 봐도 내 나이 정도의 자그마한 여성분입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인사를 드리니 진짜로 할머니를 뵌다고 하면서 소문만큼 젊으셨네요 해서 거기까지 소문이 갔어요? 하면서 둘이서 소리내서 웃었네요.

한국은 북한 선생님들처럼 권위적이지 않아서 아이들에게 다정다감하고 세심한 면이 참으로 많은 듯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처럼 뇌물을 바치는 사회가 아니라서 선생님을 만나면서도 괜히 위축될 필요도 없이 그냥 편하게 대화를 할 수가 있었네요. 담임 선생님이 아이들이 사진을 잘찍을 수 있도록 모양도 잡아주고 또 부모님을 배려해서 주변 정리를 해주는 모습들, 거기에 가족 모두가 함께 찍을 수 있도록 카메라를 잡고 찍어주었습니다.

그렇게 손녀딸의 요란한 졸업식이 끝났는데 중학교를 올라간다고 용돈을 받아서는 자기들끼리 맛있는 것을 먹으로 간다고 멀어져 갑니다. 희희낙락 어깨 밀치며 멀어져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괜히 부럽기도 하고 심통도 나서 저런 말괄량이들 하고 보니 주변의 부모님들도 같은 얼굴들입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태희었습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