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 금반지
2023.02.07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오늘은 전 세계 어디나 여성이라면 당연히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로 이야기 나눌 건데요. 여성이라면 가장 가지고 싶어 하고 귀하게 여기는 것이 귀금속, 즉 보석이지요. 처녀시절, 북한에서 살 때에는 동네 오빠들이 구리동전을 두드리고 갈아서 만들어주던 그 반지를 비롯한 귀금속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손가락 모양으로 둥그렇게 가락지를 만들고 그 위에 하트라고 부르는 복숭아 모양의 모형을 본떠서 만들어서 주던 오빠들이 무슨 생각으로 만들어주었는지도 모르고 주면 기뻐하면서 그 반지를 받아서 손가락에 끼고 다녔답니다. 약혼자가 있는 사람은 약지에 반지를 끼지만 그런 상식 자체를 몰랐던지라 선물로 주는 반지가 맞는 손가락에 끼고 다녔지요.
반지는 손가락마다 끼는 의미가 다 다르지만 요즘 한국에서는 크게 개의치 않고 검지와 엄지 손가락에도 반지를 낍니다. 그리고 보통 남자들이 여성에게 결혼해달라고 청혼을 하면서 반지나 목걸이를 주는데 저희 집은 반대로 되었네요.
2007년 남편을 만나서 처음으로 결혼반지를 만들 당시에는 살림이 어려웠던지라 그런 것에 무슨 큰 의미를 두냐고 하는 남편이 서운해서 탈북민이 한국에 정착을 하면 주어지는 첫 지원금을 가지고 금방에 가서 제가 반지를 맞췄네요. 그러자 제가 서운해할까봐 남편이 자기는 목걸이를 선물을 해줍니다. 그 이후로는 다른 사람들은 금붙이를 자주 구매한다고 해도 저는 마음 뿐, 자제를 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인지 친구들이 자기 목에서 목걸이나 반지, 팔찌 등을 쉽게 벗어서 친구들의 목이나 팔에 걸어주면 제 눈에는 너무나도 부럽고 대단해보였답니다. 물론 그만한 가치가 있는 친구이니 선물을 했겠지만 말이지요.
저도 이제는 살림이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니 제 몸에 걸치는 장신구가 하나, 둘 늘어납니다. 그래도 다른 탈북민 친구들에 비하면 가지고 있는 제가 간직한 귀중품은 보잘 것 없더라고요. 그 이유가 다른 가정들에서는 생일이며 기념일에 남편이나 애인이 보석이나 귀금속을 선물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하는군요.
오래잖아 발렌타인데이라고 하는 날이 다가옵니다. 그러면 남편들과 애인들이 자신의 아내나 애인들을 위해 무언가 선물을 준비하겠죠. 저도 올해에는 무언가 기념품을 선물 받고 싶은 기대가 생깁니다.
대개 보면 많은 귀금속 중에는 금을 1순위로 넣지요. 금도 한국에서는 노란색을 띠는 옐로골드, 붉은색을 띠는 핑크골드로 나눕니다. 그리고 순금으로 악세사리를 만드는 방법도 있고 다른 광물과 조합을 해서 18k, 14K 등 등급을 낮추는 경우도 있지만 또 그 속에 보석을 박아 넣는 경우도 있지요.
보통 제일 많이, 그리고 잘 아는 보석 중에는 다이아몬드를 꼽습니다. 보석중에는 진주, 사파이어, 수정, 루비 등 여러가지 보석이 있지요. 이런 것들은 원석이 따로 있어서 그것을 깍고 다듬어서 만들어집니다.
보석들을 볼 때마다 한가지 미안한 생각이 늘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처음 북송 되었다가 탈북을 하던 중, 회령에서 친구의 어머니가 저에게 진한 분홍색을 띠는 원석 한줌을 쥐어주면서 아마 보석 중에 하나일 것이라면서 중국에 가서 분석을 해서 돈을 만들라고 했답니다.
중국에 왔으나 시골에서 살아가는 저에게 그것을 분석할 만한 곳을 찾을 길도 없었고, 설마 그것이 보석을 대용할만한 가치 있는 원석일까 하는 생각에 무심히 지내다가 어디에서 어떻게 사라진지도 모르고 잃어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도 친구 어머니는 제가 중국에 가서 그 물건을 분석해서 돈을 만들어 보내주기를 기다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가끔씩 듭니다.
보석 중에서 최고의 보석인 다이아몬드는 눈물의 다이아몬드라고 부르지요. 다이아몬드를 캐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채굴장에 들어가서 채취를 하다가 채굴장이 무너지면 생매장 당하면서도 그것을 캐려고 목숨을 겁니다. 그래서 세계에서는 다이아몬드를 구매하지 말자는 운동이 일어날 정도입니다. 대신 그에 버금가는 보석들을 많이 발굴해냅니다.
제가 애용하는 보석들 중에는 스와로브스키, 모이사나이트 등 가격은 저렴하지만 다이아몬드 못지않는 빛을 내는 보석들을 많이 찾아서 착용하게 됩니다. 하지만 나중에 매매를 하는데에는 보석이 박히지 않은 순수한 금이 가장 좋다고 하는군요.
2000년 초반 IMF라고 부르는 경제위기 시기에는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금붙이를 나라에 내놓고 위기를 이겨왔다고 합니다. 지금도 많은 가정들에서는 주부들이 남편이 기념일마다 챙겨주는 귀중품들을 모았다가 자녀들이 성장을 하면 물려주거나 가정의 위기를 모면해야 할 시기에 사용을 합니다.
탈북민들 중에도 집을 구매하면서 남편이 해주었던 금붙이를 팔아서 집을 사는데 보탬을 한 언니들도 있더군요. 나도 누군가에서 귀중품을 선물 받을 수 있는 여성이고 싶고, 가장 아끼는 친구를 위해 내 목에 걸린 목걸이 하나쯤은 서슴없이 벗어주고 싶은 그런 사람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나를 위해 좀 더 나은, 그리고 먼 훗날 가정을 위해 쓰여 질 그런 가치 있는 선물을 받는 욕심도 생깁니다.
지난 해 고향 동우회 모임을 하면서 친구가 고향 친구들을 위해 금 귀걸이며 팔찌를 준비해왔습니다. 고향이라면 감히 선물로 주고받을 수도 없는 그런 귀한 선물을 한국이니 선물로 받았습니다. 그래서 늘 몸에 착용하게 되는 귀금속이 되었습니다.
아마 우리가 고향 땅에서 만났다면 그런 선물을 감히 엄두나 냈을까 싶은 생각을 합니다. 고마운 친구들을 위해 올 한해 또 얼굴을 보면서 반가운 회포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야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오늘 입니다.
진행 김태희,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