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 밝게 웃는 라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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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요즘 한국은 섭씨 30도를 윗도는 무더운 날씨가 계속됩니다. 최근 제가 다녀온 라오스는 지금 한국에서 덥다고 하는 이 날씨보다 더 기온이 높았습니다. 심지어 습도 80 퍼센트 가까이 되어서 그냥 가만히 있어도 숨이 꺽꺽 막히는 그런 환경이었답니다. 그럼에도 라오스를 다녀온 소감은 아직도 가슴에 남아 쉬 사라지질 않습니다.

일부러 비가 많이 오는 우기를 찾아서 출발한 6월 말, 7월의 라오스, 동남아시아는 우기와 건기로 나뉘는데 여행으로는 건기 때가 가장 좋다고 하네요. 하지만 저희는 가격도 비싸고 다니기도 좋은 건기보다는 비 내리는 풍경도 필요하고 또 무엇보다 여행 경비를 절약해야 했기에 우기를 택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동남아시아에도, 태평양 너머 미국에도 여러번 가봤습니다. 한국도 일 때문에 해외를 자주 다닐 수는 있지만 관광으로는 자주 다닐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국가에서 못다니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도 저는 일년에 한번씩은 남편과 함께 가까운 일본부터 동남아까지는 관광으로 다닙니다.

라오스는 늘 가보지만 사람들이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사람들과 달리 온순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베트남 공항에서는 뭔가 북한 비슷한 느낌이었다면 라오스는 여권을 검사하는 사람들조차 웃으면서 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군요.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 기차역에서 엄청나게 큰 여행가방을 가지고 루앙프라방이라는 곳을 가야 하는데 그냥 들기도 버거운 짐을 기차에 싣고 가야 하는 수고로움을 감독님들에게 다 맡길 수 밖에 없었던 그 미안함. 혼자 가만히 서있어도 줄줄 흐르는 땀방울에 정말 한없이 미안해지는 날들이었답니다.

더욱이 중국에서 라오스의 수도까지 연결하는 기차를 연결해준터라 중국인들이 많았는데 그 큰 짐을 옮기는 도중에 중국인들이 목청을 높여서 한국사람들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면서 라오스 사람들과는 다른 오만함도 보았다고 해야겠지요. 어쨌던 그 기차를 타는데 어쩌면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기차였습니다.

한국은 객대와 객대사이에 출렁이거나 텅빈 공간을 볼 수가 없는데 이 기차를 보면서 북한열차하고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다른 점은 좌석표가 다 있고, 유리창도 정갈하고 또 기차 안이 시원하다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또 저에게 잊혀지지 않는 것은 므앙응오이까지 가는 배편이었답니다. 예정시간보다 2시간이나 늦어 출발함에도 미안함이 없이 그냥 묵묵히 배를 출발시킵니다. 인원이 많아서 배를 한대 더 추가해서 두 배로 나뉘다 보니 우리가 챙겨간 짐도 두 배에 나뉘어 실리고 혹여나 싶은 마음에 사람도 두팀으로 나뉘어 탔지요. 북한에서 자동차가 고개를 올라가다가 힘에 부쳐 모두 내리라 하고 밀었던 그 생각이 나서 잠시 잠깐 고향 생각이 나게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라오스는 생활 형편은 어떤 곳은 북한보다 못하다고 느낄지언정 종교의 자유는 있는 곳이었습니다. 수도인 비엔티엔과 루앙푸라방 등에서 아침이면 스님들이 탁발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들이 사람들에게서 식량을 공양받고 그들을 위해 기도를 해줍니다.

그리고 므앙응오이에서 북한의 트랙터같은 소형 경운기를 타고 들어가면서 정말로 북한의 추방골 같은 곳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손에 들고 간 자그마한 쵸콜렛을 보면서 아이들이 떼로 몰려와서 손을 내미는군요. 어쩌면 북한도 개방이 된다면 아이들이 저런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가슴 아픈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찌되었던 그런 라오스 기행에도 빠질 수 없는 것이 아침시장과 먹거리 입니다. 두번이나 아침 장을 경험할 기회가 있었는데 북한의 메뚜기 시장과 비슷한 그러면서도 무엇인가 선뜻 입에 넣을 용기가 안나는 그런 풍경이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살면서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서가 아닌, 한민족에게서 풍기는 문화가 아닌 또다른 동남아의 문화였습니다.

맛있는 과일 파는 아주머니 옆에는 커다란 쥐를 가지고 와서 팔려는 사람도 있고 간단한 아침 요기를 할 수 있는 매대 옆에는 그물망에 커다란 뱀을 넣고 온 사람도 있습니다. 어디선가 풍겨오는 향신료 냄새는 아직은 중국의 고수풀도 입에 대지 못하는 저에게 미간을 찡그리게 하기에 충분했답니다. 그래도 그들 앞에서 표현을 안내고 충분히 아침시장을 돌아봤습니다. 그리고 북한에서 자주 사용하던 소나무 광솔도 신기했지요. 이 사람들이 이것으로 무엇을 할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라오스에서 즐겨 먹었던 음식은 돼지고기나 쇠고기를 얇게 저면서 둥그렇게 올라온 불판에 놓고 양쪽 옆에 육수물을 끓이다가 야채를 넣고 먹던 똥냠꿍이라는 음식이었습니다.

북한에서는 이런식의 음식을 신선로라고 부르고 한국에서는 샤브샤브 일종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거기에 라오스의 특수 향이 나는 박하 같은 풀을 넣는데 함께 갔던 사람들은 벌써 똥냠꿍이 생각난다고 합니다.

그래도 가장 제 기억속에 남는 것은 한껏 맛들은 망고와 얼음을 갈아 만든 망고 세이크였습니다. 그리고 탈북하면서 탔던 카약 비슷한 기다란 배도 이번에 다시 타보면서 탈북의 아픔을 다시금 새기게 한 귀한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태희였습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