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길, 남북의 차이

김태희-탈북자 xallsl@rfa.org
2021.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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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길, 남북의 차이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 졸업식 모습.
/연합뉴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보통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고 하지요. 그리고 모르는 것을 깨우쳐 간다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즐거운 일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한국의 교육제도와 공부하는 탈북민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지금 한국이나 북한 모두 방학이죠. 북한은 가을이 되면 한 학년 올라가 새 학년이 시작이 되지만 한국은 같은 학년 2학기를 맞습니다. 한국에서는 겨울 방학이 끝나고 3월 1일부터 다음 학년을 시작합니다.

저도 사이버 대학을 다니는데 지난 5월 달에 집을 이사 했어야 돼서 휴학계를 냈었답니다. 북한 청취자 여러분은 사이버 대학이 무슨 말인가 할 텐데요. 인터넷으로 대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강의를 듣고 교수님이 내주는 과제를 하는 것을 말합니다. 주로 이런 사이버 대학은 직장 일을 하거나 주부들이 학교를 안가고 집에서 시간이 날 때 인터넷으로 공부하는 방식입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교육 방식을 온라인 교육이라고도 부른답니다. 그리고 북한에서처럼 가방을 메고 직접 학교에 가서 교수님의 강의를 듣는 것을 오프라인 수업이라 합니다.

요즘같이 코로나로 활동이 제한될 때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온라인으로 수업하는데 일명 원격수업이라고도 부르거든요. 그러니까 온라인수업, 원격수업은 같은 말입니다. 저의 경우는 인터넷으로 하는 온라인 수업을 듣는데 이번 학기에 수강신청을 해놓았지요.

한국에 사는 탈북민 중에는 1990년대에 태어난 젊은 사람들이 제법 있는데 그들 중에는 북한에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들이 있어서 가슴이 아팠답니다.

고난의 행군 시절 아이들은 학교가 아닌 들로, 장마당으로 나갔고 집 잃고 부모 잃은 아이들은 꽂제비가 되어서 길거리를 헤매게 되었죠. 그러면서 자연히 공부는 고사하고 우리글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어른이 된 겁니다.

탈북해 한국에 와서는 북한에서처럼 먹고 살 걱정은 줄었는데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한글도 모른다는 것과 또 머리가 커가지고 어린 친구들 사이에서 공부하기 창피하다고 선뜻 학교로 가기가 쉽지 않죠.

한국에서는 이런 경우 일반 학교에 적응 못하거나 공부할 시기를 놓친 사람들을 위해서 대안학교라는 것을 운영하고 있답니다. 거기서 공부를 하면서 국가학력인정 시험인 검정고시를 보면 일반 학교를 나온 것과 동일한 학력인정을 받게 됩니다. 탈북민들 중에서는 개인적으로 공부를 하고 검정고시로 초등학교를 졸업 인정을 받고 또 중학교 검정고시도 준비하는 사람도 있답니다.

녹취: 그나마 검정고시를 빨리 쳐야겠다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이렇게 검정고시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장을 취득하면 대학에 진학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처서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까지 졸업한 탈북민 친구들도 제법 있습니다.

그 중에 탈북민 출신으로 국회의원이 된 지성호 국회의원도 빼놓을 수 없답니다. 그도 어려서 생활고에 회령 역전에서 석탄을 주어서 생활을 유지하였는데 그 와중에 다리가 절단 되는 사고를 당하고 꽃제비로 삶을 이어가다가 탈북해서는 구사일생으로 대한민국에 안착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동국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현재는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례는 그들 개인의 인간 승리이자 탈북민들이 어려운 역경을 딛고 가져온 승리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가 있습니다.

제가 사는 곳에도 이런 친구들이 있어서 제가 이끌고 있는 단체에서 초등학교 검정고시부터 도움을 주던 친구가 있었는데 당시 우리가 북한에서 “세상에 부럼없다”라고 배우고 당의 결심에만 살아야 한다던 아이들이 한글조차 제대로 모르는 것에 격분을 했습니다. 서른 살이 다 된 그들과 마주앉아 한글을 가르쳐 주고 또 성경책을 펴놓고 그들과 함께 교독해 가면서 문장과 문법을 알려줬죠.

북한의 “피바다”라는 영화에서 을남이 어머니가 낫 놓고 기억 자도 몰라서 일본 구장에게 속아서 검사를 당하였다고 하고 또 해방되자 야학을 통해서 글공부를 깨치게 했다는 북한에서 정작 문명과 선진 세대인 1990년대 이후 출생한 사람들이 한글도 모른다는 것은 세계적인 수치가 아닐 수가 없었습니다.

탈북민들 중에 그런 사람들이 여러명 있는데 정작 북한에는 또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먹고 사는 것이 급해서 배움은 뒤로 하고 생계에 뛰어들었을까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옵니다.

저 역시 북한에 살 때에는 대학에 간다는 것을 꿈도 꾸지 못했지요. 대학은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이 가거나 또 집안 토대가 좋아야 가는 곳인 줄로 알았습니다.

하지만 탈북민들은 대한민국에서 누구든 자신이 원하면 그리고 노력만 한다면 대학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탈북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노력한다면 자신들이 원하는 대학진학을 할 수 있답니다.

북한은 대학을 가면 아무개 동지로 서로 불러야 하고 각 반들을 소대, 중대로 군사지휘 체계로 나누지만 한국 대학은 학번과 과로 나눈답니다.

북한에서의 대학은 남의 일이고 엄두도 못냈던 저는 한국에서 12학번으로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사이버로 다시금 20학번이 되었답니다. 2020년에 다시 대학에 들어갔다는 말입니다.

한 번씩 대학공부를 하는 북한출신의 선배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제일 힘든 것이 역시나 시험이죠. 시험만 아니라면 영원히 하고 싶은 배움의 길입니다. 그러면서 시험 전날까지 공부한다고 주변에 말하고 다니지만 정작 공부는 소문만큼 하는 것이 아니고 전날 깜빠니아적으로 공부하고 시험 보는 것은 북한뿐 아니고 한국도 마찬가지라는 말을 하면서 웃곤 한답니다.

저는 북한에서 배움의 꿈을 펼치지 못했던 우리 탈북민들이 대한민국에서 열심히 공부해 모두 학사, 석사, 박사가 되어서 고향땅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지식인, 전문가들이 되는 꿈을 꿉니다. 그것이 우리가 이 땅에서 고향을 위해 준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바람직한 미래가 아닐까 생각해보면서 오늘 방송 마칩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자유아시아방송 RFA김태희 입니다.

진행 김태희,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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