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 북한에선 몰랐어요

김태희-탈북자
2022.12.27
[여성시대] 북한에선 몰랐어요 도시양봉학교에서 참석자들이 애벌레 이충 교육을 받고 있다.
/연합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요즘은 추운 날씨를 피해서 집안에만 박혀서 살아갑니다. 이런 경우를 한국에서는 방에 콕 박혀 지낸다고 방콕 또는 방에 딩군다고 방글라데시라고도 하지요.

 

저의 집은 추운 날씨에 보일러 값이 많이 나간다고 남편이 인터넷을 뒤져서 뽁뽁이라고 하는 여러 겹으로 된 비닐바람막이를 사서 집 유리창마다 대놓으니 집안은 따뜻한데 밖이 보이지 않아서 많이 답답함을 느끼네요.

 

그렇지만 한가지 좋은 점이 있다면 한겨울이면 창마다 비닐 방막으로 덧대서 밖이 안보이고 집안은 군불을 넣고 뜨끈하던 그때의 추억이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그 추억 때문인가 오래전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아버지와 오빠가 꿈에 나타나곤 합니다.

 

부모님에 대한 꿈을 꾸면 늘 깨지 말았으면 하는데 오빠에 대한 꿈을 꾸고 나면 늘 미안함과 자책이 됩니다. 내가 잘못해서 내가 더 노력을 못해서 젊은 나이에 눈을 감은 것처럼 미안함이 생깁니다. 그래서인지 형제보다는 부모님이 꿈에 나와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지고 잠자리에 드는 습관도 생겼습니다.

 

얼마전 인터넷상에서 누군가 라면에 능이버섯을 넣어서 끓여먹는 사진을 올린 것을 봤습니다. 북한에서 살 때는 라면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마냥 꼬부랑 국수라고만 했는데 거기에 한국에서 귀한 능이버섯까지 넣다니요. 그래서 능이버섯이 무엇인지 검색을 했습니다.

 

살까기 하는 데도 좋고 여러가지로 몸에 좋은 버섯이라고 하는데 찬찬히 보니 제가 북한에서 살 때 독버섯인줄로만 알던 그런 버섯 중에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그때는 능이버섯뿐만 아니라 상황버섯, 영지버섯 등 귀하고 비싼 버섯들을 모두 독버섯이나 쓸모 없는 버섯으로 알았지요. 실제로 자연이 주는 선물 중에 쓸모 없는 것은 하나도 없는데 말이지요.

 

특히 겨울에 부채마 캐러 다니면서 상황버섯이나 영지버섯을 많이 보게 되는데 꽛꽛하고 커다란 것이 나무에 붙어있으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거나 열리지 왜 이런 게 보이냐고 짚고 있던 지팡이로 탁 쳐버리곤 했답니다. 그런데 그 영지버섯이 한국에 와서 보니 몸에도 좋고 엄청나게 비싸다는 것을 알면서 “에고 그땐 왜 몰랐을까?” 하곤 합니다.

 

봄부터 한겨울까지도 채취할 수 있는 목이버섯은 북한에서는 “무얼”이라고 부르고 여름이면 송이버섯을 채취했고 그맘때면 함께 느타리버섯, 싸리버섯, 군대버섯 등 여러 종류의 버섯을 채취하면서 다녔는데 한국에 와서 보니 우리가 채취하고 먹던 것들을 자연산 보약이라며 비싸게 팔리는 것을 보고 쌀이 없어서 배고픈 고생을 해서 그렇지 정작 귀한 것들을 먹고 살았다는 생각도 가끔 들긴 한답니다.

 

능이버섯은 살찌는 것을 막아준다고 해서 비만인 사람들이 선호하지만 워낙 귀하고 가격도 비싸다 보니 일반 사람이 장기 복용하기 어렵답니다. 상황버섯은 자궁경부암이나 위장에 생긴 병에 좋다고 하더군요. 영지버섯은 항암작용과 면역력을 증진시킨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천리 떨어진 곳에서도 그 향을 맡는다는 송이버섯만 최고로 알고 지냈는데 알고 보니 자연이 주는 많은 선물을 그냥 버리고 살았던 것 같아 아쉽기 그지없습니다.

 

한국에서는 그런 귀한 버섯들을 잘 말려서는 음식 재료로도 쓰지만 술에 담궈 먹거나 차로 마십니다. 차 문화는 원래 중국 문화라고 하지만 한국도 손님이 오면 차를 내주거나 일부러 차 마시러 커피숍을 찾기도 하지요. 그런 차 문화가 대중화 되면서 버섯도 그냥 끓여 먹을 수 있는 것은 끓여서 먹지만 우려서 물을 마셔서 몸에 기운을 돋아주는 것도 있답니다.

 

차라고 이야기 하면 보통 중국 보이차가 최고로 알고 있는데 우리가 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국화며, 백일홍 등 여러가지 꽃들도 그늘에서 잘 말려 차로 마실 수가 있습니다. 단 꽃이나 잎을 차로 만들어서 먹을 때에는 그 독기를 뺀다고 구중구포라는 것을 잘 해야만 되는 기술적인 것도 있는데요. 저도 어느덧 차의 매력에 빠져서 집의 한쪽 구석에 찻찬을 넣고 여러가지 차와 차를 내려 마실 수 있는 다기들을 들여놓고 지낼 정도까지 되었네요.

 

이렇게 북한에서는 몰랐던 이야기를 하자니 또 생각나는 것이 하나 있는데요. 다름 아닌 말벌집입니다. 여름과 가을이면 말벌이 왱왱 거리면서 가까이 오면 피하기 바쁜 말벌이 사람에게 좋다고 하니 처음엔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여름에 말벌을 만나면 쏘일까봐 질겁을 하면서 도망다니던 그 짜증나는 말벌집을 여름과 초가을이면 말법집 퇴치도 하고 약용으로도 쓰려고 전문가들이 말벌 침이 뚫을 수 없는 복장을 하고 통째로 털어서는 술에 담근답니다. 이런 말벌주를 노봉방주라고 하는데 원기회복과 혈관, 뇌질환, 통풍과 관절염 심장병 등 여러가지로 좋다고 하네요.

 

꿀벌만이 우리에게 이로움을 주는 줄 알았는데 말벌이 사람 몸에 좋은 줄은 생각도 못했지요. 꿀벌은 화분부터 시작하여 왕벌이 되기 전 새끼부터 따로 배양하여 로얄젤리라는 꿀을 만들어내서 이것은 원기회복제로 사람이 사용합니다.

 

지난해 같은 고향 언니가 벌치는 곳에서 로얄젤리 생산을 하다가 얼마간을 저에게 보내왔습니다. 몸에 좋은 것이라고 꼭 먹으라고요. 저뿐만이 아닌 한국에서 살아가는 모든 탈북민이 자신의 건강을 위해 작은 호사스러움도 느껴 볼 수 있는 여유를 갖기를 소망해봅니다.

 

진행 김태희,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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