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남한 청소년들의 다양한 활동
2019.11.29
로동신문 국제면 기사는 외국에서 일어나는 청소년 폭력 사건을 과장해서, 자본주의 나라에서 청소년들이 약한 친구들을 학대하고 집단 폭행하는 사건들은 예사로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도합니다. 자본주의 나라에서 아주 드물게 발생하는 잔혹한 사건들을 일상적인 범죄로 소개하면서 외국에 대한 혐오감을 심어서 북한식의 단일한 생각만 가지도록 강조합니다. 남한 사회는 그 반대로 생각이나 종교, 문화, 사상, 이념에서 다양성을 더 가치 있는 것으로 여깁니다. 남한의 고급 중학교에서 일어난 사건 하나를 말씀드리면서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에 대해서 소개하겠습니다.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만 남한 고등학생들이 로동신문 보도내용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남한의 청소년들이 자신의 생각을 얼마나 자유롭게 표명하고 행동하는지 알려드리기 위함입니다.
29일 오전 일부 교사들이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신소가 남한의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됐습니다. 서울의 인헌고등학교에서 교사들이 수업 중에 정치적 편향을 강요해서 학생들의 양심과 사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고발하는 내용입니다. 이는 지난 10월 중순에 인헌고등학교 학생들이 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사회에 알려지기 시작했는데요. 학생들은 기자회견에서 일부 교사로부터 편향된 정치사상을 강요 받았고 교육청이 이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수업시간 교사들은 당시 한국 정치계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던 사건에 대해서 교사가 가진 정치적 이념적 의견을 학생들에게 강요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남한의 헌법 및 교육법은 교육이 정치적 파당성 또는 교사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는데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합니다. 교사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 신소는 교사들이 교육의 중립성을 묵살하고 학생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 했다고 폭로한 것입니다. 따라서 이를 조사해서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의뢰한 겁니다.
이 모습은 사상 이념적으로 양분화된 사회 갈등의 단면이 고등학교까지 투영된 모습으로 보여서 안타까움도 있습니다. 하지만 십대시절부터 일상생활에서 당연히 보장 받아야 하는 인권의 소중함과 가치를 배우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은 희망적입니다. 수업 중 교사의 언행이 사상과 표현,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사실을 인식한 것 그리고 정치적으로 왜곡 또는 편향된 교육이 아니라 양질의 중립적 교육을 받을 권리는 교육에 대한 권리라는 것을 학생들이 파악한 것 자체가 의미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인권을 배우고 스스로의 상황을 분석 판단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그리고 학생들의 자율성과 능력은 남한 사회의 큰 자산입니다.
이렇게 기자회견을 한 학생들은 40여 명으로 구성된 자율적인 학생단체에서 활동 한답니다. 한국의 학생들은 ‘동아리’라고 부르는 소규모 단체를 조직해서 공부도 하고 여가생활도 즐기며 능력개발도 하고 있습니다. 몇 주 전 토요일에 저는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학생 동아리에 초청됐습니다. 그 학생들이 조직한 동아리는 통일준비를 위해 공부하고 토론하는 학생단체였습니다. 학생들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상황과 개선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대해 강연을 해 달라고 제게 요청했습니다.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된 강연이 끝난 뒤, 학생들은 스스로 모의 유엔 인권이사회를 기획해서 진행했습니다. 학생들이 유엔 회원국의 대표 역할을 하면서 북한 인권에 대해 토론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회의였습니다. 물론 고등학생들의 모의 인권이사회였기에 내용 면에서 깊이 있는 토론은 아니었습니다만 각자의 학습을 바탕으로 한반도의 미래를 상상하며 당당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학생들의 토론이었습니다.
여기서 제가 발견한 소중한 점은 학생들이 호기심과 학구열에 기초해서 자발적으로 단체를 조직하고 학습을 실시한다는 것입니다. 이 학생들은 학교 수업을 마친 뒤 학교에 남아서 남북관계나 북한의 핵문제, 인권문제를 공부하고 토론한답니다.
물론 로동신문에서 고발한 것처럼 학교에서 폭력과 학대도 간혹 발생하지만, 남한과 같은 자본주의 사회 대부분의 학생들은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갖가지 취향에 맞춰 문화를 창조하고 즐기며 자신을 개발하는 것을 오히려 더 즐깁니다. 북한의 청소년들에게도 사상 이념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도 다양한 기회가 차려질 날이 곧 오기를 희망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